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기울이니 와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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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책을 기울이니 와인이 쏟아졌다

by 토마토쥔장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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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기울이니 와인이 쏟아졌다

글·사진 황훈주

 

책이 나왔다. 출판 계약서를 보니 작년 2월에 책을 만들기로 계약했었다. 그런 책이 이제야 나오다니.
그만큼 신경 쓴 책이라고 나름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책을 어찌어찌 내고 작가님과 밥을 먹었다.
"와인은 뭘로 하실래요?"

와인.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와인을 고르라며 두꺼운 책을 건네니 머릿 속이 하얗게 된다.
"어...음... 추천으로 주세요."


직원 분은 친절하게 웃으며 추천 와인을 골라줬고 나는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절히 고맙다고 했다.
새로 나온 책엔 편집자로 내 이름이 들어갔다. 아직도 배울 게 많은 데 내가 이렇게 편집자로 이름이 올라가고 밥을 얻어 먹어도 되나 싶지만 와인은 좋았다. 그 와인. 식기 전에 내가 마시겠소. 


 

책을 만드는 건 아직도 어렵다. 이거 이렇게 해도 되나? 내가 막 글을 지워도 돼...?


그러니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디자이너님께 감사를 표하자. 토마토 날 채용하고 디자이너님 날 키우셨네.

디자이너님. 보고 계신가요? 당신의 사랑으로 책이 이리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참 탐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받고서 뿌듯함. 이게 그 흔히들 말하는 편집자의 행복인 걸까.

 


세상에 나오면 이쁨만 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책이라 괜히 더 모니터 속에 따뜻하게 품고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 아직 교정이 덜 끝났습니다. 한 번더 보고 오게 해주세요.

 



교정. 참 교정이란게 단순 노동 같으면서도 답이 없다.

왜 그런 실험도 있지 않나. 단어 앞 글자와 뒷 글자만 맞으면 읽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정말 그렇다. 3번을 읽고 4번을 읽어도 자꾸 틀린 글씨가 나오고 잘못된 띄어쓰기가 눈에 띈다. 눈과 뇌는 빠르게 텍스트를 읽기 위해 진화해 왔는데 교정은 그 진화 과정을 다시 퇴보하며 한 글자씩 뜯어 보는 일이다. 이거 참 난감한 일이 따로 없다.

 


 

요즘 인스타를 보니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사진 찍어 올리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책을 읽는 인구가 드디어 다시 증가한 걸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우리 책은 판매율이 상승하진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꾸준히 힘내고 있는 중이다. 이건 마라톤 같은 거야. 꾸준히, 올림픽 정신을 가지고. 이런 말하면 대표님은 속 터진다.

아니지! 올림픽 정신이 아니라 1등을 해야지. 책을 팔아오란 말이야! 라고 할게 뻔하다. 



여튼 이 책을 편집하면서 사진 찍고 싶은 구절이 많았는데 이때다 싶다. 이젠 책이 나왔으니 마음껏 찍어보도록 하자.

 

이 책이 매력적인건 뷔페 같은 성질 때문이다. 분명 나는 책 한 권을 들고 있는데 읽고 있는 책은 여러권이다.

 

작가님이 여러 책을 리뷰할 때 책의 좋은 대사를, 생각해볼만한 구절들을 그대로 인용했다.

 

덕분에 나는 힘들이지 않고 내게 맞는 좋은 구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알약 하나로 배불러지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책 한 권 가지고 든든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작가도 이제 책 나오면 여기저기 자랑해야 해!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함께 밥을 먹던 김운하 작가님이 말했다. 책의 탄생은 널리널리 알려야 한다고. 정말 그런 것 같다. 책은 하나의 명함과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물론 나는 글을 먼저 봤으니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진 케이스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궁금해서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글이 먼저냐 작가가 먼저냐라는 질문에 편집자인 나는 아무런 말도 못 하며 가만히 있을 뿐이다. 이건 좀 큰 문제다. 사실 나는 편집자이기도 하지만 책을 파는 마케터이기도 하니까. 일당 백,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관우. 바로 그게 내가 되야 한단 말이지. 물론 나는 아직 그러지 못하지만 말이다.

 

좋은 책이 나왔다. 정말 즐겁게 읽었고 그래서 5번 넘게 읽는 원고가 그리 질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책을 치열하게 싸우며 읽었고 하나라도 더 틀린 게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뒤지곤 했다. 그런 책이니 내가 애지중지할 수 밖에.

 
작가님과 밥을 먹으며 책을 어떻게 팔 지 고민을 했다. 우리 100쇄는 찍어야죠. 작가님이 말했다.

 

그럼요. 우리 해보자고요. 나도 말했다. 와인이 있고 책이 있다.

 

뭐가 무서우랴. 다 덤벼라 세상아!

 

이승미 작가(좌)와 황훈주 편집자(우)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0467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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