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구점 옆 책방 [푸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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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학교 앞, 문구점 옆 책방 [푸른서점]

by 토마토쥔장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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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문구점 책방


LIFE

푸른서점

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2.


책방의 인연 

책 출판 일정으로 작가와 만나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 작가님은 잠시 산책을 하자 했다. 작가님은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 줬다. 먹을 거 사주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지. 산책이요? 정말 좋죠! 

“이곳이 아저씨가 좋아하는 아파트야.” 

심심할 때마다 아파트 방 구경하는 게 취미라는 작가. 나는 그렇게 남의 집 아파트 단지 산책을 했다. 대전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아파트. 작가님 말처럼 조용하고, 조경도 잘 꾸몄고, 나는 무엇보다 붕어빵을 맛있게 먹었다. 적절히 바삭한 붕어빵을 들고 있는데 어찌 싫은 게 있을까. 그렇게 남의 집 정원을 걷는 기묘하고 기분 좋은 산책을 했다. 꼬마 아이들이 놀이터에 많았던 게 인상 깊었다. 

그다음 날, 이번에 찾아갈 책방 위치가 작가님과 함께 산책한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방 취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지만, 취재 당일까지 위치 한번 찾아보지 않은 탓이다. 덕분에 이번에 찾아가는 책방도 운명인가 싶은 설렘이 마구 증폭된다. 우연히 들렀던 아파트가 우연히 찾게 된 책방과 가까이 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라던데, 이번 책방은 꽤 좋은 인연을 내게 가져다주지 않을까. 

 

 

 

푸른 , 푸른서점 

푸른서점 책방은 연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곳이다. 책방 관련 사진을 몇 장 찾아봤다. 사장이 젊었고 책방이 컸다. 책방에 연락하니 책방 정리로 아직 바빠 오후 5시쯤 시간이 어떠냐고 했다. 다행이다. 어떤 이유든 바쁘다는 건 좋은 일이다. 특히 책방이 바쁘다는 건 좋은 일이다. 책이 어쨌든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책방은 대흥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다. 보통 문구점이 학교 앞에 있지 않나?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엔 ‘푸른문구서점’이라는 문구점이 있다. 그럼 그렇지. 이곳에 문구점이 없을 리 없다. 도로 맞은 편으론 대흥초등학교가, 뒤편으론 대전중고등학교가 있다. 주택은 배산임수가 좋다고 하지만 장사는 역시 학교 주변이 최고다. 학교 앞, 문구점 옆 책방이라니. 예전 학생 때 참고 서적 사러 갔던 학교 앞 책방이 생각났다. 그땐 참고서 많이 샀었는데. 

김지환 대표

푸른서점. 김지환 대표는 이제 24살, 아마 대전 내 책방 대표 중 가장 젊지 않을까 싶다. 젊으니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책방을 차려 성공하고 싶다는 당찬 목표 세우기와 같은 것 말이다. 

“원래는 은행동 근처에서 술집을 차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년 정도 식당에서 일해 봤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요식업 장사는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죠. 여기 책방 옆에 있는 문구점이 저희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인데요. 거기서 참고서도 함께 팔았거든요. 그래서 문구점에서 참고서 판매를 분리해 책방을 차려 보겠다고 했죠.” 

김지환 대표는 책방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현재 푸른 서점은 2층 건물 중 1층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책방을 넓혀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싶다. 2층까지 책방을 꾸미고 루프탑 카페도 함께 만들고 싶다. 그리고 철 지난 중고 책도 한 켠에 놓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다. 나중엔 공간 한 켠을 열어 바비큐 파티, 생일 파티도 열고 싶은 꿈이 있다. 

“모든 책방이 그렇겠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책방만 운영해선 지속 가능성을 지키긴 어렵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우선은 손님이 편하게 와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책방의 미래 

책방에 머무는 동안 책을 찾는 전화가 자주 왔다. 대부분은 참고서다. 붕어빵 먹으며 동네를 걸었을 때 꼬마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 기억났다. 책방에 이토록 전화가 자주 울리는 광경은 생소하다. 

“책방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는 책 도매상과 거래하고 있거든요. 웬만한 책은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퇴근하면서 찾아갈 수 있어요. 온라인 서점은 주문하면 꼭 하루 이상 걸 리잖아요. 오히려 책방이 더 빠르게 책을 받아볼 수 있죠.” 

다양한 책을 가져다 놓는다

책방은 꼭 이래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 보통 우리가 기대하는 책방을 생각하고 푸른서점을 찾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책방이라 하면 책방 대표의 취향이 가득 담긴 책들로 가득 찬 공간을 기대한다. 푸른서점은 그보단 문구점 같은 책방이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다 가져다 놓은 문구점 말이다. 문구점이 그렇듯 학교와 소통도 자주 하려 노력한다. 최근엔 푸른서점에서 자체적으로 상품권도 만들었다. 천 원, 오천 원, 만 원, 오만 원 상품권이다. 

서점 자체 상품권

“학교에선 책 많이 읽으라고 문화상품권을 주기도 하는데 그게 사실 책보단 컴퓨터 게임에 쓰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래서 자체 상품권을 만들었어요. 상품권은 학교에 10% 싼 가격으로 납품하려고 해요. 또 책방에 선결제하는 손님에게도 지급하려 하죠.” 

의외로 주변 회사에서 문화 복지 차원으로 책값을 선결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책값은 도서 정가제 안에서 할인해서 판매한다. 학교, 학원, 도서관 등에도 책을 납품하기 위해 연락한다. 인터넷 서점을 이기기 위해선 그만큼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방을 운영하는 게 쉽진 않다. 전체 도서 판매 통계를 보면 참고서 판매 비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참고서를 적극적으로 파는 책방이니 책방 매출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에세이, 소설 등 단행본이 한 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할 때도 있다. 

한 켠에 만화책 코너를 만들었다

“책방에 들여놓은 참고서는 시즌이 지나면 그 재고를 책방에서 다 감당해야 해요. 또 참고서는 내용도 계속 바뀌고, 팔리는 시기가 딱 정해져 있어요. 소설 같은 경우에도 베스트셀러 책도 들여놓긴 하는데 그보단 개성 있는 책 제목이 잘 나가더라고요. 단행본 책도 요즘은 거의 직접 사서 들여놓게 돼요. 이곳에 들인 책만 해도 천만 원이 넘을걸요.” 

 

 

 

지나다 들르세요 

예전 이곳은 칼국수 거리였다. 식당이 많았던 거리다. 하지만 재개발되면서 상권이 많이 사라졌다. 일부러 찾아오는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책방을 열고 난 후 젊은 손님이 책을 사러 종종 온다. 책방 인테리어는 김지환 대표가 직접 했다. 건물 외벽도 직접 디자인했다. 건물 외벽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간접 조명이다. 멀리서 봐도 건물이 눈에 띌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환하게 조명을 밝혔다. 의자도 하나둘 책방에 가져다 놓는다. 책방은 비교적 늦게 오후 10시까지 매번 열어 두려 한다. 언제든 찾아와 쉬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숲에 들어가면 편안한 마음을 느꼈던 것이 생각나 실내 분위기는 우드톤에 식물을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책방이지만 나중엔 이곳에 오는 이들에게 삶을 위로해 줄 수 있게 그래서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예전 칼국수 거리, 먹거리가 많았던 이 거리가 부활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김지환 대표다. 

“해 보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으니까요. 해 볼 수 있는 한에선 다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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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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