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카테고리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사람31

음악은 교감하고 호응하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음악은 교감하고 호응하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비대면이 싫다 뮤지션 디안 글 이용원 사진 디안 제공 월간토마토 vol. 171. 1. 10년 만이었다. 그보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 정확하게 햇수를 헤아릴 기준이 될 만한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월간토마토》를 창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념 공연을 열었다. 그 공연에 ‘타묘’라는 팀을 초대했더랬다. 타묘는 이락, 소리, 디안, 세 명이 모여 만든 팀이었다. 공연장이 셋의 에너지로 가득 찼다. 이후 월간토마토가 운영했던, 북카페 이데에서도 몇 번인가 공연했다. 본인들이 가진 에너지를 음악에 실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탄탄한 팀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이 뜸했고 간혹 들려오던 소식도 슬며시 사라졌다. 타묘는 기억 창고 깊숙한 곳으.. 2021. 10. 5.
퇴사한 회사에 놀러 가 보았다 회사를 퇴사하고 회사에 놀러가기 신성현 글•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0. 8월 5일. 친구가 퇴사했다. 퇴사할 만했지. 매번 야근으로 하루를 불태우며 힘들다 했으니까.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다. 군 복무도 해군으로 세계 바다를 누비며 주방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런 친구가 불 옆에서 일하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답답할 만 하다. 친구는 퇴사하는 날 회사에 놀러 왔다. “뭐, 놀러 오라고 만든 책방이니까.” 남의 사무실 놀러 가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토마토는 이데 책방을 열었다. 책방은 사실 핑계다. 누구든 좋으니 놀러 왔으면 해서 만든 핑계다. 적어도 “야! 우리 사무실 놀러 와”보단 “책방 열었는데 와서 책도 읽고 쉬다 가”가 더 그럴싸한 핑계다. 어른은 영악해야 .. 2021. 9. 10.
"비건끼리 모임을 이루고, 지역 내에서 활동을 키우는 곳은 대전뿐일 거예요." "비건끼리 모임을 이루고, 지역 내에서 활동을 키우는 곳은 대전뿐일 거예요." 아삭아삭 안경선 대표 글•사진 양지연 월간토마토 vol. 170. 인터뷰를 위해 한 시간 반을 달려 충주에 도착했다. 매번 인터뷰하러 가는 길은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동행한다.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달려, 도착한 곳에서 안경선 씨를 만났다. 대전에서 약 5년을 살았던 경선 씨가 충주로 거처를 옮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본래 경선 씨는 대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었는데 대전과의 사이는 무척 끈끈하다. 대전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경선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스무 살에 처음 대전에 와서 비슷한 기간을 보냈던 나의 경우를 잠시 돌아볼 수 있었다. 경기도 안산 출신인 경선 씨는 여러 번 삶터를 옮겼다. 대학 생활과 첫 .. 2021. 9. 9.
오랜 단골 세탁소는 싱긋 웃으며 인사하면 충분하다 오랜 단골 세탁소는 싱긋 웃으며 인사하면 충분하다 미진세탁소 윤종수 씨 글•사진 이용원 월간토마토 vol. 151. 세탁소 다리미판은 골목을 향했다. 그 앞에 윤종수 씨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다리미질을 한다. 수십 년간 이어왔을 그 움직임에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골목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 중 하나다. 충청도에 온 지 5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경기도 말씨는 여전히 남았다. 미진세탁소 주인 윤종수 씨는 1965년 4월 30일에 충청도 보은땅을 밟았다. 스물다섯 살 때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산지와 나대지 등을 농지로 만드는 사업을 펼쳤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오래 살았던 경기도 양평을 떠났다. 보은에서 농지 만드는 일을 6개월 남짓했을 때였다. 새벽 2시쯤에 하숙집으로 돌아가는데,.. 2021. 9. 8.
노래 위에 쓰여진 일기, 어쩌면 같은 마음 노래 위에 쓰여진 일기, 어쩌면 같은 마음 밴드 피난 글 사진 이주연 딱 요즘 같은 날이다. 밴드 피난의 노래를 듣기 좋은 날 말이다. 늦은 밤까지 일을 한 뒤, 쌀쌀한 날씨 탓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는다. 적당히 밝은 멜로디를 까 보면 적당한 우울감이 남아 있다. 차분해지는 마음과 함께 오늘의 피로를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리 모두가 가진 고민과 우울이었다. 또다시 난 어디로든 가야 하지 살아가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지 나 길을 잃어버렸지만 나를 잃을 순 없네 오 날 따듯한 숨이 흐르는 세상에서 나를 좀 쉬게 해 주세요 나를 당신의 가슴에 숨겨줘요 숨 쉬게 해 줘요 중에서 노래 속으로 피난하다 “살.. 2021. 7. 19.
지하상가에서 사주를 보았다 지하상가에서 사주를 보았다 ‘천천히 성장할 것’이라는 그 말, 무턱대고 믿고 싶다 글 사진 이용원 출입문은 미닫이문이었다. 철제 골조에 유리를 끼워 만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한 명은 상담 중이고 여섯 명은 대기 중이었다. 공간 안에 남자라고는 타로 카드를 앞에 펼쳐 놓은 주인뿐이었다. 번호표를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리번거렸지만, 그런 건 없었다. 출입문을 마주본 정면 쪽에 어두운 천을 덮은 테이블 한 개가 놓였다. 공간 좌우 벽면에 붙여 빈틈없이 의자를 놓았다. 오른쪽에 붙은 의자 중 빈 자리가 보였다. 대기 장소에 낯 선 사람이 모이면 의자에 여백을 만들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듬성듬성 앉기 마련이다. 첫 만남에 지켜야 할 물리적 거리라는 것이 있다. 필요한 여백을 포기한 채 차곡차곡 당.. 2021. 7. 9.
만나야 할 것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만나야 할 것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장세철씨 글 사진 황훈주 “모든 책은 이어져 있어. 헌책의 바다는 그 자체가 한 권의 커다란 책이야.” “… 너 대체 뭐하는 아이니?” “난 헌책 시장의 신이야.” 중에서 1. 헌책 시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신기한 일을 관장하는 신이 정말 있을까? 갖고 싶었던 책과 우연히 만나게 하고, 헌책방이 거액의 매매를 드라마틱하게 성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신. 그런 신이 정말 있다면 나도 한번 만나 보고 싶다.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독서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는 사실 책에 대해 잘 모른다. 헌책 시장 신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게 많다. 나는 어떤 책을 만나야 할까요. 나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대전 동구 원동. 중앙시장 끝엔 헌책방이 모여 있다. 책은 책방을 넘어 거.. 2021. 7. 8.
룸비니에 지은 작은 대피소 룸비니에 지은 작은 대피소 네팔 음식점 룸비니 사르마 데벤드라 씨 글 사진 황훈주 #1. 일 년에 한 번씩, 가을에 연차를 몰아 쓰는 형이 있었다. “네팔에 갈 거야.” 형은 네팔이 좋다고 했다. 산 중턱에 숙소를 잡으면 일주일 동안 가만히 쉰다고 했다. 그게 좋다고 했다. 히말라야. 만년설. 그 중간에 숙소를 잡는 형에겐 그곳이 삶의 대피소였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곳에 있으면 한없이 마음이 여유롭다 했다. 다른 나라도 많지만 꼭 일 년에 한번씩 네팔로 여행 가는 형이 있었다. #2. “형. 셀파가 뭐에요?” 형은 카톡 이름 앞에 ‘셀파’라는 낱말을 썼다. “히말라야에 오를 땐 옆에서 도와주는 안내자가 필요하대. 셀파. 셰르파라고도 하는데 네팔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사람이야. 그들은 등반객의 짐을 .. 2021. 6. 30.
우리는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어요. 이곳에서 또 저곳에서도 우리는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어요. 이곳에서 또 저곳에서도 김진희 작가 인터뷰 글 양지연 사진 양지연, 김진희 제공 소제동 아트벨트에서 진행 중인 전시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를 관람한 이후에 라는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한 김진희 작가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취했다. 관객으로서 김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로 나를 초대했고 얼마 뒤에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김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 전시의 후기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것을 김 작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작가님, 보셨어요? 이번 전시 후기 중에 특히 팔남매집에서의 김진희 작가님 작품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며 작가님을 콕 집어 언.. 2021. 6. 11.
나를 살게 하는 음악 - 최지윤 보컬 트레이너 나를 살게 하는 음악 - 최지윤 보컬 트레이너 글 김예인 사진 김예인, 최지윤 제공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모여 조용히 집중하는 그 광경은 지금 생각해 봐도 아주 신기하다. 음악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지 알려 주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어릴 때부터 가수를 동경해왔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기분은 어떨지, 저렇게 잘 부르는 건 무슨 느낌일지, 내 소리를 집중하여 듣는 관객이 앞에 있다면 어떨지가 궁금했다.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 호기심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다 보컬 학원을 등록했다. 복식 호흡과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소리와 가성을 내는 방법, 바이브레이션 등 기본적인 부분을 배웠다. 나를 가르친 보컬 선생님은.. 2021. 6. 7.
4차원 탐구생활 4차원 탐구생활 남들과 다른,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사차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차원이라고 부르면서도 정작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준비한 사차원 탐구생활.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사차원을 파헤쳐보자. 사차원의 세계로, Are you ready? 글 박숙현 - 사차원의 탄생 - 그들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에 관한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할 뿐이다. 그 가운데서 비교적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이론이 바로 혹자가 주장하는 ‘순수 인간설’이다. 다시 말해 하얀 도화지 같이 그들은 이데올로기와 주입식 사고에 물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획일화된 교육,.. 2021. 5. 24.
생활 속 다름 생활 속 다름 글 박숙현 가족이든 친구든 함께 지내다 보면 가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별것 아닌 거 같지만 사소하게 느껴지는 생활 속 다름. 그 다름을 찾았다. 주의) ‘이런 사람이 어딨어?’ 따지지 말자. 이런 사람이 있다. #1.[버스 안] “벨 언제 누르나요?” 친구 B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내려야 하는 정류장이 다가온다. B 왈 “벨 눌러.”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A. 조급한 B가 벨을 누르고 말한다. “야. 너 왜 벨 안 눌러.”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에게 A는 말한다. “내리기 전에만 누르면 되잖아. 내릴 때 누르려고 했지.”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버스에서 내린 C의 혼잣말. “이래서 벨은 누가 누를 때까지 안 누르고 기다려야 한다니깐.” #2. [라면 끓일 때] “스프, 언제 .. 2021. 5. 18.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글 암바사 *원루머(one-roomer는, one-room과 사람을 나타내는 ‘er’이 합쳐진 단어로, 암바사가 급조한 단어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이곳에서 생활 한지 일 년이 지났다. 때때로 이 도시는 내게 따뜻하기도, 잿빛의 콘크리트이기도 했다. 단칸방에 누워 쓸데없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공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특별히 애정 쏟을 일도, 가슴 한쪽이 텅 빌 일도 딱히 없다. 다른 청춘들은 어떻게 사는지 물어봤다.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이었다. 1. 닉네임: 울뜨라 (남, 28, 직장인) Q.원룸에 얼마나 .. 2021. 5. 12.
시라는 굴레, 시인은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나태주 시인 시라는 굴레, 시인은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나태주 시인 - 글·사진 박숙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통 서정시를 대표하는 나태주 시인과의 만남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울 거로 생각했던 인터뷰는 탁구 같았다. “인터뷰는 짧게 전투적으로 한다.”라는 그의 말마따나 나 시인은 기자의 질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치고받고 해야 속에 있는 것이 탁 나오면서 해결이 돼요. 짧게 결판 보죠. 근데 오늘은 좀 길게 하네.”라고 웃음기 없이 말한다. 그러면서 “기사를 전투적으로 써 달라.”라고 덧붙인다. 진지하게 말하는 나 시인을 유심히 바라보니 입가에 살짝 미소가 서려있다. 그 모습에 친근한 느낌이 들 쯤 “가능하면 시인이 안 되는 게 좋아요.”라는.. 2021. 5. 11.
으능정이 부루어리 - 김지훈 양조사 으능정이 부루어리 - 김지훈 양조사 기억에 남는 술이 있으신가요? 네, 저는 있습니다! 글·사진 정현구 2017년, 무심코 찾은 축제에서 마음에 쏙 드는 와인을 찾았다. 묘사하자면 복숭아 향이 나고, 단맛이 그 뒤를 따른다. 마치 과일 젤리를 먹는 듯, 화사한 향이 입을 가득 채운다. 포도라는 본질을 잊지 않게 하려는 듯, 화사한 향이 걷혀갈 때 즈음 혓바닥 위엔 옅은 포도 향이 머문다. 묵직한 향과 깊은 감칠맛은 부족하지만 분명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매년 말,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이 열린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출품한 와인과 맥주 등 다양한 술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다. 2017년 처음 찾은 뒤, 좋아하는 축제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와인페스티벌.. 2021. 5. 11.
육아빙자 인생만화 - 웹툰작가 소만 육아빙자 인생만화 - 웹툰작가 '소만' 글·사진 김예인 친구들과 만화책을 서로 돌려가며 보고, 다음 권 누구한테 있냐며 행방을 찾던 시절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며 인터넷으로 들어온 만화는 웹툰이 되었고 나는 고등학생 때 처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가 생겼다. 웹툰 속 인물의 대사가 힘과 위로를 줬고 이해되지 않던 다른 이가 이해되는 경험도 했다.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이다. 로맨스 웹툰일 경우 약간의 대리 만족도 함께. 웹툰을 챙겨보는 사람으로서 웹툰 작가의 삶이 궁금했고 작품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듣고 싶었다. 지난 4월 대전웹툰캠퍼스 입주 작가 천정연 작가를 만났다. 천정연 작가의 필명은 ‘소만’으로 삶이 소소하고 충만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 2021. 5. 10.
저녁은 있지만, 미래는 없는 것처럼 - 한량 꿈나무 윤명석 저녁은 있지만, 미래는 없는 것처럼 한량 꿈나무 윤명석 글·사진 이주연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에서 박명수가 했던 말이다. 그저 생각 없이 탱자탱자 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난히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늘 드는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명석이를 보면 그 의구심이 깨지곤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고 그저 자기 살 정도로만 벌면서 노는 베짱이다. 그를 보면 ‘그래, 저렇게 사는 게 진짜 노는 인생이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당일에 만난 명석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저녁은 있지만,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신나게 웃어 재낀다. 올해로 대학 생활 10주년을 맞이하는 명석이는 올해도 졸업할 마음이 눈.. 2021. 5. 7.
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토마토 동행_ 소셜여행 ‘소제골목과 대동마을을 거닐며 글 염주희 사진 염주희, 이은호 1. 사람 여행을 떠나요 “매번 똑같은 코스를 다니면 지겹지 않으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것이에요. 매번 오는 사람이 달라서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이 있어요. 저는 앞에서 설명하느라 여행자 얼굴을 보는데, 여행지에 온 사람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호기심에 차 있어요. 저는 그들의 눈에서 행복을 읽고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그런 즐거움에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대전에 살며, 대전을 소개하고, 대전을 누구보다도 아끼는 사람, 진돌 박진석 대표의 말이다. 대전역 호국보훈광장(동광장) 철도 영웅 동상 앞에서 처음 만난 그는 간단한 인사.. 2021. 4. 30.
강물 아래 또 다른 강물이 흐르듯이 강물 아래 또 다른 강물이 흐르듯이 - 김채운 시인 글·사진 황훈주 공심채 볶음은 베트남에서 배웠다. 그들은 모닝글로리라고 했다. 베트남을 다녀와서도 한동안 공심채 볶음을 해 먹었다. 26살때 일이다. 지금도 공심채 볶음을 해 먹을 때면 나는 베트남을 생각한다. 엄마와 처음 간 해외여행이었다. 엄마는 나팔꽃을 키웠다. 엄마는 아파트 작은 베란다에 나팔꽃을 키웠다. 내가 아직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다. 엄마는 아마 나에게 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잊고 있던 기억인데 시를 읽다 문득 선명히 그날 기억이 떠올랐다. 시는 다섯 줄밖에 안 됐다. ‘아침이 저물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시의 부제는 ‘나팔꽃에게’다. 시가 마음에 들어 나팔꽃에 대해 찾아보다 나팔꽃이 영어로 모닝글로리란 걸, 공심채와 나팔꽃.. 2021. 4. 30.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 - 강래설 씨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 - 강래설 씨 글·사진 이주연 대부분이 그러하듯 삶이란 게 뜻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강래설(65세) 씨는 제법 운이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돌이켜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꿈꾸던 일을 하지도 못했지만 좋은 영향과 경험, 사람들 속에서 성장했고, 살아왔으며, 살고 있다. 대전을 벗어난 적 없는 강래설 씨는 책임감 강한 부모님을 만나 건강하게 자랐다. 흐름 따라 선택한 교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았다. 대학 졸업 후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쳐 온 그는 지난 2018년 정년퇴임을 했다. 이후 그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강래설 씨는 다양한 취미를 즐겼고, 좋아하는 여행을 꾸준히 해 왔다. 밝고 높은 목소리가 그의 삶.. 2021. 4. 27.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