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구역부터 D구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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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인터뷰

A구역부터 D구역까지

by 토마토쥔장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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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중앙로지하상가 강병태 경비반장

A구역부터 D구역까지,파란 바둑돌처럼 듬직하게

글 사진 이용원

 

중앙로지하상가 강병태 경비반장

대전중앙로지하상가 D구역 끝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무대 객석 의자 맨 윗부분, 중간 기둥 옆에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대전중앙로지하상가 경비반장 강병태 씨 자리다. 중앙로지하상가에는 모두 10명이 경비로 일한다. A구역부터 D구역까지 각 한 명씩 24시간 2교대다.

“저는 7년 정도 일했어요. 일자리 소개해주는 곳을 통해서 들어왔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편하게 앉아 있는 걸로 보일지 몰라도 할 일이 무척 많고 고된 일이에요.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하루 쉬고 또 나와서 일을 하는 것도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근무 방식이고요.”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한 가게 주인이 찾아와 주차권을 강 반장으로부터 구매한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한 시간짜리 주차권이다. 지하상가 주차장 주차권 판매 관리도 강 반장이 해야 할 여러 소소한 업무 중 하나다. 책상에 칸이 많은 서랍장이 있는 이유인 모양이다. 

강병태 경비반장

전라북도 김제시가 고향인 강 반장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전에는 1993년에 왔다. 자영업을 했고 은퇴하기 전에는 렌터카 사업을 했다. 그걸 좋은 기회가 있어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시작한 일이 지하상가 경비 일이었다.

“우리 업무 특성상 이곳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들과 돈독하게 지내기가 어려워요. 주요 업무가 단속업무이기도 하고, 돈독하게 지내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일부러 피하기도 하지요. 그래도 간혹 음료수도 가져다주시면서 고생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죠.”

중앙로지하상가 경비가 하는 일 중 중요한 일은 ‘질서 유지’다. 그중 점포 주인과 민감하게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분은 ‘노란선 지키기’다. 상가 앞에 칠해 둔 노란색 선은 물건을 그 선 넘어 진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장사를 생각한다면 억누르기 힘은 유혹일 터다. 다른 가게보다 조금만 더 내놓으면 판매 상품이 눈에 띄기 쉽다. 가게마다 조금씩 경쟁적으로 이 선을 넘어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면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보행로는 좁아지면서 쾌적한 쇼핑환경도 저해한다. 노란선 질서 유지는 각 구역별로 배치한 경비가 함께 하는 일 중 하나다. 이외에는 배치된 각 구역에서 고객용 유모차를 관리하고 시설을 살피는 등 일상 업무를 한다.

“7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변했죠. 무엇보다 환경이 쾌적하게 변했잖아요. 백화점도 물론 그렇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쇼핑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에요. 다른 변화로는 각 점포 업주들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자구 노력을 정말 많이 해요. 예전에는 어디 SNS에 신경을 썼나요? 요즘에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도 받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대전중앙로지하상가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가 기본 영업시간이다. 점포에 따라 더 늦게 열고 더 일찍 닫을 수도 있지만, 공식 영업시간은 그렇다. 24시간 근무하는 경비 업무는 점포가 모두 문을 닫은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영업이 끝나도 지하상가로 통하는 출입구를 개방해 둔다. 누구라도 접근 가능하니 다양한 일이 벌어질 소지는 다분하다.

“겨울이면 노숙자가 좀 더 따뜻한 곳에서 밤을 새려고 들어오곤 해서 경비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해요. 술 취한 사람들도 들어오곤 하죠. 힘 좋고 키 큰 청년이 취한 상태로 손을 뻗어 전광판 같은 시설을 훼손하기도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위협이나 욕설을 하기도 하죠. 크게 다치는 일은 없는데, 자식뻘이거나 때로는 손자뻘인 젊은 사람들하고 실랑이를 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말을 하면 잘 듣는 애들도 있는데, 그렇게 막무가내인 아이들하고 부딪치면 마음에 상처를 입지요.”

씁쓸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강 반장 책상 앞을 지나가던 사람이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공연장에 자주 놀러오는 시민이다. 대형은 아니어도 텔레비전이 있고 의자가 있으니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이 있다. 신문도 읽고 텔레비전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자주 만나 말동무가 된 사람들끼리 이야기도 나눈다. 더위와 추위, 비바람 등을 피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경비직에 정년은 있어요. 67세까지죠. 저도 내년까지 하면 정년이네요. 그 다음에 무얼 할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직 몸이 건강하니까 무엇이라도 해야죠.”

강병태 반장은 내년까지 근무하면 정년이라는 사실을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눈치였다. 마스크에 가려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멋쩍게 웃었을 거다. 대전중앙로지하상가에는 2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아저씨 10명이 묵묵히 자기 구역, 자기 자리를 지킨다. 시민과 특별한 접점은 없다지만, 혹여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야겠다.

 

월간토마토 vol.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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