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읽는 동화 - [외로움과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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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어른들이 읽는 동화 - [외로움과 고독]

by 토마토쥔장 202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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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독

이선희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SNS에 접속해 밤사이 새로 올라온 게시글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동창생들끼리 모여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누군가는 야근을 했으며 누군가는 애인과 싸웠고 누군가는 홀로 밤 산책을 즐긴 이야기들. 자기 전에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하루 동안—실은 하루 동안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SNS에 접속했던 1시간 30분 전에서부터 그 시간까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술 먹는 사람은 늘 술을 마시고, 여행 하는 사람은 늘 여행을 하고, 분노 하는 사람은 늘 분노를 하는 평범한 그 어느 날. 

 

 

띵똥, 외로움이 친구 신청을 해 왔다. 

나는 얼른 친구 수락을 눌렀다.  

 

 

"언니! 그동안 잘 지냈어요? 너무 오랜만이다!"

외로움이 내 담벼락에 글을 남겼다. 

 

 

"나야 잘 지냈지. 너는 어떻게 사니?"

 

“나는……”이라고 시작된 외로움의 요즘 사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담벼락이 온통 외로움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외로움은 자아를 찾기 위해 인도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만난 남자와 짧은 연애를 즐겼으며 지금은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 후로 뉴스피드에는 외로움의 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출근길 버스에서 일어난 일, 점심 메뉴, 한의사의 고약한 버릇, 주말에 본 영화, 새로 한 머리, 지난 밤 꿈 이야기까지.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참 없는가보다고 나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게시글이 외로움의 글에 밀려났다. 이제 내 친구는 외로움뿐인 듯했다. 

그런데 외로움의 일상이란 그게 그거여서, 며칠이 지나자 나의 흥미를 전혀 유발시키지 못했다. 아니 더 나아가,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외로움의 일상 따위 지긋지긋했다. 외로움의 글들을 읽지도 않은 채 엄지손가락에 한껏 신경질을 담아 스크롤바를 올렸다. 

출처 : pixabay

 

나는 외로움만큼 수다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여자애를 본 적이 없다. 

짧게는 30분에서 길어야 2시간 간격으로 확인하던 SNS를 점차로 멀리하게 되었다. SNS뿐만이 아니라 아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외로움이 말을 걸 것만 같아 불안했기 때문이다.  

 

 

할 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의 작은 술집을 찾았다. 손님이라곤 작은 테이블에 앉은 고독뿐이었다. 

나는 맞은 편 테이블의 반대 편 의자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한 시간이 흐르고 두 시간이 흘렀다. 

고독과 나는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고독은 과묵한 여자였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일상사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응”이랄지 “그렇지”와 같은 짧은 호응조차 하지 않았다. 

 

 

고독이 말을 하지 않을수록 나는 고독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꾸만 고독을 들여다보았다. 

고독을 바라보는 시간은 조용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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