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본문 바로가기
공간

두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by 토마토쥔장 2021. 6. 30.
728x90
반응형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캐릭터로 보는 지하상가 개의 정체성

·사진 양다휘

 

 

모든 도시가 일관성 있는 강력한 디자인 정체성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뚜렷하게 정해진 이미지 없이 도시 브랜딩을 고민해 온 대전인 만큼, 각종 지역 관광과 관련한 기획에 공동체적 논의와 일상적 고민이 필요하다.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도 일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탄생시켜야 한다. 개성과 통일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는 짐 하나 없이 구경만 하더라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길다. 최근 중구청 방면의 출입구 쪽으로 가보지 않았다면 이 지하상가에 대표 캐릭터가 있다는 걸 모르기 쉽다. C구역 공연장 앞에서 옷걸이로 머리장식을 한 두꺼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하상가에 얼굴을 만들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룰루랄라 2017 전통시장대학협력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해당 사업은 전국 전통시장과 지역 대학교를 짝지어 문화·기술·디자인 관련 학과 학생들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펼치도록 기획한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2015년부터 매년 추진한다. 젊은 아이디어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캐릭터나 마스코트를 개발하는 것만으로 상가 유입 연령층이 눈에 띄게 넓어지거나 단기적으로 뚜렷하고 실질적인 매출 증대 등의 효과가 생기기는 어렵다.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지역 마스코트를 만드는 일은 지역민이 지역에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에 본질적인 의의가 있다. 지역 이미지를 가진얼굴 만들어 생명력을 부여하고, 지역민이 의미에 동의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은 도시 지역 정체성 구축에 아주 중요하다. 그렇게 느끼는 친근함은 캐릭터에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힘을 부여한다. 친밀감 없이는 많은 예산을 투자한 기획 상품도 그저 만든 캐릭터를 상품에 덧입혀 파는 일에 불과하다. 우리는 중앙로지하상가의 얼굴인 룰루랄라와 얼마나 친해질 있을까?

룰루랄라는 두꺼비를 모티브로 캐릭터로, 커다랗게 입체 조형했을 자칫 부담스러울 있는 생물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중앙로지하상가 홈페이지에서 룰루랄라의 상징성에 대한 설명을 보면 두꺼비가 예로부터 착한 심성과 부를 상징하고, 이를 마스코트로 설정한 것은 타지역이나 도시에서 없는 독창적 컨셉이며 방문객의 즐거운 쇼핑을 염원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룰루랄라의 조형물·캐릭터 관리 주체는 ㈔중앙로지하상가 운영위원회다. 해당 관리사무소에서 들어 이야기에 따르면, 캐릭터 활용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한다. 다만 지난 2018 1 9 조형물 공개와 함께 선포식으로 탄생을 알렸고, 이후 웹상 게시물을 통한 캐릭터 소개와 봉제인형과 같은 간단한 기획 상품 제작을 진행했다. 현재는 지하상가 공식 홍보 채널과 안내 전단지, 현수막과 배너 등에 캐릭터를 넣어 캐릭터 자체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의 지하상가, 개의 정체성

 

한편 목척교 너머 구지하상가인 역전지하도상가에도 대표 캐릭터가 존재한다. ‘치치포포 ㈔대전역전지하상가 상인회에서 2017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만들었다.

치치포포는 각각 파란색과 노란색 캐릭터로 머리 부분을 과거와 현재의 기차 모양으로 장식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각각 역전지하도상가의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며 이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자체가 캐릭터의 연결 ,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 의도가 명확하다. 반면 캐릭터 형태에 있어서는 특징적인 부분 없이 무난해서 지역민이 기억하기에 다소 어려운데, 이를 트레일존의 메인 브랜딩 요소인 기차 테마로 보완한다. 

지하철과 기차역까지 이어진 역전지하도상가는 2017 BI(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을 통해 간판과 로고 디자인 등을 재정비하며트레일존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기차를 모티브로 로고와 각종 조형물과 함께 놓이니 캐릭터의 의미와 특성이 훨씬 드러난다. 트레일존 2 출입구는 증기기관차를 모형으로 디자인했다. 대전역 지하상가만을 두고 보자면 기차를 테마로 대전역의 역사와 추억을 이끌어내는 브랜딩이 이뤄졌다고 있다.

치치포포

그런데 지역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역전지하도상가와 중앙로지하상가의 중심 브랜드 이미지가 서로 전혀 다른 것이 아쉽다. 대전천과 목척교를 사이에 주변 환경이 한몫 했겠지만 말이다. 관할 자치구와 운영·관리 주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하천 하나를 사이에 지하상가가 연관성 없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시민과 방문자의 입장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일이다. 특히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강해서 작은 단위에 적용할수록 전체적 인상은 흐려지기에 기획하고 만들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 물론 룰루랄라와 치치포포는 분위기도 연령대도 다른 장소의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본래시내라는 이미지와 보편적 인식은 시간이 흐르며 구역을 옮겨 가기에, 대전의 오래된 중심가로서 보면 분명히 상가는 역사를 함께한다. 캐릭터들도 충분히 함께 기획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캐릭터들은 국내에 손꼽히는 규모로 지역 방문객들이 관광지로 찾는 특정 구역의 얼굴로서 정체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을 공식 얼굴로 채택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과 이해, 시민과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마스코트를 만든다는 이미지나 상징성 무형의 대상을 살아 숨쉬게 하는 일이므로 쉽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디자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안에서의 실제 경험이지만, 디자인을 통해 장소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시킬 있다. 각인은 뚜렷한 정체성이 되어 지역 이미지로 확장한다.

 

 

가로막힌 끝에는 서로가 있었다

 

중앙로 신구지하상가 연결사업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준공은 뒤지만 지역민과 상가 운영 관리 관계자에게는 이미 지하상가를 관점으로 바라볼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테다. 대전역부터 바로 이어져 중구청까지 이르는 지하상가는 시간이 흐르며 개가 아닌 하나로 인식될 것이다. 대전에서 손꼽히는 명소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상당하다. ‘대전 지하상가라는 틀에서 보자면 앞으로는 정체성과 디자인을 이야기할 여기와 저기를 나눌 없이 함께 의논해야 하고, 시장과 대학교 뿐이 아닌 시장과 시장도 협력해야 바람직하다. 이상적인 이야기가 맞다. 그래도 우리가 추구해야 모습이다.

물론 아직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니 개의 구역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중앙로지하상가 관리사무소에서 연결사업 이후의 캐릭터 활용에 대해 묻자연결사업하고는 상관없이 캐릭터는 중앙로지하상가 것이기 때문에 계속 자체적으로 사용할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중앙로지하상가 측에서는 지속적인 자체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 서포터즈도 만들었다. 트레일존 주변은 대전역과 맞닿은 특성으로 인해 현재 동구청과 시설관리공단이 관련 기관이고, 한국철도공사에서도 인접한 몇몇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중앙로지하상가와의 연계성 이전에 앞으로의 계획에 고민할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분명히 차차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하천으로 가로막혔을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대전역전지하상가 상인회 이정숙 회장은 상가는 오래된 식구라고 표현한다. 작은 상가든 도시 하나든 간에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하고자 한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역 관계에 대한 이해, 또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월간토마토 vol.158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