이번에 내리실 곳은 책방, 책방 정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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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리실 곳은 책방, 책방 정류장입니다

by 토마토쥔장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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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리실 곳은 책방, 책방 정류장입니다

글·사진 황훈주 

 

 

용전중학교와 용전초등학교를 지나는 길 사이에 새로운 책방이 하나 들어섰다. 대덕구에 처음 들어선 책방이다. 책방 정류장. 쉬며 머물다 가는 정류장처럼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다. 정류장은 사람이 모일 때 의미가 있듯 책방 정류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되길 꿈꾼다.

 

 

헌책을 기부할 수 있다고 해서 집에 있던 책 한 권을 가지고 책방을 찾았다. 마침 초등학교 하교 시간인지 초등학생이 거리에 많다. 왁자지껄한 거리를 걷다 보니 어느새 책방 정류장이 보인다. 붉은 벽돌 건물 1층, 넓은 창 안으로 아담한 책방 모습이 비친다. 책방 문은 열려있다. 날이 좀 풀려 문을 열어 놓았다며 웃는 오민지 대표다.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가져온 책을 건넸다. 책방은 높은 문턱 넘어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다. 기부한 책은 이곳에 놓인다. 이 책장에 있는 책은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읽고 빌려 갈 수 있다. 여섯 명 정도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책상이 있는 방이다. 삼요소 책방에 있는 ‘주인책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책방이 보통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이 모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책장에 책을 놓을 수 있다면 그만큼 다양한 취향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란 게 대표가 헌책을 받는 의도다. 작은 책방 안 책방지기의 공간을 내준다는 것은 그만큼 방문하는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대표의 마음이기도 하다.

 

 

“책방인 만큼 책이 매개되었으면 해요. 책을 통해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서로 믿지 못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많잖아요.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해요. 책은 그렇게 할 수 있잖아요.”

 

 

책방엔 에세이 책이 많다. 책장엔 식물, 고양이, 인권 등 여러 카테고리로 책을 분류했지만 모두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책이다. 에세이는 가장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하나의 문화 경험이라 대표는 믿는다. 모임 운영하고 있지만 꼭 모임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책방에 있는 책의 권 수 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며 서로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독립출판물을 놓을 수 있는 책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독립책방은 늘어나지만 독립출판물을 놓을 곳은 여전히 없단 말을 듣고 생각한 방법이다. 그렇게 책방 정류장은 누군가 머물고 쉴 수 있게 또 누군가는 기댈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간다.

 

 

 책방은 이제 막 가게를 연 지 한 달을 넘어간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책방 일도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오민지 대표는 단순히 앉아 책을 읽고 싶었다. 마침 어느 정도 모인 돈도 있어 책방을 하겠단 마음으로 머물 자리를 찾다 중리동으로 왔다. 근처에 한남대도 있으니 청년 교류공간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보니 생각 외로 대학생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았다. 찾는 손님도 아직 많지 않다. 그러면 편하게 앉아 책이라도 읽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손님 없이도 하루 종일 바쁜 직업은 또 처음이에요. 책방을 열기 전엔 알지 못했던 일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책방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죠.”

 

 

책 큐레이션을 위해 어떤 책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출판사마다 연락하며 거래하는 것까지 할 일이 많다. 또 책 소개를 위해서 책도 읽어야 하는데 책 읽을 시간이 넉넉지 않다. 게다가 주변에 학교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방문할 때도 있다. 오늘 마침 책방에 택배 하나가 왔다. 열어보니 추리소설 시리즈 책이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읽을 만한 책이 필요할 것 같아 주문한 것이다. 그래도 책방이 연 것이 누군가에겐 기쁨이 되기도 한다. 청년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 책방을 찾는 이가 있다.

 

 

“예전에는 커뮤니티 모임을 하고 싶으면 도시여행자나 삼요소 책방까지 나갔어야 했다며 반가워하는 분도 있었어요. 중리동은 지역 커뮤니티가 거의 없다고 해요. 그래도 분명 모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책방에서 자주 모이게 하면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책장에 놓인 책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많은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다. 책을 들고 작은 방 의자에 앉는다. 책방 카운터와 적당한 거리가 있어 책 읽기 편하다. 책장 한 곳에 식물에 관련된 책이 많다. 그중 하나를 집었다. 작가가 식물을 키우면서 있던 에피소드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키우면 좋은지 경험이 녹아든 책이다. 한창 반려 식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잘 됐다 싶다. 그렇게 책 한 권을 기증했고, 책 한 권을 샀다. 버스가 들어오고 나가는 정류장처럼 책방 정류장은 책이 오간다. 책이 오가는 만큼 이곳에 책이 매개되어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

 

[2020년 153호 월간 토마토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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