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생활방식 - [욕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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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지식

불편한 생활방식 - [욕실에서]

by 토마토쥔장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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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생활방식

'6.5ℓ가 의미하는 것, 욕실 아주 불편하게 쓰세요!'

조지영

출처 : pixabay

 




언젠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국 모든 인구가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게 되면 지구는 물에 잠길 거야.”


상상해 봤다. 13억이 넘는다는 중국 사람들이 모두 수세식 변기를 사용한 후 물을 내린다면?

 



어렸을 적 TV 드라마에서 본 욕실 장면은 로망이었다. 하얀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며 이를 닦고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하며 샤워기를 사용해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 후에는 시원하게 물까지 내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거울 대신 하늘을 봤으며, 세면대 대신 양은 세숫대야, 샤워기 대신 바가지, 좌변기 대신 밑이 휑하게 뚫린, 게다가 냄새까지 고약한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물론 지금은 어린 시절 그렇게 꿈만 같았던 욕실에서 수준 높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사를 굳이 뒤로 하고 욕실 사용에 있어 불편한 생활방식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가게 된 어느 공중화장실 안의 설명 때문이었다. 대충 대, 소변을 본 후 배설물의 성격에 따라 물을 大 小로 가려서 내리라는 거였는데, 거기에 같이 쓰여 있던 것이 ‘大  5ℓ, 小 3ℓ’라는 것이었다. 

 

‘난 매번 종류와 상관없이 大만 내렸는데…?무슨 화장실 변기 물 한 번 내리는데 5ℓ의 물이 사용된다는 것인지.'

 


우리나라가 진짜 물 부족국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맑은물을 그냥 버린다는 것은 아무튼 생활하수만 늘리는 꼴이다. 또한 샘에서 물을 길어 쓰지 않는 이상 수돗물을 사용하기까지 드는 전기에너지, 자원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며, 필요 이상으로 쓰인 물이 버려지고 난 후 정화시키기 위한 시간과 비용 또한 들 것이다. 쓰지 않은 깨끗한 휴지를 그냥 버려 뭣하러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덧없이 채운단 말인가.

 


급한 마음에 나의 생활에서 생활하수를 줄이기 위해, 물을 아껴 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무작정 물을 아껴 써야 하니까 조금씩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내가 물을 어떻게 그냥 흘려보냈는지 궁금했다. 특히 욕실에서. 




#1 [양치질]
모두에게 물어보겠다. 나는 양치질을 할 때 컵을 쓰는가, 안 쓰는가? 이 차이는 엄청나다. 나는 컵을 쓰지 않았다. 수돗물을 틀어놓은 채로 양치질을 했다. 컵을 써보기도 했지만, 왠지 귀찮고 답답했다. 하지만 양치질 때 컵을 사용하고 안사용하고는 실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수치 측정을 위해 두 가지 방법으로 집에서 실험을 했다. 평소처럼 수돗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해보고 다른 하나는 컵을 사용해봤다. 컵을 계량하기 쉬운 500㎖짜리 컵을 사용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한 결과 나는 물을 총 5ℓ(5,000㎖)를 사용했다. 반면 컵을 사용한 결과 양치질을 하는데 사용되는 물은 500㎖였다. 무려 10배차이다. 그 동안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겨우 500㎖짜리 생수 한 병으로 할 수 있는 양치질을 생수 10병으로 한 것과 같은 결과다. 바보. 돈으로 치자면, 500원짜리를 5천원에 바가지를 쓰고 산 것과 같은 셈이다. 정말 바보스럽기 그지없다. 양치질은 꼭 컵을 사용해야 한다.

 




#2 세수
물론 세수할 때도 수돗물을 틀어놓고 했다. 어린 시절 로망이었던 새하얀 세면대에 서서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고 말이다. 세숫대야를 쓰면 되었겠지만, 세숫대야에 물을 받고 쪼그려 앉아서 세수하는 것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었다. 사용되는 물을 측정해봤다. 물론 두 가지 방법으로. 하나는 평소 습관처럼 수돗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했다. 얼굴에 물을 묻힌 후 폼클렌징을 덜어 거품을 내고 얼굴을 닦은 다음 수돗물을 틀어놓고 헹궈냈다. 이렇게 세수 하는데 사용된 물은 총 7ℓ(7,000㎖)였다. 

 

그 다음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세수를 해보았다. 세숫대야에 총 물을 3번 받아냈으며 3번 정도 헹궈내니 말끔했다. 첫 번째 받은 물은 좀 많이 약 3ℓ, 두 번째, 세 번째 물은 조금씩 약 1ℓ씩 받아서 사용했다. 세숫대야를 사용해 세수를 한 결과 물은 총 5ℓ가 사용되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했을 때보다 세숫대야를 사용했을 때 최대 2~3ℓ의 물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3 머리 감기
내 머리는 귀 밑으로 약간 내려오는 단발머리다. 평소에도 머리를 감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머리를 감을 때는 샤워기를 사용했다. 머리를 물에 적신 후 샴프를 하고 샤워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헹궈냈다. 이렇게 머리를 감을 때 사용되는 물은 약 8ℓ였다. 생각보다 적다. 물론 측정을 위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머리카락을 헹궈보았다. 세숫대야에 물은 4번 정도 받았으며, 각각 물을 6ℓ정도씩 받아서 사용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머리를 감은 결과 총 20~24ℓ정도의 물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머리를 감을 때는 샤워기를 이용하는 것이 최대 18ℓ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이것 또한 엄청난 결과다. 예상을 뒤집고 샤워기를 이용해 머리는 감는 것이 많은 양의 물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4 샤워
샤워할 때 사용되는 물은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욕실 하수구를 막고 물을 잴 수 도 없고 아주 좁은 욕실에서 욕조를 놓고 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머리 감을 때처럼 샤워기를 이용해 빨리 헹궈내는 것이 물을 더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욕실에서 양치질, 세수, 샴프, 샤워를 하는 데는 매우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된다. 그것도 매일 물이 소비된다. 평소 습관대로라면 양치질하는데 5ℓ, 세수하는데 7ℓ, 머리 감는데 8ℓ, 샤워하는데 사용 되는 물(정확히는 모름)까지 매일 약 20ℓ+a(샤워하는 물) 이상의 물을 소비한다. 샤워 빼고 소비되는 물만 이야기 하자면, 20ℓ의 물은 500㎖ 생수 40개의 양이다. 하지만 직접 실험해 본 결과 물을 적게 쓰는 방법으로 매일 욕실을 사용한다면 양치질하는데 0.5ℓ, 세수하는데 5ℓ, 머리 감는데 8ℓ(샤워 제외), 총 13.5ℓ의 물을 소비한다. 무려 6.5ℓ 절약이다. 500㎖ 생수 7개가 절약되는 셈이다. 

사람이 하루에 꼭 섭취해야 할 물이 2ℓ라고 한다. 욕실에서 물을 적게 쓰고자 노력한다면 사람 3명 정도가 매일 섭취해야 할 물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매일 절약된 6.5ℓ의 물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생명의 물이 될 수도 있으며 그만큼 덜 생산해도 되기에 전기 에너지, 자원 에너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욕실에서 물은 꼭 적게 쓰자. 아니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굳이 선택하자. 덜 씻고 물을 아끼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꼭 써야 할 물 적게 쓰자는 것이다. 


양치질은 컵으로, 세수는 세숫대야로, 샴프와 샤워는 샤워기를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이건 같이 잘 살기 위한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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