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를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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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이 시기를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법

by 토마토쥔장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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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를 받아들이는 저마다의 방법

글·사진 양지연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무얼 먼저 하고 싶은지’를 묻는 일은 예사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존재가 없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마저 우리가 수긍하게 될 만큼 갑자기 등장한 바이러스는 강력하게 우리의 자유를 빼앗고 관계를 단절시켰다. 매일 아침 핸드폰에 울리는 재난 문자 알림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것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의 상태를 걱정한다. 언제 내 주위의 안전망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어쨌든 우리는 이웃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이전보다 관심을 쏟으며 살고 있다.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에 참여한 7인의 작가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 자신에게 갇히지 않으며 타인과 소통하고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에 손을 뻗을 수 있도록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개성 있는 창을 만들었다.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 Visit from my window sill friends≫

5월 5일, 전시 관람을 위해 소제동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소제동 아트벨트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CNCITY 마음에너지재단과 관사마을이 주관하여 오는 7월 말까지 소제동 아트벨트에서 진행한다. 전시는 5개 구역에서 나눠 진행하며 마지막 다섯 번째 구역을 제외하고는 도슨트가 있어 안내받을 수 있다. 전시는 관사 16호와 바리스타&로봇 협업 카페로 유명한 라운지엑스의 공유 공간에서 시작되는데 날씨가 훌륭했던 탓에 마당에는 이미 카페 이용객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현장 티켓을 구매하거나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을 발권하면 관람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I am

처음 만나는 작품은 영국 작가 윌리엄 코빙의 <Will.je.suis>, <Will.dwi.yn>, <Will.ja.sam>이다. 윌리엄 코빙은 개인의 작업실에서 가공하지 않은 점토를 이용해 작업한 것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Will.je.suis>는 코로나가 영국마저 강타한 후에 비자발적으로 스튜디오에 격리되어 작업한 첫 영상 작품이었다. 영상 속 작품은 사람의 형상으로 앉아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진흙과 물감의 질감이 더해져 그 모습이 꽤 기괴했다. 점토를 실로 긁어내고 돌로 깨부수는 등의 반복적인 그의 퍼포먼스에서 기괴함과 무질서함을 느낄 수 있다. 일정한 형태가 없이 초현실적 표현으로 강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작가 자신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져, 즉 새로운 나의 모습에 대한 탐구였다. 작품 이름에서 ‘ja.sam’이라는 말은 ‘I am’이라는 뜻으로, 영상 속에서 점토로 만든 자신의 머리를 힘껏 내리치는 행위와 작품명에서 강한 수준의 자기 고찰이 느껴졌다.

 <Will.je.suis>, <Will.dwi.yn>, <Will.ja.sam> (윌리엄 코빙)

 

이불 밖은 위험해

윌리엄 코빙의 영상 작품과 같은 공간에 우국원 작가의 <There Will Be Sun>이 자리한다. 우 작가는 본래 영화나 만화, 책에서 영감받은 장면과 개인의 경험을 연결하는 작업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회화 위주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관사 16호의 한쪽 벽면에는 우 작가의 두 회화 작품이 걸려 있는데 이는 작가가 뮤지컬 ‘애니(Annie)’와 주제곡 ‘투모로우(Tomorrow)’에서 영감받아 작업한 작품이다. 주인공 애니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고아원에서 기다리며 ‘모든 걸 걸고라도 가장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내일 태양이 뜰 거’라는 사실을 노래한다. 우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우리를 위로하고 특히나 햇살이 내리쬠을 표현함으로써 팬데믹을 겪는 상황에서도 내일의 해는 뜬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There Will Be Sun> (우국원)

 

 

풍순이와 꽃순이

두 번째 장소인 마당집에는 김미진 작가의 <시절인연-내 사랑 꽃순이>가 기다리고 있다. 도자와 설치로 한 공간을 가득 메운 김 작가는 작품을 통해 풍순이와 꽃순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풍순이와 꽃순이는 김 작가가 키우던 풍뎅이 이름으로 본래 김 작가에게 곤충은 항상 아름답고 경이로운 관찰의 대상이었으나 직접 함께 살아가면서부터는 그들의 존재가 고맙기까지 했다. 존재만으로 고마운 작가의 사랑의 대상을 위해 생명 존중 사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시절인연-내 사랑 꽃순이> (김미진)
<시절인연-내 사랑 꽃순이> (김미진)

 

발걸음이 이어진 세 번째 장소는 팔남매집이다. 이곳은 1920년대에 완공한 관사 59호로, 철도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서 온 가족이 이곳에 정착하여 한 가족이 대를 이으며 살아온 역사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8남매 중 다섯째 김승국 씨가 2층에 거주 중이며 1층은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내어준 상태다. 마당 한쪽에는 아버지가 타셨던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어머니의 애장품인 장독대가 그대로 놓여있어 팔남매가 두런두런 살아온 생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의미 있는 공간을 시민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내어준 김승국 씨의 넉넉한 마음이 전해졌다.

 

 

 

당신과 내가 손을 잡을 때

김진희 작가는 팬데믹이라는 사회의 큰 변화를 겪은 우리가 신체적으로는 단절되었지만, 내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대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마다 등장하는 붉은 실로 연결과 연대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액자를 떨어뜨려 설치하는 것으로 단절을 표현해낸 김 작가의 아이디어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체감되는 단절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자수를 더해 한 사회 속에서 자신과 타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따뜻하고 정교하게 표현했다. 누군가는 여전히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사회와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로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다. 김 작가는 관객과 함께하는 ‘The way we hold hands_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이들과도 손을 마주 잡고 또 하나의 관계를 맺어보려는 김 작가의 노력일 것이다.

 

<당신과 내가 손을 잡을 때> (김진희) 

 

14세기 소녀

이윤희 작가의 <14세기 소녀> 또한 팔남매집에 전시가 되어 있다. 방 하나에서 내뿜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분위기를 지닌 <14세기 소녀>는 이 작가가 단테의 ‘신곡’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작품이다. 붉은 방은 신곡에서 주인공이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장면 속에서 주인공이 느낀 감정과 분위기를 구현하고자 했으며 작가는 생과 죽음의 단면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 관객을 압도하는 붉은 배경 안에는 백자에 금칠을 더해 화려하고 정교하게 표현해낸 조형물이 빼곡하다. 자전적인 형상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한 발짝 다가가 들여다보면 해골과 붕대가 보이는데 여기서 해골은 생명의 유한함을, 붕대는 치유를 상징하고자 작가가 선택한 장치다. 이 작가가 얼마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의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4세기 소녀> (이윤희)

 

나를 위로한 고양이 ‘나나’

이경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핑크집은 거주하셨던 주인 할머니의 추억이 가득하다. 매일 벽을 칠하며 거스르기 힘든 오랜 시간과 색을 쌓아 왔지만, 이곳은 재개발 예정이라 이번 전시가 공간으로써 활용되는 마지막일지 모른다. 회화부터 조각,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이경미 작가는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죽음을 치르며 2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의 시기를 힘겹게 보내야 했다. 자신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존재는 고양이 ‘나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태어난 고양이였기에 더 각별했다. 소중한 존재를 캐릭터화하여 작업한 <핵을 향해 다이브>에는 작가가 시간이 흐르면 없어지게 될 것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핵을 향해 다이브> (이경미)

  

 

핑크집 관람까지 마치고 나면 하나의 전시 공간만이 남아 있다. 지나온 네 구역에서 만난 6인의 작가와 작품을 곱씹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약수터 골목을 지나 사진관 하나를 구경할 수 있다. 관사 27호에 자리한 ‘소제동 사진관’은 두충나무집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마당에 우뚝 선 두충나무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이 집에 살던 어르신이 신경통과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두충나무의 껍질을 벗겨 차를 끓여 드셨다고 하니 누구에게는 또 고마운 존재다. 사진관은 전시와 상관없이 매일 13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잎보다 많은 빛

마지막 전시 공간인 양갱갱갱은 오래된 주택을 보수하여 현재는 카페로 이용한다. 이 이유로 내부에는 전시 관람객과 카페 이용객 간의 경계가 가장 느껴지지 않았다. 카페를 이용하러 와서도 전시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곳 창문에는 백 작가가 칼라 시트로 설치한 작품, 내부에는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백 작가가 식물과 빛을 다뤄 만든 작품은 공간의 공기마저 가득 물들이고 있다. 특히나 많은 몬스테라 잎을 볼 수 있는데 백 작가는 자신의 아래쪽 잎까지 빛을 고루 받기 위해 갈라지거나 구멍 난 잎의 형태를 가진 몬스테라의 구멍을 상처 혹은 삶의 흔적으로 여겼다. 백 작가의 <잎보다 많은 빛>은 잎과 구멍으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표현하였으며 실제로 이곳의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으로 작품의 모양을 그대로 담은 그림자가 카페 바닥에 드리워졌다. 양갱갱갱에서 가장 큰 유리창에는 백 작가가 그려 넣은 몬스테라 잎과 이를 뚫고 쏟아지는 빛이 창의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작가는 카페 안에서 볼 수 있는 바깥의 나무들을 가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공간에는 크고 작은 화분과 식물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었는데 모두 백 작가가 가져다 놓은 식물이라고 하니 작품 외의 것에도 신경 써준 작가의 세심함이 감사했다.

<잎보다 많은 빛> (백두리)

 

<잎보다 많은 빛> (백두리)


 

팬데믹 사태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 갔지만, 7인의 작가가 이야기하듯이 살아가며 곁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다. 가까운 사람의 건강과 아끼는 존재의 유한함 그리고 내 상태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겨 나가고 있음을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를 통해 확인한다.

 

 

 


<내 창가에 찾아온 친구>

관사 16호 대전광역시 동구 수향길 19

마당집 대전광역시 동구 수향1길 4

팔남매집 대전광역시 동구 솔랑5길 4

핑크집 대전광역시 동구 솔랑5길 16

양갱갱갱 대전광역시 동구 수향1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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