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세상에 시가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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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세상에 시가 내렸으면

by 토마토쥔장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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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세상에 시가 내렸으면

042 시팔이

0, 4, 2

 

정현구 사진 042시팔이 제공


내가 직장에 다닐 때의 아침은 같았다. 전날 7 즈음 알람을 맞춰 놓은 , 알람이 울리거든 5 알림을 2, 7 10 즈음 잔뜩 굳어버린 관절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걸렀다. 아침의 따끈한 한술보다 포근한 이불 속이 좋았다. 양치하고 지하철을 타는 데까지 15분이다. 7 즈음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지하철엔 앉는 자리가 있다. 칸의 양쪽 끝자리, 사람이 중간 칸보다 적고 한쪽 팔이 자유롭다. 아침은 반쪽짜리 자유로 시작한다. 직장에 다닐 , 아침은 같았지만, 기분은 달랐다. 가방에 넣어둔 책이 어떤 책인지, 책의 어느 구간을 읽고 있는지가 아침의 기분을 좌우한다. 회사까지 30분은 가야 한다. 장편소설에겐 너무 짧은 시간. 단편 소설과 산문처럼 호흡이 짧아도 괜찮은 책을 읽었다. 유난히 찌뿌둥한 날엔 시집을 꺼내 읽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 넓은 틈을 즐겼다. 편의 시를 읽고 되새김질하듯 질겅질겅 꺼내 씹으면 시에 흠뻑 젖어든다. 벌써 내릴 때가 되었네, 싶을 정도로 흠뻑 젖어든다.

 

 

시는 많은 것을 잡아둔다. 시에 몰입하는 순간 언어 사이 의도된 틈이 시선과 감정을 붙잡고, 흐르는 시간마저 메어둔다. 시와 나만 남는다. 이번에 만난 042시팔이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밥상처럼 시를 짓고, 내어준다.

 


 

042시팔이는 메일과 편지르 통해 독자와 소통한다

 

042시팔이

 

042시팔이는 문학 전공자 3명 0, 4, 2가 모여 만든 시 메일링 서비스. 청년모락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사람들에게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링크를 통해 관련된 사연을 받는다. 그중 6명을 추첨해 그들 사연을 주제로 시를 지어 돌려준다. 15일과, 30 안부와 취향에 대한 편지를 보내고, 30 편지와 함께 시를 보낸다.

 

이메일로 받길 원하는 사람에겐 이메일로, 우편으로 받고자 하는 사람은 마지막 편지와 함께 A4용지에 출력한 시가 도착한다. 익명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0, 4, 2 그들의 활동명이다. 대전의 지역성 나타내려고 지역번호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인터뷰 , , 후에도, 그들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심지어 누가 0, 4, 2인지조차 없었다.

 

문학을 전공한 그들은 시를 쓰는 것에서 발짝 나아가 시를 소재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로 했다. 출판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독자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어 편지를 선택했다. 독자의 생각을 듣는 외에도 얻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 부딪혀 살다 보면 글 쓰는 게 등한시되더라고요. 프로젝트로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그리고 옆에 같이 시를 쓰는 동료가 생겨서 소속감과 연대감도 얻었고요.”

 


 

편지를 씁니다

 

042시팔이는 매달 중순과 , 통의 편지를 보낸다. 독자 사연과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다른 편지를 쓴다. 우편을 선택한 독자에게는 안경원이나 보험사에서 보내는 복사된 편지가 아니라 편지지 뒷면에 잉크가 번져 오르게 한 자씩 꾹꾹 적은 손편지 도착한다.

 

소와다리 출판사의 진달래꽃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2015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경성에서 소포 이벤트를 진행했다. 진달래꽃을 주문한 독자에게 김소월의 본명인 김정식의 이름으로 당시 경성 우체국의 우표와 도장을 찍어 소포 형태로 보냈다. 안에 첨부한 엽서엔 “제 詩(시)는 사랑을 받고 있나요, 그때쯤은 獨立(독립)을 했을런지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마치 김소월이 미래의 독자에게 보낸 편지를 받는 같다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042 시팔이는 편지가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음 보았다고 한다. 본인들의 시와 역시 그러길 바란다고 했다. 편지와 모두 대중적인 분야는 아니기에, 독자에게 낯설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주고 싶다고 했다.

 

나도 때로 편지를 쓴다. 카카오톡의 편리함과, 효율을 버리려고 일부러 느린 방법을 택한다.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게 쓰는 문장이 담는 무게와, 상대의 기분과 전하고 싶은 말을 곱씹는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 연습장에 미리 적어본 , 편지지에 옮겨적는다. 글자라도 틀리면, 버리고 다시 쓴다.

 

이야기를 042시팔이에게 이야기하니 공감한다며, 천천히 편지를 쓰며 독자를 상상하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타인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자체가 좋다고 했다. 편지는 3명이 각각 2명에게 쓴다. 편지를 보내고, 서로 내용을 읽어보면 3명이 각자 다른 색깔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재미있다 했다. 사람의 편지만 받아볼 있는 독자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한다.

 


 

시를 씁니다

 

편지와 함께 042시팔이는 매달 독자가 보낸 사연을 소재로 삼은 시를 보낸다. 프로젝트 전에도, 그들은 시를 썼다. 평소 합평과 모임을 하곤 했던 그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만난다. 그들은 평소 다른 분야의 예술인은 자주 보았지만, 시인은 상대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쉬웠기에 프로젝트가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 있는 창구가 되길 바랐다.

 

시로 먹고살 없더라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인상 깊게 읽었다는 시의 구절을 읽어주며 말을 이었다.

 

“김언희 시인의 시 중에  ‘견딜 수도 피할 수도 떨칠 수도 없는 생각 창자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이라는 문장이 와 닿았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그 문장 같다고 생각해요. 창자를 물고 늘어지는 고통스런 감정이 계속 드니까 써요. 시로 먹고살 수 없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시를 놓을 수 없어요. 시를 쓰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네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대전문학관에서 들었던 박준 시인의 강연이 떠올랐다. 박준 시인은 시로 먹고살 있는지, 시를 쓰는 것은 어떤 소명인지.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엔 얼마나 많은 감정의 응어리가 고여있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다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편지 통과, 편을 쓰기 위한 분투의 시간이 그려졌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4월부터 6월까지, 매달 새로운 주제로 독자의 이야기를 듣는 042시팔이 프로젝트는 지원사업 종료 날짜인 6 막을 내린다.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을 묻는 나에게 매달 편지와 시를 쓰는데 바빠 마주 보지 못했다며 처음 프로젝트를 만들 세운 목표를 이야기해 주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시를 쓰는 청년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저희를 중심으로 시를 쓰는 창작자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번엔 독자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다음엔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프로젝트가 종료되며, 독자의 사연으로 지은 시는 권의 책으로 엮인다. 물성을 지닌 책이 남고 주고받은 인연이 남으니, 042시팔이는 겉으로 소멸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04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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