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르포'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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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3

어디유, 여기유 어디유, 여기유 글 정덕재 내가 종종 머무는 농막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남짓 나가면 면사무소가 있다. 대개의 면소재지가 그렇듯 관청 근처는 번화가다. 규모가 있는 군청 정도라면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겠지만 면사무소 주변은 그렇지 않다. 새마을 운동 때 개량한 이후 한 번도 손을 보지 않은 것 같은 가게 지붕은 이곳이 늙어 가는 작은 시골마을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약국 두 개, 슈퍼마켓 두 개와 구멍가게 한 개, 농약을 파는 철물점 두 개, 꽈배기와 찐빵을 파는 분식집, 그리고 고만고만한 식당 몇 개가 네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면사무소 근처를 가는 주된 이유는 짜장면이나 속풀이 짬뽕을 먹기 위해서다. 그곳에는 간판을 단 중국음식점이 세 개가 있다. 한 군데는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해 정상적.. 2021. 7. 21.
혹시, 이런 된장 혹시, 이런 된장 정덕재의 일상르포 글 정덕재(시인, 르포작가) 된장녀와 된장남이라는 유행어가 나오면서 된장이라는 말이 다소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된장이 있는 밥상은 여전히 정겹다. 직장인들은 점심때마다 ‘오늘은 뭘 먹지’ 이런 고민을 반복해도 정작 메뉴는 그동안 먹었던 음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색다르게 파스타를 먹자는 만년 과장의 제안에 직원들은 무리수를 두지 말라며 “된장찌개 드시죠”, “김치찌개 어떤가요?” 이런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혼밥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도 어머니가 끓여 주는 된장찌개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신메뉴를 한방에 정리하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길든 음식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맛의 보수성 때문이다. .. 2021. 5. 11.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글·그림 이파 두 임산부가 만났다. 기차역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임신 9개월, 임신 5개월에 접어든 두 임산부가 배를 내밀고서 손을 맞잡는다. "언니, 진짜 배 많이 나왔다!" 임신 9개월 된 배는 덮개를 덮은 유모차 같다. 그에 비하면 임신 5개월은 아무것도 아니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든 임산부는 그 배를 보며 현실을 깨닫는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구나. 내 배도 저렇게 되겠구나. 어떻게 배가 저렇게 부풀어 오를 수가 있단 말인가. 저런 일이 내 몸에서 일어난다고?!?! 두 임산부는 대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왔고 둘 다 마흔의 나이에 가까워졌으니 20년 가까이 서로를 알고 지낸 셈이다. 여태 여러 모습을 보아 왔으나, 그중 가장 충격적인 외양으로 마주할 줄은 몰랐다...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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