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사는 삶. 심플책방
본문 바로가기
공간

이렇게도 사는 삶. 심플책방

by 토마토쥔장 2021. 6. 23.
728x90
반응형

이렇게도 사는 .  심플 책방

 사진 황훈주

1.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는 컸다. KPF 설계사무소가 디자인한 건물로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건축물이기도 하다. KPF 홈페이지에서 디자인 의도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대구의 중심 관문 역할을 하며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 중심 역할을 한다. KPF 설계사무소는 최근 롯데월드타워 설계 책임을 맡기도 했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는 국내 최초의 광역 민자 복합 환승센터로 (주)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담당했다. 신세계가 건설 비용을 전액 부담한 건물로 2018년에 작성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2년에 신세계는 계열사로 (주)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설립한 후 건물이 완공된 2016년 12월부터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신세계 백화점 대구점과 터미널 사업을 영위한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는 고속철도를 비롯해 일반철도, 도시철도, 고속버스, 시외버스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10분 내로 환승할 수 있으며 교통과 문화생활이 집약된 건물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

동부로34길은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맞은편에 있다.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가 줄지어 나온다. 힙한 거리라 하면 꼭 있는 라멘 집부터 파스타 집과 마카롱 집 그리고 꽃집과 쥬얼리 숍도 보인다. 아니. 이곳에 쥬얼리 숍이 들어오면 장사가 되나 싶지만, 언덕에 올라 뒤돌아보니 젊은 남녀가 팔짱 끼고 가게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 남의 가게 장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언제나 느끼는 결론이지만 내 걱정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동부로34길 언덕길을 지나면 이곳이 주거지역임을 알게 된다. 70년대식 벽돌 다세대주택 건물이 모여있다. 이발소와 구멍가게도 보인다. 어르신 두 분이 ‘마을 안전 지킴이’라고 쓰인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를 걷는다. 집 문 앞에서 말린 고추를 다듬는 할머니도 보인다. 마당이 있는 집엔 감나무가 하나씩 있다. 이곳에서 살며 언덕 아래에 가게 하나 운영하는, 마을 안에서 출퇴근하는 아름다운 삶을 잠시 상상해봤다.

동부로34길에 오르는 초입에 작은 나무 간판이 하나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발견하지 못하고 지날 만큼 낮은 간판이다. 간판엔 하얀 글씨로 ‘心-place’라고 적었다. 대구에 어떤 독립책방을 가볼까,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 발견한 책방이다. 넓게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 사진에 마음이끌렸다. 보통 책장하면 책등이 보이게 책을 꽂기 마련이지만 이 책방은 책 표지가 보이게 놓았다. 책 표지는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책방은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책방 문을 연다. 낮은 조도 속 작은 테이블을 비추는 작은 스탠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책방 이름과 같단 느낌이다. 책방 이름은 ‘심플 책방’. 책방 문을 연 지는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고양이 두 마리와 칵테일 만드는 사장이 있는 책방이다.

3.

“마음이 닿은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간판엔 ‘心-place’라고 쓰여 있죠. 원래는 대학 동아리 이름이었어요. 제가 만든 동아리인데 칵테일 만드는 모임이었죠. 그때는 이름이 ‘심피플’이었어요. 마음이 맞아 만나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이곳 카페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온 손님들이 예전 제가그랬던 것처럼 치유 받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구연일 대표는 젊다. 대학교 4학년. 25세로 정말 젊다. 그런 그가 책방을 시작하겠다 마음먹은 것은 군 제대 후 방황하던 시절에 우연히 만난 독립 책방 때문이다. 문헌정보학과를 다녔지만 책을 좋아하진 않았다. 어머니도, 누나도 사서인 까닭에 변호사 집안, 의사 집안이 있는 것처럼 사서 집안이 되면 그것도 나름 재밌겠다는 생각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한번은 북성로까지 무작정 걷다 우연히 ‘더폴락’ 책방을 만났다. 2017년 말, 그땐 공구 골목 초입에 통 유리로 내부가 은은히 비치는 책방이었다. 당시 북성로는 공구 골목으로 별로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골목에 인더스트리얼한 책방이 있을 수 있단 것에 놀랐다. 독립서점이 뭔지도 모르고, 책을 좋아하지도 않던 그는 그렇게 우연히 들어간 책방에서 여러 독립출판물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때부터 책방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때 더폴락에서 산 책은 지금도 책방 한편에 놓았다. 책 이름은 김은비의 시집 『 꽃같거나 좆같거나』.

 

4.

책방을 꾸릴 때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신사업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이었다. 교육생으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받은 지원금과 모아 놓은 자본금으로 집에서 가까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거리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유입되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백화점에서 쇼핑, 영화를 본 후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위해 찾는 거리다. 백화점이 생기기 전에는 대부분 주택단지였다고 한다. 젊은 층이 많은 이곳에 책방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구연일 대표는 마침 좋은 가격에 넓은 지하 공간도 찾았다. 애초에 책방을 1층에 열 생각이 없었다는 그의 말에조금 놀랐다. 보통은 지나는 손님을 붙잡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1층을 욕심낼 법도 한데 애초에 지하나 2층에 가게를 열 생각이었다 한다. 책방 운영만으론 1층 월세를 낼 수 없을 거라 판단했고 을지로를 다니며 봤던 책방 인테리어를 적용하기 위해선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는 그의 말에 책방운영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람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다는 말처럼 의미 없는 책은 없다. 다만 고객이 선호하는 책은 여러 책 중 보기 좋은 표지가 있는 책이다. 구연일 대표가 책방을 열기까지 여러 책방을 다니며 내린 결론이다. 그렇기에 책이 많은 것보단 적은 책이라도 표지가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책장은서울에 있는 ‘도림서재’란 책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곳에서 본 책장을 따라 심플 책방에도 책방 한 면이 넓게 책장으로 자리 잡았다. 책은 꽂지 않고 표지가 잘 보이게 얹어 놓는다. 

“책을 큐레이팅할 땐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에세이어야 하고 가격이 적당해야 해요. 그리고 제목은 이끌림이 있어야 하고 표지는 좋아야 하죠.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소외된 책도 선별해 놓고 있어요. 요즘 표지가 예뻐 집 안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가는 손님도 있죠. 슬프긴 하지만 그것도책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구연일 대표는 책은 꼭 상품이 아닌 작품이라 표현한다. 대부분 책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더욱 책은 작품이라 말한다. 우리가 책을 작품으로 생각할 때 그만한 값을 지불할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책 표지를 책장에 전시하고 손님들이 책을인테리어 소품으로 사 가는 것도 책을 소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5.

가게에선 일본 시티팝이 흘러나온다. 칵테일 한 잔 주문했다. ‘블루 오사카’. 일어가 적힌 책 한쪽을 뜯어 만든 메뉴판엔 그렇게 적혀 있다. 칵테일 바 옆에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껴안고 자고 있다. 레몬과 라임이다. 가게를 열 때쯤, 중학생 아이가 아기 고양이 구조 글 올린 것을 보고 데려왔다고 한다. 책방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동안 칵테일은 한 손에 꽉 잡히는 돌멩이 하나와 함께 나왔다. 뜨겁게 데운 돌이다. 칵테일을 마시다 손이 시릴 때 잡으면 따뜻하다.

칵테일은 무엇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재밌다고 구연일 대표는 말한다. 칵테일은 커피를 많이 파는 골목에서 똑같이 커피를 팔기보단 조금 색다른 것을 하고 싶어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도 칵테일은 조금 손을 봐야 할 거 같아요. 아직 손님들이 책방에서 칵테일 마시는 걸 낯설어하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좋다고 말해도 손님이 공간 속 이질감을 느끼면 실패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논 알코올인 에이드 종류를 만들어 볼까 해요.”

구연일 대표의 칵테일에 대한 고민은 결국 책방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커피 6천 원과 책 6천 원에 느끼는 부담감이 다르듯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전하기 위해선 먼저 나와 상대방 사이를 좁히기 위한 타협점이 필요한 것 같다.

구연일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책방에 출근해 고양이들 밥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월요일엔 책방 문을 닫지만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 교내 창업학점제라는 것이 있어 창업 활동이 학점으로 인정 되긴 하지만 매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바쁜 일상이다. 쉽지 않을 거란생각은 했다. 책방을 시작하면 나중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냥 망설임 없이 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굶어 죽진 않을 자신이 있었다. 대신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못 먹고 살겠지만 말이다. <원피스>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약 포기해 버리면 후회만 남게 돼!”

 

6.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실 책방 사장보다 남의 가게 아르바이트하는 게 돈은 더 많이 번다. 그럼에도 책방 운영 매력은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루 종일 틀 수 있고, 고양이와 함께하고 또 마음 맞는 손님이 다녀간 후 응원 메시지도 힘이 될거다. 구연일 대표는 말했다. 돈 대신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독립책방은 지금도 태어나고 사라진다. 소비자보다 공급자가 더 많은 이 책 시장에서 독립책방은 아직 운영 중이다. 누구는 전국에 있는 독립책방을 다니기도 한다. 책방을 중심으로 책 강연과 소그룹 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분명 독립책방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자꾸 던지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책을 넘어선 공간의 힘일지도 모른다. 책방 주인 취향이 담긴 공간을 즐기는 것. 그리고 책방 주인 삶이 녹아든 공간 속에서 대안적 삶을 잠시나마 꿈꾸는 것. 그것이 책방이 가진 또 하나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오토바이 타고 출근하고 가끔은 대학교에 등교하는 구연일 대표처럼말이다. 책방에 은은한 조명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신다. 옆에 고양이 레몬이 와서 눕는다. 나도 이런 삶이 나쁘진 않겠다 생각하며 아직 온기가 남은 돌멩이를 손에 쥔다.

 

주소:구광역시 동구 동부로34길 4 지하 1층

전화번호: 0507-1334-9513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im_place/

 

728x90
반응형

댓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