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고 소소한 연필 ‘심’을 향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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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위대하고 소소한 연필 ‘심’을 향한 기도

by 토마토쥔장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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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소소한 연필 을 향한 기도

   이파

 

사진출처-픽사베이

 

6주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서점 삼요소에서 여덟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창작과 비명이라는 삼요소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이다. 내가 참여한 창비는 14기째였다. 이번에는 매주 하나씩 글감을 정해 놓고 글을 써서 올리고, 만나서 각자 써 온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주에는 자기소개 글쓰기, 2주에는 한 문장을 정해 연상해서 글쓰기, 3주에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 4주에는 가위라는 제시어에 맞춰 산문쓰기, 5주에는 침묵이라는 제시어에 시쓰기, 6주에는 하나 그리고 둘 영화 속 인물 1인칭 글쓰기였다. 

하나의 글감에 여럿이 동시에 글을 쓰다 보니, 결과물은 다양했다. 모두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시를 쓰듯 즉흥적 이미지를 펼쳐 놓았고, 누군가는 아주 세밀한 인물의 면면을 그렸고,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동화 같은 순간들을 풀어놓았다. 글 속에 담긴 사람들과 일상의 순간들은 면면이 아름답고 슬펐다. 그리고 평소 잘 써야만 한다’, ‘글쓰기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쓰레기 같은 글만 쓴다 하는 식의 이상한 글쓰기에 대한 강박을 깨고 보니 글쓰기란 우리가 말을 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고 누구나 잘할 수 있으며, 굳이 잘하지 않아도 절로 되는 신체의 일부와도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신체의 일부. 우리에게는 입이 있는 것처럼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달려 있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판단 없이 그 손가락을 들어 좌판에 올리거나 연필을 쥐고 노트 위를 달리면 되는 일을, 무수한 비교 의식과 판단이 방해하지는 않았나 싶다.

세상이 열려 있듯이 글쓰기도 열려 있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으며 글쓰기 자체가 왕도였던 셈이다. 

어제 마지막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7시에 만나 마지막 모임을 기념 삼아 민물새우부추수제비를 저녁으로 거하게 먹고, 8시에 삼요소로 이동했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상영 시간이 173분인 긴 영화다. 대만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담담히 그린 이 영화에서 글쓰기 모임 사람들은 저마다 화자를 정했다. NJ, 양양, 팅팅, 오타, 민민, 팅팅이 키우던 화분, 양양의 카메라, 할머니가 쓰러지는 장면을 찍었던 골목의 CCTV까지. 서로 다른 인물들은 저마다의 내면으로 들어가 각자의 기억과 상상 속에 확장되었다. 8시부터 10 40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6주 전까지 전혀 낯선 사람이었던 우리들은 각자의 생각을 수다스럽게 풀어놓았다.

글쓰기는 시시각각 변하는 삶의 흐름을 담는다. 잠깐 멈추고, 좋았던 싫었던 순간을 되새김질할 때 그 자체로 모두가 소중해진다. 6주를 지나며, 여덟 명의 삶의 조각을 조금씩 나누어 가진 기분이다. 앞으로 더 많이 자유롭게 쓰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들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사는 우리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유일한 왕도가 아닐까.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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