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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이주, 이동한 경계,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전 정신적 이주, 이동한 경계,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전》 글·사진 이용원 1. 제법 큰 거울은 하사관 몇이 돈을 추렴해 기증한 모양이다. 거울에 남은 흔적이 이런 사실을 전한다. 거울을 기증한 날짜는 1980년 3월 15일이었다. 우리가 보낸 여러 날 중 하루다. 다만, 옛 국군광주병원에 걸렸던 거울이라는 사실이 특별하다. 1980년, 국군광주병원에 저 거울을 걸어두고 즐거웠을, 얼굴 모를 그들도 불과 두 달여가 지난 후에 닥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글자와 숫자, 두발 규정 등 다양한 메시지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을 문신처럼 몸에 새긴 거울 50여 개를 40년이 지나 옛 국군광주병원 부속 시설인 옛 국광교회 천장에 매달았다. 모두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떼어낸 거울이다... 2021. 5. 7.
미술작품이 어렵다면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어 미술작품이 어렵다면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어 《상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 글·사진 황훈주 시가 미술이 될 수 있을까. 미술관 옆 카페에 앉아 나지막이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똑같은 전시를 두 번 보러 가는 일은 흔치 않았다. 대림미술관은 한번 입장권을 구매하면 같은 전시를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지만 아직 같은 전시를 두 번 본적은 없었다. 대부분 바쁘거나 시간이 안 맞았다. 그런데 이번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은 두 번 보러 갔다. 그것도 일주일 동안에 말이다. 한 번은 전시를 보러 갔고 또 한 번은 관객 반응을 보러 갔다. 혹시 남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궁금해서 말이다. 미술관 옆 카페에 앉아 아이스티를 쪽쪽 빨며 나는 상실감을 느꼈다. 이번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 제목은 《상실, 나에.. 2021. 5. 6.
어른이어도 괜찮아, 황금비율 몰라도 괜찮아 어른이어도 괜찮아, 황금비율 몰라도 괜찮아 전시리뷰 - 대전시립미술관 어린이워크숍 전시프로그램 ≪황금비율 7대1≫ 글 염주희 사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낯선 비율과 마주하다 엑스포 시민광장 미디어큐브동 2층에 있는 DMA 아트센터는 그간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전시를 기획했다. 2020년에는 점, 선, 면, 색깔을 테마로 한 어린이워크숍이 열렸고, 2021년 상반기에는 비율을 주제로 한 이 전시 중이다. 어린이가 직접 만들고 그리는 참여적 요소를 갖추고 있기에 “어린이워크숍”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전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설치미술과 회화를 넘나드는 이십여 개의 비율 파괴적인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충분한 예술적 자극과 몰입을 경험한다. 은 김나영&그레고리 마.. 2021. 5. 6.
5월 문화 예술 공연전시 5월 문화 예술 공연·전시 안녕하세요 토마토쥔장입니다. ^^ 이번 월간 토마토 5월호에 실린 문화 예술 공연·전시 정보입니다. 풍요로운 문화예술 만끽하는 5월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 1.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제 179회 정기공연 ‘오월의 춤 정원(庭園)’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곳에는 예(禮)와 효(孝)가 담겨 있습니다. ‘오월의춤정원‘은 예(禮)와 효(孝)를 겸비한 고품격 춤사위로 5월의 풍요로움을 더한 무대입니다. 전통 춤의 아름다운 색채로 풍성하게 만발한 한 폭의 정원 같은 무대를 즐겨 보세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절제의 멋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정재무’, 풍류의 멋과 경쾌함이 가득한 ‘민속무’가 어우러진 전통 춤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5월, 고풍스러운 ‘오월의 춤 정원(.. 2021. 5. 6.
우리가 추구해야 할 완벽한 자유에 관하여 우리가 추구해야 할 완벽한 자유에 관하여 아이는 내달리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제법 재게 놀리며 겅중겅중 달렸다. 점심을 먹은 후 걷기 시작했을 때는 대전천 좌안을 따라 걸었다. 투덜투덜, 왜 걸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빈약한 논리를 들이대며 터벅터벅 걸었다. 걸어야 하는 이유 역시 고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시야 밖으로 벗어나 탕출을 시도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처음은 아니더라도 대전천 주변이 아이에게 익숙한 풍경은 아니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 나들이 나왔다가 징검다리에서 물에 빠졌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낯선 곳을 향한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훨씬 큰 모양이다. 걸으며 티격태격하던 중에 할아버지가 식당에 마스크를 놓고 온 사실을 알아.. 2021. 5. 6.
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토마토 동행_ 소셜여행 ‘소제골목과 대동마을을 거닐며 글 염주희 사진 염주희, 이은호 1. 사람 여행을 떠나요 “매번 똑같은 코스를 다니면 지겹지 않으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것이에요. 매번 오는 사람이 달라서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이 있어요. 저는 앞에서 설명하느라 여행자 얼굴을 보는데, 여행지에 온 사람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호기심에 차 있어요. 저는 그들의 눈에서 행복을 읽고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그런 즐거움에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대전에 살며, 대전을 소개하고, 대전을 누구보다도 아끼는 사람, 진돌 박진석 대표의 말이다. 대전역 호국보훈광장(동광장) 철도 영웅 동상 앞에서 처음 만난 그는 간단한 인사.. 2021. 4. 30.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글 정현구 사진 정현구, -philic 제공 2015년 여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즈음 나는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짖었다. 4회쯤 지나면 목소리가 갈라졌고, 6회 말엔 비릿한 피가 목에서 올라올 정도로 열광했다. 안타에 웃었고 홈런엔 기뻐 펄쩍펄쩍 뛰었다. 모든 선수의 응원가를 외우고, 타율을 줄줄 꾀고 다녔으니 야구 마니아가 아니었는가! 이를 신조어로 '덕후'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야구를 좋아하며 했던 일은 ‘덕질'이라고 한다. 여기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라는 문장을 내세운 잡지가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같이 축구를 보기도 하고 피규어를 만들기도 하는 등 좋아하고 즐거울 법한 일을 나열한 잡지, -philic이다. 탈 .. 2021. 4. 30.
강물 아래 또 다른 강물이 흐르듯이 강물 아래 또 다른 강물이 흐르듯이 - 김채운 시인 글·사진 황훈주 공심채 볶음은 베트남에서 배웠다. 그들은 모닝글로리라고 했다. 베트남을 다녀와서도 한동안 공심채 볶음을 해 먹었다. 26살때 일이다. 지금도 공심채 볶음을 해 먹을 때면 나는 베트남을 생각한다. 엄마와 처음 간 해외여행이었다. 엄마는 나팔꽃을 키웠다. 엄마는 아파트 작은 베란다에 나팔꽃을 키웠다. 내가 아직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다. 엄마는 아마 나에게 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잊고 있던 기억인데 시를 읽다 문득 선명히 그날 기억이 떠올랐다. 시는 다섯 줄밖에 안 됐다. ‘아침이 저물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시의 부제는 ‘나팔꽃에게’다. 시가 마음에 들어 나팔꽃에 대해 찾아보다 나팔꽃이 영어로 모닝글로리란 걸, 공심채와 나팔꽃.. 2021. 4. 30.
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 만들면 좋겠어요 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 만들면 좋겠어요 "그해 늦겨울부터 시작한 코로나19는 결국 팬데믹을 일으켰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 습격에 인류는 적잖이 당황했다. 바이러스는 인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축적한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때까지 있었던 정치·사회적 문제 제기로는 끌어내지 못했던 혁신을 바이러스가 촉발했다. 비로소 다른 미래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공론이 사회 전반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시작 지점이었다. " 훗날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순히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전염병이 온 지구를 덮쳤다는 것 이상.. 2021. 4. 30.
코로나19 시대의 '기본소득' 코로나19 시대의 '기본소득' 진행 이용원 정리·사진 이지선 참여 이경자(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운영위원)/송석호(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회원)/김재섭[(가칭)대전복지공감 간사] ‘기본소득’은 재산,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필요성을 꾸준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개념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더불어 정부에서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예상보다 빨리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 2021. 4. 30.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 - 강래설 씨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 - 강래설 씨 글·사진 이주연 대부분이 그러하듯 삶이란 게 뜻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강래설(65세) 씨는 제법 운이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돌이켜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꿈꾸던 일을 하지도 못했지만 좋은 영향과 경험, 사람들 속에서 성장했고, 살아왔으며, 살고 있다. 대전을 벗어난 적 없는 강래설 씨는 책임감 강한 부모님을 만나 건강하게 자랐다. 흐름 따라 선택한 교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았다. 대학 졸업 후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쳐 온 그는 지난 2018년 정년퇴임을 했다. 이후 그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강래설 씨는 다양한 취미를 즐겼고, 좋아하는 여행을 꾸준히 해 왔다. 밝고 높은 목소리가 그의 삶.. 2021. 4. 27.
[왕밤빵]동화가 주는 교훈 [왕밤빵] 동화가 주는 교훈 #22 주말에 유튜브를 보다가 오랜만에 '흥부와 놀부'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과 현대인에게 흥부와 놀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놀부 입장에서 보면 흥부는 쌀이라도 맡겨둔 것처럼 자신에게 빌붙는다. 또 흥부는 가족을 책임질 경제력도 없으면서 자식은 많다. 흥부와 놀부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고 왜 경제력 차이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동화에서는 놀부를 나쁜 인물로 그려낸다. 놀부가 흥부에게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일까? 놀부가 그런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것일까?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놀부는 자신이 나쁘게 그려지는 게 억울할 거 같다. 어쩌면 흥부와 놀부는 언더도그마를 기반으로 한 동화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왜 힘 있고 권력 있는 .. 2021. 4. 27.
코로나19 시대의 '도시재생' 코로나19 시대의 '도시재생' '보다 강력한 협치가 필요하다' 진행 이용원 정리 이지선 사진 황훈주 참여 김은정(대전 서구 정림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현장활동가)/박종선(대전 대덕구 대화동도시재생활성화계획 총괄코디네이터)/박찬희(대전 유성구 어은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코디네이터)/전영훈(대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사람이 도시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주택 문제, 환경오염, 주차 문제, 지역 쇠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쇠퇴한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시를 부흥시키는 도시재생 역시 그중 하나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배경에는 도시가 있다고 .. 2021. 4. 27.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글 김운하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 문장은 프랑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 자신의 최후이자 최대 걸작품이 될 작품에 스스로 붙였던 제목이다. 그는 죽기 5년 전, 자살을 결행하기에 앞서 자신의 생과 예술을 돌아보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작품에 매달렸다. 캔버스를 살 돈조차 없었던 그는, 길이만 해도 4.2 미터가 넘는 이 그림을 캔버스가 아닌 코코넛을 운반하는데 쓰던 삼베자루를 나무틀에 끼워 그렸다. 폴 고갱은 55세 때 1903년, 타히티에서 질병과 영양실조 상태 속에서 미완성 작인 을 그리던 중에 세상을 떠났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보다는 더 편하고 덜 힘든 쪽으로 .. 2021. 4. 26.
코로나19 시대의 '공동체' 코로나19 시대의 '공동체' 진행 이용원 / 정리·사진 이주연 참여 황유미(대전 동구 공동체지원센터 팀장)/문성남(대전광역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팀원)/석은자(대전 대덕구 덕암동 자치지원관) [소통, 신뢰,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동체 영역에 코로나19는 중요한 과제를 던져 줬다. 전염성 높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과 함께 이전보다 삭막한 분위기에서 2020년을 보낸다.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영역 역시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다. ‘함께할 때 가치 있음’을 보여 주던 공동체 영역은 과연 위기 앞에서 계속해서 연대할 수 있을까? 위기 속에 공동체는 어떤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집담회를 통해 밭에서 호미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 2021. 4. 26.
[왕밤빵] 자녀가 게임 그만두게 하는 법 [왕밤빵] 자녀가 게임 그만두게 하는 법 #21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확실히 기억나는 게 초4(11살)니까 아마 그 전부터 좋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엄마와의 전쟁(?)은 내가 대학생이 된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재미 말고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성취감' 은 게임을 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게임은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즉각 보상을 받는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아이가 언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자의든 타의든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근데 그 경쟁이 평생의 행복을 보장해주리란 확신은 없다. 내가 한 노력을 언제 보상받을.. 2021. 4. 23.
'희망'을 노래하다 - 45RPM 故이현배 씨 희망을 노래한 힙합전사, 45RPM 故이현배 씨를 기억하며 '희망'을 노래하다 - 45RPM 글 점필정 사진 이용원, 점필정 형이 자동차를 사라고 준 돈으로 클럽을 차렸다. 사람들에게 랩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만두가게 앞에서 1시간 넘게 떠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2만 원짜리 공연을 위해 10만 원을 들여 서울에 다녔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멜로디.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이들의 랩에는 만만찮은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러면서도 희망과 꿈을 놓고 있지 않은 게 이들의 음악이다. 45RPM. DJ가 사용하는 턴테이블에서 음반이 1분 동안 회전하는 속도 33RPM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다. 그리고 이들의 팀 이름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아지트 '아폴로' 이현배 씨는 형.. 2021. 4. 23.
ㄱ 하니, 우리사랑했던 그 시절 ㄱ 하니, 우리사랑했던 그 시절 정리 고추 때는 바야흐로 2016년 5~6월 빨간 장미가 담벼락을 모두 물들일 때, 이들은 이별을 시작했다. 피자빵, 앙버터, 김밥, 홍차, 네 사람은 2016년 5~6월에 연인과 헤어졌다. 서로 짠 것도 아닌데 비슷한 기간에 줄줄이 이별을 겪었다. 2년, 8개월, 80일까지 만남을 지속한 기간은 모두 달랐다. 5월이 시작하자마자 전염병처럼 이별이 번졌다. 한동안 고요한 평화가 마음을 적실 즈음 연인과 헤어진 네 사람을 한 자리에 모았다. “너무 잔인한 거 아닙니까?” 피자빵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노를 표현했다. 그래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말로 뱉고 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고 크게 아프지 않다는 말! 모두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는 의미로 노란 단무지가 이별 모임을.. 2021. 4. 23.
흑백이라고 다 같은 흑백이 아닙니다 흑백이라고 다 같은 흑백이 아닙니다 마스터인쇄 - 명경문화사 글·사진 김연정미 인쇄판을 만드는 작업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는 소부다. 인쇄기 실린더 롤러에 소부판을 말아 붙여 잉크로 종이에 찍는 과정이 인쇄다. 소부판이 금속이면 옵셋인쇄, 인화지면 마스터인쇄라고 부른다. 마스터인쇄는 표면 처리된 특수 재질 종이로 마스터페이지Master Page를 만든다. 원가가 저렴해 짧은 시간, 많은 페이지의 책자를 소량 인쇄하는 데 적합하다. 규격에도 제약이 없고 공정도 단순해 속칭 인쇄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쇄 방식이었다. 1980년대 초반 마스터인쇄기가 등장한 이후 마스터인쇄기를 통한 인쇄와 출판은 권력과의 가열한 싸움 한복판에서 대중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판금됐던 김지하의 첫 시선집 『타는 목마름』은 198.. 2021. 4. 23.
프린트 아니고, 프린팅 프린트 아니고, 프린팅 영진프린팅 글·사진 성수진 영진프린팅 신원식 대표를 만나는 자리, 카라그래픽스 유준 실장이 함께했다. 유 실장은 대전인쇄거리에서 30여 년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어 인쇄의 전 과정에 빠삭하다. 그는 “인쇄업 하는 사람들이 말수가 적어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취재에 도움을 주었다. 신 대표는 말수가 적은 대신 신중했고, 하는 말마다 뼈가 있었다. 그는 인쇄업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았지만,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 먼 곳을 내다봤다. 신 대표와 유 실장에게 옵셋인쇄 전반에 관해 이야기 들은 후, 이 일을 설명하는 두 가지 소제목을 골랐다. ‘사람의 손으로 하는 일’, ‘이웃 업체와 함께하며 오늘을 충실히 사는 일’이다. 과정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지만 결국 옵셋인쇄는 ‘사람’이 하는 일.. 202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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