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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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by 토마토쥔장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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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정현구 사진 정현구, -philic 제공

 

2015 여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나는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짖었다. 4회쯤 지나면 목소리가 갈라졌고, 6 말엔 비릿한 피가 목에서 올라올 정도로 열광했다. 안타에 웃었고 홈런엔 기뻐 펄쩍펄쩍 뛰었다. 모든 선수의 응원가를 외우고, 타율을 줄줄 꾀고 다녔으니 야구 마니아가 아니었는가! 이를 신조어로 '덕후'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야구를 좋아하며 했던 일은덕질'이라고 한다.

여기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라는 문장을 내세운 잡지가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같이 축구를 보기도 하고 피규어를 만들기도 하는 좋아하고 즐거울 법한 일을 나열한 잡지, -philic이다.

 

필릭 잡지들

 

 

탈 ‘노잼’을 위하여!

 

사람들은 대전을 '노잼'이라는 호를 붙여 부른다. '연암 박지원', '우암 송시열'처럼 '노잼 대전', '노잼도시 대전' 것이다. 잡지의 기획자 명인 장봉수 만나 -philic 시작에 대해 들었다. -philic팀은 노잼이라는 호를 떼기 위해 이 잡지를 기획했다. -philic 초기 모델은 잡지가 아니었다.

 

“처음엔 공간을 임대하려고 했어요.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했지요. 대신 공간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잡지가 어떨까 생각한 거죠.” 

 

2. -philic, -philic!

 

-philic 많은 소재 덕질 주제로 삼은 이유는 즐겁게 이야기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즐겁잖아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좋아하는 일을 주제로 삼아 독자가 즐겁길 바랐어요.”

 

장봉수 기획자의 말대로 -philic 덕질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덕질을 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에너지를 많이 얻었어요. 잡지를 만드는 과정도 그냥 덕질하듯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하며 진행했고요.”

 

-philic 1호는 기획자를 포함한 명이 제작했다. 책이었기에, 인터뷰 대상은 대부분 지인이었다. 인력에 아쉬움을 느낀 -philic SNS 통해 팀원을 모집했다. 결과 5명이 함께한 2호가 탄생했다. 자연스레 인터뷰 대상의 범위도 넓어졌다.

 

“무언가 좋아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했어요. 그리고 팀원이 각자 콘텐츠를 만들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담아내며 다채로워졌어요.”

 

기획자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하며 녹음하고 집에 와서 녹음을 들으며 원고를 작성한다.

 

"타이핑을 하니 흐름이 끊겨서 인터뷰할 땐 녹음을 하고 집에서 반복해 들어가며 글을 써요, 시간이 참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축구를 보며 실황을 중계하듯 만든 콘텐츠가 있었는데 녹음만 거의 4시간 가까이 녹음을 했어요. 그런데 녹음이 잘 안 되거나 소음이 섞여서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참 난감한 일이죠."

 

 

3. 3호를 뚜렷하게 만드는 것

 

인터뷰를 시작할 , 기획자는 -philic 3호를 내게 선물했다. -philic 3호까지 발행했지만, 서점에서 3호를 찾기 힘들다. 서점 다다르다를 제외하고 입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고 코로나가 터졌어요. 거기에 개인적인 일이 겹치면서 홍보 입고를 하지 못했어요. 재고가 남아 아쉽지만, 출간한 너무 오래되어서 판매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내용 시의성을 띠는 내용이 있거든요.”라며 3호에 관한 비화를 이야기해주었다.

 

“처음 3호는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단정하기 힘들었어요. 2호를 팔아 3호를 만들 수 없었거든요. 그러다 CNCITY마음에너지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했어요. 저는 재단의 ‘What do you like?’라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고요. 현업과 재단 일을 하다 보니 3호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진 못했지만 나름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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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쇄가 끝난 후

 

인쇄가 끝나면 판매라는 산이 남아있다. -philic같은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능선은 가파르다.

 

“지역서점에 발품을 팔기도 하고, 독립출판 페어나 북페어에 나가기도 했어요. 책을 만들며 많은 에너지를 쏟고 난 뒤 판매에 돌입하게 되니 막상 판매에 쓸 에너지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판매를 하죠.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요. 학교에서 마케팅이나 경영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과정에서 만난 즐거운 일도 많았다.

 

“처음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예술시장 소소 독립출판물 특집'에 참여했었어요. 거기서 -philic을 읽은 분을 뵈었는데 아직도 그 기분이 생생해요. 정말 기쁘고 감사했지요.”

 

북페어 이야기를 서두로 기획자는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 되짚었다. 책방 주인 요조와 이야기한 , 책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과 이야기 낯설었고, 거칠었던 순간을 회상하는 기획자의 얼굴엔 어느덧 웃음이 만개했다.

 

대구 독립출판축제에서 이야기 중인 장봉수 씨

 

5. 커뮤니티가 필요해

 

덕질의 꽃은 커뮤니티라는 말이 있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독립출판도 커뮤니티가 있다. 작가끼리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나눈다. 기획자는 대구에서 열린 독립출판축제에서 만난 커뮤니티가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서 축제에 참여하며 제일 좋았던 건 책을 만드는 사람의 커뮤니티였어요. 같은 주제로 다양한 작가와 독자분이 이야기하는 장이 되더라고요. 대전에는 그런 커뮤니티가 부족해요. 많이 아쉽죠.”

 

장봉수 기획자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역에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역 콘텐츠가 부족해 사람이 서울로 향하는 현실과 다양성이 부족한 아쉽다고 말했다.

 

 

6.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나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연스레 좋아하는 일에 대해 늘어놓게 되었다. 기획자가 좋아하는 축구팀 아스날과,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 한화 이글스 이야기가 오갔다. 문득, 야구를 정말 좋아했던 내가 야구장에 가지 않게 지금도 덕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씨는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저도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 일 년 반가량을 듣지 않았었어요. 저도 이게 탈덕(더이상 덕후가 아니게 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내가 좋아했던 이유가 있고, 그것에서 비롯된 좋은 경험과 추억이 있으면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탈덕은 없고 휴덕만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philic 현재 휴식기다. 하지만, 4호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잡지 쓰여있듯, 만들고 싶어질 , 팀의 의견이 합치한다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잡지를 만들다 보니 창작에 한걸음 가까워진 느낌을 받은 씨는 언젠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잡지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책을 내고 싶어요. 저는 창작하고 싶은 열정이 강한 사람이거든요.”

 

 

장봉수 씨는, -philic 열렬한 덕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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