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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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는 마음 길을 지나는 마음 노은역 지하상가 글 사진 황훈주 노은역에도 지하상가가 있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 노은역에 내려 노은역 동편광장까지 이어진 지하상가를 걸었다. 통로 양옆으로 7-8 가게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오직 단 한 곳 ‘참치하루’만 불을 켜고 장사 중이다. 현재 시각은 6시 20분. 노은역에 내린 승객들은 빠르게 지하상가를 빠져나간다. 무심하게 지나는 인파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문 닫은 가게 안을 살펴본다. 테이블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테이블 위 수저통까지 그대로 놓여 있다. 가게 곳곳에 ‘현 위치 임대’라는 글씨가 붙었다. 마치 급하게 자리를 피한 듯한 가게 모습은 쓸쓸하다. 지하상가 끝에는 한때 마트에서 사용했을 냉장고가 방치되어 있다. 분명 존재하는 공간이지.. 2021. 7. 26.
지표면 아래, 우리가 만들어 둔 '틈'이 존재한다. 지표면 아래, 우리가 만들어 둔 ‘틈’이 존재한다 글·사진 이용원 대전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시내’에 나가는 문화다. 이걸 문화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외지에서 온 사람은 ‘시내’라는 말을 들으면, 의아함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쳐다본다. 이 큰 도시에 ‘시내’라는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일 게다. 시골 마을에서 읍내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대전에도 상권이 밀집한 크고 작은 시가지는 많다. 그러나 ‘시내’를 뺀 나머지는 그냥 행정동 이름으로 부른다. 둔산동, 탄방동, 봉명동처럼 말이다. ‘시내’는 흔히 은행동 일대를 이야기하지만, 말하는 사람마다 권역은 조금씩 다르다. 사람마다 주요 활동 반경이 다르니 ‘시내’를 정확하게 획정할 수는 없다. ‘대전 시내’는 과거 여러 단관 극.. 2021. 7. 23.
옷 만들 줄 알아야 고칠 수도 있지 옷 만들 줄 알아야 고칠 수도 있지. 중앙로지하상가 맵시나 수선 김동성, 김제일 씨 글 사진 황훈주 “옷 수선집은 어디로 가면 될까요?” “수선집은 지하상가 내 한 7개 정도가 있어. 대부분 여기서 가까워. 뭐? 가장 오래 한 곳 찾는다고? 대부분이 지하상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있던 곳이야. 정확히 어디가 맨 처음인지는 모르겠네.” 중앙로지하상가 분수대 경비 아저씨는 맵시나 수선집을 소개해줬다. 여기서 제일 가깝고, 또 오래 한 곳이라 했다. 과거 티브이 토크쇼에서 “패션의 메카는 대전 지하상가”라고 말할 만큼 중앙로지하상가 내 옷집이 많다. 중구청 홈페이지에서 의류 상점이 약 61%가 있다고 확인 할 수 있다. 수많은 옷집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드문드문 수선집이 보인다. 가게 앞엔 대부분 “구형자켓을 .. 2021. 7. 23.
사람 사는 거 다 마찬가지예요~ 역전지하상가 청송슈퍼 성문금 씨 “사람 사는 거 다 마찬가지예요~” 글 사진 이용원 손수레를 빨간색 천으로 감싸 눈에 확 들어온다. 빨간색 천에 흰색 글씨로 냉커피, 냉식혜, 냉매실 등이 적혔다. 눈에 정확하게 들어와 꽂힌다.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인다. 시인성이 아주 좋은 디자인이다. 그 손수레를 천천히 밀며 걷는 모습이 흡사 대전천 옆이라도 걷는 듯하다. 그 익숙함이 얼마나 오랫동안 성문금 씨가 그 길을 오갔을지 짐작케 한다. “선희 엄마~” 얼마간 걸었을 때 한 숙녀복 매장에서 주인이 나와 성 씨를 부른다. 역전지하도상가에서 그는 본명대신 선희 엄마로 통했다. 막내딸 이름이란다. 가게에 따라 들어가자 서랍을 열고 돈을 꺼내 건넨다. 낮에 마셨던 음료 값을 치르는 중이다. 성 씨는 특별히 배달이 있어서.. 2021. 7. 22.
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 역전지하상가 서울가발박사 조희숙 씨 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 글 사진 황훈주 역전지하도상가, 트레일존이라 불리는 이곳엔 공예품 전시 판매장이 있다. 대전역 지하철에서 내려 지하상가로 걸어가면 처음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1983년에 처음 조성한 공예품 전시 판매장은 대전방문의해를 맞아 2019년에 대전시 주관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대전 지역 공예인들이 모인 상가 지역이다. 그 첫머리에 언제나 한자리에 앉아 가발을 만드는 가게가 보인다. 창문엔 ‘서울가발박사’라고 글씨를 붙였다. “계속 앉아 있으니까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지하상가 중에서 제가 제일 열심히 일하는 것 같대요. 그러면 가끔 저도 이렇게 말해요. 제가 조선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요.” 올해 66세. 양띠라고 .. 2021. 7. 22.
A구역부터 D구역까지 대전중앙로지하상가 강병태 경비반장 A구역부터 D구역까지,파란 바둑돌처럼 듬직하게 글 사진 이용원 중앙로지하상가 강병태 경비반장 대전중앙로지하상가 D구역 끝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무대 객석 의자 맨 윗부분, 중간 기둥 옆에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대전중앙로지하상가 경비반장 강병태 씨 자리다. 중앙로지하상가에는 모두 10명이 경비로 일한다. A구역부터 D구역까지 각 한 명씩 24시간 2교대다. “저는 7년 정도 일했어요. 일자리 소개해주는 곳을 통해서 들어왔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편하게 앉아 있는 걸로 보일지 몰라도 할 일이 무척 많고 고된 일이에요.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하루 쉬고 또 나와서 일을 하는 것도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근무 방식이고요.”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한 가게 주인이 찾.. 2021. 7. 22.
오는 손님 모두가 고마워 웃을 수밖에 오는 손님 모두가 고마워 웃을 수밖에 중앙로지하상가 바로그집 신순금 씨 글 사진 황훈주 백종원도 말했다. 입으로 느끼는 맛은 30%라고. 나머지 70%는 몸으로 느끼는 맛이라 했다. 맛집에 간다는 건 때로는 그 집에서 느낀 기억들이 그립기 때문이다. 대학교 신입생 때 선배들과 처음 간 술집, 비 오는 날 포장마차, 하굣길에 들리던 분식집 등. 그러니 좋아하는 맛집이 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면 그것만으로 너무 고맙다. ‘바로그집’. 중앙로지하상가에 가면 한 번쯤 꼭 들르게 되는 분식집이다. ‘자려고 누우면 딱 생각난다’는 떡볶이로 유명하다. 전국에서는 아이스크림 떡볶이로 유명하다. 중앙로지하상가가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운터 앞엔 시종일관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바로그집 대표, 신.. 2021. 7. 9.
지하상가에서 사주를 보았다 지하상가에서 사주를 보았다 ‘천천히 성장할 것’이라는 그 말, 무턱대고 믿고 싶다 글 사진 이용원 출입문은 미닫이문이었다. 철제 골조에 유리를 끼워 만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한 명은 상담 중이고 여섯 명은 대기 중이었다. 공간 안에 남자라고는 타로 카드를 앞에 펼쳐 놓은 주인뿐이었다. 번호표를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리번거렸지만, 그런 건 없었다. 출입문을 마주본 정면 쪽에 어두운 천을 덮은 테이블 한 개가 놓였다. 공간 좌우 벽면에 붙여 빈틈없이 의자를 놓았다. 오른쪽에 붙은 의자 중 빈 자리가 보였다. 대기 장소에 낯 선 사람이 모이면 의자에 여백을 만들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듬성듬성 앉기 마련이다. 첫 만남에 지켜야 할 물리적 거리라는 것이 있다. 필요한 여백을 포기한 채 차곡차곡 당.. 2021. 7. 9.
두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두 상가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었다 캐릭터로 보는 지하상가 두 개의 정체성 글·사진 양다휘 모든 도시가 일관성 있는 강력한 디자인 정체성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뚜렷하게 정해진 이미지 없이 도시 브랜딩을 고민해 온 대전인 만큼, 각종 지역 관광과 관련한 기획에 공동체적 논의와 일상적 고민이 필요하다.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도 일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탄생시켜야 한다. 개성과 통일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는 짐 하나 없이 구경만 하더라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길다. 최근 중구청 방면의 출입구 쪽으로 가보지 않았다면 이 지하상가에 대표 캐릭터가 있다는 걸 모르기 쉽다. C구역 공연장 앞에서 옷걸이로 머리장식을 한 두꺼비 친구들을.. 2021. 6. 30.
동굴, 지하도상가로 재현하다 동굴, 지하도상가로 재현하다 글 이용원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는 '동굴'과 만난다. 따가운 햇볕과 눈보라, 맹수 등을 피해 몸을 안락하게 뉠 수 있는 곳이었다. 때로는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려 흔적도 남겼다. 사방이 최대한 막혀 좁고 어두컴컴한 곳은 두려운 대상인 반면, 동물이든 사람이든 외부 시선에서 나를 지켜주는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이런 동굴살이 경험은 인류 DNA를 통해 전해져 우리에게 자기 동굴을 갈망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뒷산을 헤매고 다니다가 동굴이라 하기엔 좀 민망한, 움푹한 곳을 발견하면 비집고 들어가 앉아 있었다. 비 오는 날 마당에 커다란 아버지 우산을 펄쳐 놓은 채 그 아래 들어가 빗소리를 들었다. 어두컴컴한 장롱에 들어가 뭉개다 그대로 잠이 들기도 하고, 풀 .. 2021. 6. 24.
대전역전지하상가의 작은 책방을 아나요? 바다를 건너온 서적이 모이는 곳 해풍사 글 사진 이지선 계절을 가리지 않고 북적이는 대전 중앙로지하상가를 빠져나와 대전역으로 가는 역전지하상가에 들어서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저 다리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마치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에 놀러 온 기분이다. ‘지구촌 양말, 양말 천국’부터 가발을 파는 ‘야누스’, ‘미성모자’, ‘화개장터’까지 이름마저 특색 있는 간판 사이에 ‘해풍사’가 있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모이는 곳. 이름마저 멋들어진 이곳은 외국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주인의 눈길을 피할 조금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 3평 남짓한 서점에 들어서자 주인은 젊은 아가씨가 웬일인가 싶은 눈으로 “어서 오세요”라며 짧은 인사를 전한다. 작은 공간을 둘러싸고 ..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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