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육각형의 껍데기1 마음의 건축 마음의 건축 글·그림 이혜정 마음이 끝나도 나는 살아 있구나 숲길을 걸으면서 그가 결국 벌집을 깨트렸던 것을 떠올렸다 걸어갈수록 숲길은 더 어둡고 가끔 무슨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시는 시간이 오래 흘러 내가 죽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때는 아름다운 겨울이고 나는 여전히 친척의 별장에 있다 잔뜩 쌓인 눈이 소리를 모두 흡수해서 아주 고요하다 세상에는 온통 텅 빈 벌집뿐이다 그런 꿈을 꾼 것 같았다 (황인찬, 〈건축〉 부분,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읽히지 않는 책도 있고 읽어도 모르는 책도 있다. 황인찬의 시는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잘 읽히지만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데, 그 이해되지 않음이 아름다운 여백을 만들어 낸다. 그 여백에는 남은 시간들이.. 2021. 4. 2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