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오작교 대전파밍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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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인터뷰

당신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오작교 대전파밍클러

by 토마토쥔장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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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오작교 대전파밍클럽 

  

 하문희 사진 하문희, 대전파밍클럽

  

 대전 파밍클럽과의 첫 만남은 참으로 유쾌했다.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한껏 들떠있는 두 대표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 그렇게 유성구 궁동 2층짜리 카페에 앉아 두 시간을 웃고 떠들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대전파밍클럽 로고

대전파밍클럽은 유환 씨와 전재훈 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 단체다. 기업이 대상도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지도 않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필요에 따라 개인을 소개해주기도 하는 네트워크 계의 헤드헌터인 셈이다. 전재훈 씨는 본인들을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농부라고 소개했다. 농부는 비유다. 대전이라는 도시에 문화 콘텐츠라는 씨앗을 뿌리고 일궈서 꽃피우는 농부가 되자는 의미다. 농사짓듯 책을 짓는 월간토마토. 농부가 씨를 뿌리듯 문화 콘텐츠를 뿌리고 가꾸는 대전파밍클럽. 새삼 대한민국은 농경사회 기반이라는 걸 깨닫는다.

  

“파밍클럽”이라는 단어가 독특해요. 이 단어를 이름으로 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재훈  단체 이름을 재치있게 짓고 싶었어요. 동시에 저희가 하는 일도 명확히 드러났으면 했고요. 이름이라는 게 제일 먼저 보이는 부분이잖아요. 책으로 치면 제목 같은 거. 경작, 농사 같은 단어를 넣고 싶었는데 마침 대전 뜻이 “큰 밭”이라는 걸 알고 “이거다” 했죠. 의미는 말 그대로 우리가 대전에서 하고 싶은 일을 농부가 농사를 짓듯 해보자는 거예요. 로고에도 그 뜻을 담아 제작했어요. 뒷부분 사각형은 큰 밭인 대전을 상징해요. 동그라미는 그 밭에 뿌려진 씨앗을 의미하고, 씨앗 위에 밀짚모자를 씌워서 농부를 연상토록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어떤 일인가요? 대전파밍클럽을 만든 계기와 연관이 있나요?

  

전재훈  저희 둘 다 사회복지학과에요. 3학년부터 실습 때문에 바빠지는데, 마치고 휴학했어요. 저희 둘 다 휴학 기간에 같이 뭘 해보기로 했거든요. 뭐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원래 둘 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 관련 단체를 만들려고 했어요. 대전 안에서 축구라는 주제로 사람을 모으는 매개체가 되자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축구는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해서 활동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시야를 넓혔어요. 이 도시 자체를 가지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죠. 저희 둘 다 도시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해서 여러 곳을 다니며 그곳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유환  다들 아시다시피 대전은 노잼도시라는 키워드가 있잖아요? 저희도 이걸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대전에 갈만한 곳은 성심당밖에 몰랐어요. 막상 여기저기 다녀보니까 작고 예쁜 공간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걸 보면서 뭘 할지 명확해졌어요. 우리가 간 공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우리가 느낀 것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한 사람과 공간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풀어낼 방법이 다양한데, 이걸 시민이 발견해낼 수 있는 연결점을 마련하고 싶어요. 그렇게 도시 속 문화가 더 다채로워지면 좋겠어요. 저희가 계속 대전에서 살 거라서…. 이곳에서 살 거니까 문화적인 부분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죠. 

  

인스타그램을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전재훈  지금은 두 가지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나는 <유성구경 135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Seed in Daejeon>이라는 상시 프로젝트예요. <유성구경 135 프로젝트>는 유성구지역공동체센터와 유성구에서 진행하는 ‘유성구마을공동체지원사업’이에요.

유성구 문화 콘텐츠 발전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마침 알맞은 사업을 모집하고 있더라고요. 유성구에만 특이하게 마을버스를 운행해요. 유성구 교통 소외 시민을 위해 생긴 건데, 이게 적자래요. <마을버스>라는 기업에 위탁해서 운영 중이고 유성구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주는데, 보조금만으로는 적자가 해결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매번 타는 사람만 타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도 없앨 수는 없는 게, 그걸 타야만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저희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시민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일이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래서 마을버스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135라는 숫자는 마을버스 번호에서 가져왔어요. 마을버스를 타는 사람만 타는 게 문제라면, 안 타는 사람들도 타게끔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왼쪽부터) 전재환 씨와 유환 씨 

 

“이 시국에 여행을 멀리 갈 수는 없으니 마을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자.”

대전의 매력은 화려한 무언가가 아니라, 언제든 여유만 있으면 버스 타고 30분만 가면 머무를만한 공간이 숨어있다는 점이거든요. 대전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업이 선정돼서 매주 직접 마을버스를 타고 답사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그 이야기를 모아 산문집도 만들고요. 가을에는 독립서점 한 군데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시민과 만날 계획이에요.

  

<Seed in Daejeon>은 무슨 프로젝트인가요? 

유환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예요. 각자가 하는 활동을 씨앗이라고 표현했어요. 그 씨앗을 대전 곳곳에 뿌리는 프로젝트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원래 1년만 하려고 했는데 일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내년에 복학하고 나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환경 쪽이나 스포츠, 의류 등 다양한 분야로도 넓혀가고 싶어요. 아무래도 올해는 이동에 제한이 걸려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내년에는 코로나가 진정돼서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 위주로 활동하시는 것 같아요. 다양한 플랫폼 중 인스타그램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재훈  가장 핫하기도 하고 영상보다는 글과 사진에 더 자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스타그램은 글과 사진이 강조되는 SNS잖아요. 유튜브는 올리기 전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게시물 글을 쓸 때 고민을 엄청 많이 해요. 올리고 나서도 몇 번씩 확인하고요. 그래서 오며 가며 월간 토마토를 읽기도 했어요. 글 쓸 때 참고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서점에 가면 비치된 게 보이잖아요. 언젠간 여기에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활동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유환  깊이와 진심이요. 저희가 항상 하는 갖는 마음가짐이에요. 만난 분 중에는 공방을 운영하는 분도 있고, 카페를 하는 분도 있고 다양해요. 그런데 대부분은 인스타에 자주 올라오는 단편적인 홍보 글을 쓰기 위해 오는 거로 오해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지금 대전 안의 여러 문화공간이나 문화단체가 단편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걸 오래 겪으셔서 방문을 꺼리시는 분도 있어요. 처음부터 지역에서 문화단체나 문화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잘 됐더라면 이렇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항상 진심을 전달하려 노력해요. 단순히 지금 유행하는 문화만 휙휙 알려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문화가 지속하고, 그 문화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모여들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길 바라요. 

  

전재훈  또 하나 있어요. 조금은 의연한 마음가짐이에요. 프로젝트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매번 만나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생각한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진 않더라고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분도 계셨고 의도를 오해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 반응을 일일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니까요. 대전파밍클럽은 올해 만든 단체고, 아직 큰 성과를 거둔 게 없거든요. 오래 활동하며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진심을 알면 바뀔 거로 생각해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한 것도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잖아요. 우리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또 그러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죠. 

  

두 분 모두 대전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는 대전은 어떤 곳인가요?

  

유환  각자 도시만의 리듬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전은 여유로운 리듬을 가진 도시예요. 문제는 리듬 하나만을 기준 삼아서 다른 도시들에 적용하는 태도죠.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서울에 가고 싶었거든요. 그 도시가 좋아서. 근데 막상 성인이 돼서 살아보니 그곳의 리듬이랑 안 맞더라고요. 답답하고 복잡하고. 하지만 대전은 몰려있지도 않고 여유롭고 그 중간마다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어요. 각각 리듬이 있는 건데, 그걸 굳이 재미없다는 말로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재훈  저도 동의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에 대전이라는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대전을 느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대전에 할 게 없다고 해서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전은 눈에 보이는 도시의 풍경도 좋아요. 하천이 많은 도시잖아요? 천 하나가 도시를 되게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학교 바로 앞에 갑천이 있는데 엑스포와 연결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한적하고 고즈넉한 골목도 좋지만, 하천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게 좋아요, 저는. 

씨앗이 다리가 될 때까지 

  

앞으로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에 두 대표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오작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먼 미래에는 공간을 갖고 싶다 말했다. 그곳에 청년이 모여서 자율적으로 네트워킹하며 아이템을 개발한다면 진짜 농사가 될 수 있을 거라며. 전재훈 씨는 우선 농부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씨앗을 뿌리는 건 우리지만 씨앗이 자랄 때는 농부의 손길 말고도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듯 무슨 변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매를 맺는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며 웃었다. 유환 씨는 무엇보다 대전파밍클럽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자 밥벌이를 하러 떠나도 시간이 지나 대전으로 돌아와서 대전파밍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지속 가능한 단체가 되는 것. 그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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