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나무, 종이를 담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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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햇살, 나무, 종이를 담은 전시회

by 토마토쥔장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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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리뷰 전시

햇살나무종이를 담은 전시회  2021 아트랩대전 김재경의 도량형

사진 염주희

<열리고 닫히는 문들> 종이, 나무, 합판, 1155x1360x150mm, 2021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무한의 세계>를 보았다야요이가 젊은 시절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아무도 보러오지 않았다고 한다팔리지 않는 작품보다 보아주지 않는 작품이 더 슬프다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에서 첫 개인전을 하는 김재경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꼭 맞는 공간을 만났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그녀의 전시회 도량형은 4평의 네모난 공간사방에서 들어오는 햇살빛을 품는 미색의 작품 10여 개가 모여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아트랩대전은 이응노미술관의 청년작가 지원프로그램이다. 이응노미술관은 2016년 12월 신수장고 M2를 증축한 후이듬해부터 매년 여섯 명의 현대 미술가에게 전시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아트랩대전은 그간 가구 및 디자인 작업을 해왔던 김 작가의 새로운 실험으로 막을 열었다철제와 나무 같은 묵직한 소재를 쓰던 그녀가 이번에는 가볍고 얇은 소재를 사용하여 내부가 비어있는 오브제를 선보인다전시회 이름인 도량형은 도량이라는 단어의 중의성에서 나왔다김재경 작가는 절을 산책하다가 사물의 길이부피 등을 재는 도구인 도량(度量)과 사찰의 수행장소인 도량(道場)의 소리가 같다는 점을 발견하고 창작자로서 깨달음을 얻었다사물들이 각각의 도량형에 담기듯 사람들도 도량이라는 종교적 공간 안에 있는 것나아가 어떠한 공간의 내부에서 크기를 달리하며 살아가는 것이러한 사물과 공간이라는 인간이 구축하는 형태적 경계들에 대한 작업을 해나가게 되었다.” (김재경의 작가노트, 2021) 

 

도량이 재는 데 쓰기로 합의한 단위인 것처럼도면 기호도 이용자들이 약속한 규격이다. <열리고 닫히는 문들>은 외여닫이문 𐑱 표시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인데작가는 전통가옥의 문과 문살을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문을 만들었다한지보다 더 얇은 노루지를 선택하고 뒷면을 비워 빛을 최대한 통과시키는 김 작가의 오브제는연한 색의 무늬목을 사용해 미색 종이와 조화를 이룬다작가는 여러 개의 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피시방 빨래방 노래방 등 작은 방을 이어 생활공간으로 확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밖으로 튀어나온 하얀 문과 안으로 들어간 투명한 문이 시각적인 대비를 일으키며 조형미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회는 두 가지 조명방식을 쓴다. 하나는 화이트 큐브로 이루어진 전시실의 자연채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문이 없는 전시실 내에 주황색 조명을 이용해 따뜻한 느낌을 살린 것이다. <열리고 닫히는 문들>이 자연채광과 어울리는 작품이라면 <산수>는 조명 아래서 더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김재경 작가는 이응노 화백이 그린 자연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만의 방식으로 <산수>를 풀어냈다이 화백의 그림이 두꺼운 붓과 먹을 이용한 역동적인 작품이라면김재경 작가의 <산수>는 선의 발랄함과 종이에 비치는 나뭇살의 가벼움이 더해 질감이 살아있는 작품이다어른 주먹 하나만큼 벽에서 돌출한 작품이 조명을 받으면 오브제를 둘러싸고 짙은 그림자가 만들어져 관람객의 몰입을 돕는다.

<산수> 종이, 나무, 합판, 1275x1275mm, 2021



아트랩대전은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보관하는 신수장고 1층에서 열리는데프로젝트룸은 유리문 로딩데크와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전형적인 전시장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이번 전시회는 공간의 특수성을 살려 <작가의 방>으로 꾸몄다김재경 작가가 소장한 책, CD, 나뭇조각스케치가구와 각종 소품이 진열된 공간을 둘러보니 작가와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작가의 일상과 작업에 영감을 준 요소를 소개하는 <작가의 방>에서 아트랩대전의 참신한 기획이 돋보였다.       

<작가의 방> (김재경)


 단아한 정원과 현대적 건축물로 유명한 M1 전시실 뒤편으로투명하고 네모난 직사각형 건물 신수장고 M2가 주차장을 내려다본다아쉽게도 아트랩대전이 열리는 장소는 대전문화예술단지나 이응노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이라도 지나치기 쉬우니잘 찾아보길 당부한다.

신수장고 M2 전경

김 작가의 단독전시회 첫날이자, 2021 아트랩대전의 오프닝이었던 6월 8전시실 내부는 분주했다김재경 작가는 언론과 인터뷰 중이었고사진가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다관람객들은 카메라 소리와 인터뷰를 배경음으로 들으며 전시를 둘러보았다화이트 큐브 안에서 열리는 김재경 작가의 개인전 <도량형>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햇빛으로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었다.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대전지역 청년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아트랩대전에 독자들의 방문을 추천한다

 

 

 


전시회 정보

2021 아트랩대전 김재경의 도량형’  2021.6.8.-2021.6.29.

장소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 룸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 (M1 주차장 쪽에 위치)   042) 611-9800 

시간  -일요일 10시부터 18시까지 

이응노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후 방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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