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늦잠러에게 아침은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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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프로 늦잠러에게 아침은 지옥

by 토마토쥔장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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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늦잠러에게 아침은 지옥

이주연

출처 : pixabay

 

사람의 생활 패턴마다 '아침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잠만보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징글맞게 잠이 많아 하루 온종일 잠에 빠져 있는 날도 허다하다.

 

한 번은 꼬꼬마 시절, 눈이 소복이 내린 아침 가족과 함께 뒷산에서 눈썰매를 탄 적이 있다. 어릴 떄였으니 체력도 어마무시해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썰매를 탔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 따뜻한 안방에서 몸을 녹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러다 엄마가 날 미친 듯이 흔들어 깨워 깜짝 놀라 일어나 왜 깨우냐며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에게 들어보니 저녁 먹을 때까지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자고 있으니, 큰일이 난 줄 알고 화들짝 놀라 나를 흔들어 깨웠단다. 한 세 번 정도 흔들어 깨우니 그제야 일어났다는 얘길 듣고 한 번에 일어났으면 엄마가 그러지도 않았겠지 싶다.

 

나에게 한 번에 일어나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이루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잠귀가 너무나도 어두운 탓에 알람 소리를 한 번에 못 듣고, 몇 분 뒤에야 꿈속 저 멀리서 소리가 밀려 들어온다. 휴대폰에 있는 기본 알람은 나에게 아무런 타격을 못 줘, 술자리에서 한 후배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진짜 엄청난 알람 어플이 있다며 추천해 줬다.

속는 셈 치고 어플을 사용해 봤는데 효과는 정말 굉장했다. 엄청나게 큰 소리는 나를 단번에 일으켰다. 

 

하루는 해가 뜰 때까지 잠들지 못했던 날이었다. 6시 쯤 되니 나와 똑같은 알람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앞 건물에 사는 어떤 이의 알람 소리였다.

 

그만큼 무지막지하게 소리가 크다는 거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어플에 접속해 직접 끄지 않는 한, 알람은 꺼지지 않고 온종일 울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럼 뭐 하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랬던가. 나도 참 굉장한 사람인지라 그 굉장한 능력을 가진 어플을 이겨 버렸다. 휴대폰이 뜨거워지도록 알람이 몇 시간 동안 울리는데도 못 듣고 자던 날이 벌써 서른 번은 넘었을 거다. 어휴. 한 번은 함께 부산 여행을 갔다가 한 친구에게 엄청나게 잔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신나게 놀다가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는데 아침부터 내 알람이 울렸다고 한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친구가 일어나 내 알람을 꺼 보려 했지만, 어플을 접속해야만 꺼진다는 사실을 몰라 한참을 씨름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너무 화가 나 확 부숴버릴까 하다 나를 흔들어 깨운 뒤에야 평화로운 아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다른 사람과 함께 잠들 때면 미리 알람을 꺼두는 버릇이 생겼다.

그냥 잘 일어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시라. 못 일어나니까 끄는 거니.

 

 

아무튼 나는 여전히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이 정도면 병이 있는게 아닐까 싶은 걱정도 든다. 갓난아기일 때도 잠이 엄청 많았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태생부터 잠이 많구나 싶어 안도하기도 했지만 영원히 잠만보로 살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고질병을 고쳐야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끙끙대고 있다. 

 

어쨋든 프로 늦잠러는 부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길 바라며 오늘 밤도 베갯잇을 적시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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