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치 소비를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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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치 소비를 원해요"

by 토마토쥔장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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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치 소비를 원해요"

글·사진 정현구

 

예전 TV에서 봤던 애니메이션에서 주인 공은 쓰레기 한 줌을 손에 쥐고 그것을 나무로 바꾸어 악당과 싸우 곤했다. 손에 쓰레기를 꽉 쥐고 주문을 외는 주인공의 손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로 싸우는 모습은 정말 화려하고 멋졌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애니메이션 속 그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세상이 도래했다. 우리에겐 슈퍼히어로가 필요하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악당이 아니라 쓰레기다. 현실에서 쓰레기를 나무로 바꿀 순 없지만, 쓰레기를 줄일 수는 있다. 2020년 소비자의 움직임에 힘입어 CJ제일제당에서 뚜껑없는 스팸선물 세트를 출시한 적이 있다. 우리는 영웅을 바랄 것이 아니라,영웅이되어야 한다.

변화는 서서히,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에 위치한 아담한가게, 은영상점은 멀리서 보았을 땐 작은 소품 가게다. 무릎까지 닿는 작은 입간판과, 쇼윈도 너머 비추는 아이보리빛의 벽과 포인트 소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선화 대표는 가게를 정돈하고 있었다. 바닥 쓰레기를 치우고 살짝 비틀린 물건을 바로 잡았다. 문턱을 넘어선 나에게 이대표는 차를 내어 주었다. “먼 이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따스한 사랑방 같은 이곳은 동향 친구인 김나현,이선화 대표 취향이 듬뿍 묻어난 공간이다.

 

 

 

 

 

2020년 겨울에 문을 연 은영상점은 이선화 대표가 대전에 터를 잡으며 시작한 자취생활이 뿌리다. 자그마한 원룸에선 많은 짐과 함께할 수 없었다. 협소 한 공간을 비우며 이 대표의 삶은 자연스레 미니멀 라이프로 접어들었 다. 삶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로 발전했다. “제일 먼저 욕 실의 플라스틱 통부터 없앴어요. 욕실이 정말 깔끔해지더라고요! 이 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관련 물품을 사려고 하는데 대전엔 없는 거예요. 처음엔 서울에서 물건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싫어서 직접 해 보기로 마음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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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조건

이 대표는 친구인 김나현 대표에게 계획을 이야기했고, 평소 제로 웨이스트숍을 해 보고 싶었던 김 대표가 흔쾌히 승낙하며 은영상점은 문을 열었다. 은영상점이 문을 열 준비를 하던 2020년에는 대전에 관련 상점이 전무했다. 그래서 두 대표는 발품,손품을 많이 팔았다.서울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숍을 돌아다니고,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하며 어떤 물건을 들여올지 고민했다. 때 론 직접 사용해 본 물건을 들여오며 매력적인 가게로 고객에게 다가가길 바랐다. 이 대표는 최근 입고한 도깨비 방망이 모양의양초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초는 장흥에 있는 회사에서 납품받는데, 채밀 후 버려지는 밀랍을 재활용해서 만들어요.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더라고요.”

물건의 가격과 품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제조사의 가치관이라 했다. 두 대표는 은영상점이 가치 소비를 할 수 있는공간이 되길 바라며 물건을 하나씩 채워갔다.

버려지는 밀랍을 재활용한 밀랍초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가치를 같이하는 회사의 제품 외에도 직접 만든 도자기와 손으로 뜬 제품, 재봉틀로 손수 재봉한 수저집 등을 판매한다. 손뜨개로 만든 제품은 김 대표가 손수 뜬 제품이다. 김 대표는 느리게 사는 본인의 모습이 담긴 물건이라고 소개했다. “손으로 직접 만들거나, 손으로 만든 것을 구입하는 걸 좋아해요. 제품을 쉽게 사고 버리지 않게 되거든요. 그리고 한 코씩 떠가는 과정이 느리게 사는 삶의 모습과 밀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핸드메이드를 추구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2021년 3월 기준, 은영 상점은 4개월 된 신생 가게다. 가게가 성장하듯, 두 대표도 성장한다. 친환경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며 이 대표는 처음보다 넓은 시각으로 친환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쓰지 않는 것에서 왜 쓰지 않아야 하는지로 사고가 확장되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은 손님을 통해 배운다고 한다. “저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여기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그것을 공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를 주셔도 좋고, 그냥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셔도 힘이 돼요!”

하지만 은영상점은 아직 자생하기 힘들다. 두 대표는 본업을 하며 꿈의 공간을 꾸려 가고 있다.

김나연 대표

매개체

인터뷰를 진행하며, 환경에 관심있다 자부했던 나는 무지함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밀랍이 폐기된다는 것도,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프린팅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하다는 것도 몰랐다. 은영상점은 환경에 관한 고민을 널리 퍼뜨리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작점이 되길 원한다. 2021년 3월 21일에 진행한 ‘미세먼지 사회과학 교육 프로그램’은 그 일환이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서울에서 진행한 강연을 보고 두 대표가 대전에도 같은 강연을 할 수 있는지 요청하여 성사된 강연은 더 많은 사람이 환경에 관심 두길 바라며 진행했다고 한다. 외에도 화장품 어택을 진행해 재활용이 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업계에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한다.사람과  환경 사이의 중간다리가 되는 것이 은영상점 문을 연 두 대표의 바람이다.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24-7

영업시간: 일요일, 월요일 휴무. 오후 12~저녁 8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unyoung_store/

 

[월간토마토 vol.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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