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비건빵집 비건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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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마동 비건빵집 비건바닐라

by 토마토쥔장 202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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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마동 비건빵집 비건바닐라

빵으로 공존을 빚다

하문희 / 사진 비건바닐라 제공, 하문희

 

비건 바닐라 가게 앞 모습

 

제빵왕 김탁구에서 팔봉 선생이 이런 대사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 남을 위해 만드는 빵이 가장 맛있고 배부른 빵이라는 명대사였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건강한 빵은 없을까? 기왕 먹는 빵, 건강까지 좋아지면 금상첨화일 텐데. 건강한 빵에 관한 고민이 늘어갈 즈음 비건빵을 처음 접했다. 비건이란, 채식주의의 한 종류로 육류를 비롯한 유제품과 밀가루, 꿀을 먹지 않고 채소나 과일 같은 식물성 음식만 먹는 것을 뜻한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이라니. 역시 인류는 먹을 것에 관해서는 언제나 진심이다.

 

 

대전 서구 갈마동 비건 빵집 ‘비건 바닐라’는 2020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 대표도 비건인데, 비건에게 맞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이곳은 초행길이라면 쉽게 찾기 힘든 골목길에 있지만, 비건식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버터, 달걀, 우유 같은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첨가물 없이 건강한 유기농 재료를 쓰는 것으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맛으로 그렇다. 이곳에 가게를 차린 이유는 특별히 없지만, 도서관과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좋았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 사이로 난 언덕길을 올라가면 하얀 페인트칠을 한 작은 가게가 보인다. 나무 색깔로 된 문 앞에는 입간판이 두 개 서 있는데 한쪽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띈다. “Not Guilty”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빵. 들어가기 전부터 신이 난다. 문을 열면 형형색색의 빵이 진열대에서 환영해준다. 따뜻한 조명 덕분에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진열대 옆에는 카운터가 있어서 커피와 두유로 만든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 카운터 안쪽에는 주방이 있고 커튼이 쳐있어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빵이 탄생한다.

 

진열된 비건빵들

 

<맛과 건강 모두 놓치지 않을 거예요>

동물성 재료 없이 어떻게 빵을 만드냐는 사람들은 비건바닐라의 다양한 빵 종류에 놀란다. 유기농 현미가루로 만든 스콘과 베이글, 국내산 쑥이 들어간 쿠키와 타르트 등은 꾸준한 인기 메뉴고, 두부 크림을 이용한 초콜릿 컵케이크도 얼마 전에 개발했다. 블루베리 크럼블, 단호박 크림 케이크 등도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 원재료의 맛이 살아있다. 매일 바뀌는 메뉴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어떤 재료를 넣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요. 밀가루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비건 빵이라도 얼마든지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떤 음식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빵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아주 중요한 음식이다. 반죽부터 오븐의 온도까지 아주 세세한 것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방 타버리거나 맛이 달라져 버린다.

 

“비건빵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를 쓴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밀가루 대신 현미가루를 쓰는데, 현미 단가 자체가 높기도 하고, 최대한 좋은 재료를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라는 걸요."

 

 

<어떤 존재도 해치지 않고>

 비건바닐라가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빵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건강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전하기도 한다.

 

“비건이랑 환경 보호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공장을 멈추는 것보다 몇 사람이 육식을 줄이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비건식은 환경오염을 늦추는 데 큰 역할을 하거든요.”

 

 

채식과 환경은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국 BBC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식품 생산이다. 그중에서도 동물성 제품이 전체 절반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게다가 낙농업은 가축이 만들어내는 메탄가스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목장 확장 등으로 산림을 파괴한다. 국제 동물복지 단체 CIWF의 피터 스티븐슨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고기와 밀가루 소비 감축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바닐라는 빵을 따로 포장하지 않는다. 손님이 직접 다회용기에 담아가도록 장려한다. 포장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생분해되는 비닐이나 종이에 담아준다. 얼마 전에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교환처에서 코인으로 교환한 뒤, 가게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삽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회용기를 가져오시는 손님들도 꽤 계세요. 그래서 그런 분들께는 서비스를 더 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빨대도 예전에는 종이 빨대를 썼는데, 생분해 빨대로 바꿨어요.”

 

 

 

<비건 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비건바닐라를 찾는 손님 가운데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맛이 좋은 빵을 찾아 먹지만 기왕이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기에 이곳을 선택한다. 비건에 관심이 있거나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담하지만 따뜻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게 운영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을 보면 힘이 난다고 한다.



앞으로 비건바닐라의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비건바닐라 대표는 간단하고도 명쾌한 대답을 했다.



“꾸준히 맛있는 비건빵을 만들어야죠. 그리고 조금 더 미래에는 대전에 비건 음식점이 많아져서 ‘대전’이라면 ‘비건’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건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거죠.”

 

 

[2021년 2월호 월간토마토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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