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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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by 토마토쥔장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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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을 둘러싼 엉망진창인 상황

"옛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사진 이용원

 

1.

결국, 대한민국 대전광역시가 옛 충남도청 신관동에 조성한 대전 창업허브 3층 공간을 비웠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요구였다. 

 한 공간에 애써 부여했던 맥락은 1년이 지나 그렇게 매가리 없이 무너졌다. 네 개 층 중 고작 한 개 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상징성은 크다. 공간을 두고 형성한 권력 관계를 명백히 보여 준다. 이는 곧, 옛 충남도청 활용에 있어 대전 시민이 놓인 위치를 알려 준다. 이렇게 시작한 균열이 옛 충남도청사 전체 공간에 새롭게 부여할 것이라 기대 했던 맥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마치 세입자처럼, 문광부 요구에 대전시가 조용히 짐을 뺀 건 2021년 6월 둘째 주였다. 짐은 옛 대전세종연구원 건물로 옮겼다. 이 공간 역시 대전광역시가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수 없다. 건물을 빌려 쓰는 세입자 프레임에 갇혀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모양 새가 딱 그렇다. 이런 상황은 흔히 민간 영역에서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 힘없는 세입자가 느끼는 혼란이다. 이런 일이 공공 영역에서 벌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자연스럽게 문광부와 대전시 관 계가 ‘건물주와 세입자’ 관계로 전환하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다른 공간도 아닌 대전광역시, 100년 도시 역사에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은 옛 충남도청이다. 

이번에 대전광역시가 문광부 요청으로 공간을 비운 옛 충남도청 신관동은 4층 규모 건물이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 사업 선정 으로 대전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중부권 최초로 메이커 스페이스(전문랩)를 이 공간에 구축하고 2020년 5월 업무를 개시했다.

 1층과 2층에는 대전창업허브 DID 기술융합공작소를 설치했다. 목공, 도예 실습실, 3D 프린팅실, 후가공실 CNC·레이저 가공실, 2D·3D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가 들어찼다. 4층에는 창업보육(연구)공간과 비즈니스(투자)자문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임팩트 창업 본부 등 이 있다. 이번에 짐을 뺀 3층에는 코워킹 공간과 컨퍼런스홀, 다목적 공예실 등을 두었다.

대전창업허브 개관 당시 총사업비는 97억 1천5백만 원으로 국비 29억 6천6백만 원, 시비 67억 4천9백만 원을 투입했다. 우리 도시 미래를 그리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대형 사업이었다.

 대전광역시 일자리경제국 관계자는 “기존 3층 공간은 옛 대전세종연구원 건물(옛 충청남도의회동) 3, 4층으로 옮겨 설치하는 걸 협의 하고 있다”라며 “대부계약 등은 도시재생과에서 일괄로 진행하고 있어 확실한 건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거로 안다”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짐을 뺀 대전창업허브 3층 공간에는 문화체육관광사이버안전센터가 입주한다. 

사이버안전센터 관계자는 “6월 중 용도에 맞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하고 7월 중 입주할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사이버안전센터는 현재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에 있다. 공무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40여 명 정도가 근무한다. 정부기관 지방 이전 실적으로 잡고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2.

앞서 불거졌던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과 관련한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옛 충남도청 부속 건물이었던 옛 우체 국 건물과 옛 선거관리위원회,옛 무기고 등 건물 세 동과 옛 대전세종연구원 건물을 중심으로 대전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은 시민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실험하고 상호협력 하면서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문제 해결의 복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조성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 절차상 문제로 ‘건물주와 세입자’ 프레임을 만든 사건이었다. 핵심은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을 가진 충청남도에 공문을 통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담장목으로 심은 향나무를 베거나 이식한 것이 생명을 존중하는 따뜻한 감성을 건드리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행정 절차상 문제는 명확하게 잘못을 따져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2019년부터 국비 60억 원과 시비 60억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을 중단하는 건 다른 문제다. 민간이 소유한 건물에 공공기관이나 다른 민간인이 임대 계약을 체결한 후 건물주 동의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지금쯤이면 조성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공간은 ‘원상 복구’라는 충청남도 요구에 손을 놓고 있다. 

 원상 복구 건과 관련해 지역공동체과 관계자는 “행정절차에 필요한 내진 설계와 건 축 설계 등을 완료해 충청남도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최대한 빨리 행정 절차를 진행 한 후 조성공사를 통해 시민이 열린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소통협력공간 조성 공사와 관련해 충청남도 관계자와 만나 긍정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와 충청남도 사이에 진행한 원상 복구 논의는 미비했던 행정 절차를 다시 밟아 충청남도 승인을 받는 것이 핵심 사항인 것으로 읽힌다. ‘원상 복구’라는 낱말이 지닌 뜻 그대로, 물리적인 원상태로 되돌려 놓으라는 요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소통협력공간 조성 현장을 둘러싼 문제는 문광부 소유권 이전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광부가 잔금을 모두 지불하고 7월 1일 자로 옛 충남도청과 터에 관한 매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6월 21일 취재에 따르면, 이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시가 충청남도가 요구한 옛 충청남도청 부속 건물과 조경수 등에 원상 복구 요구를 완료해야 문광부가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라며 “현재 대전시는 충청남도와 임대 연장 계약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 문광부와 충청남도 사이에 체결한 매매 계약은 2021년 12월 31일 자였다. 대전시가 충청남도와 임대 계약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든, ‘원상 복구’ 관련 충청남도 승인이 있으면 소유권 이전은 12월 31일 이전에라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3.

2013년부터 지금까지 임대 협상과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잠깐 생긴 공백을 제외하 고 옛 충남도청사 공간은 늘 대전 시민에게 열렸다.

 본관 1층에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이 문을 열었고 같은 층 기획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전시도 진행했다. 한동안 본관 2층에 대전시장 제2 집무실을 두었고 원도심 활성화를 이끌겠다며, 본청 일부 부서가 자리를 옮겨 근무하기도 했다. 본관을 제외한 부속동에도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이 들어가 대전시민대학을 열었다. 본관 뒤편 넓은 주차장에서는 심심찮게 눈에 띄는 공연이나 잔치판을 펼쳤다. 

 선거 때마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과제와 함께 도청 활용 방안은 대전 시민에게 반드시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공약 중 하나였다. 원도심이 겪은 쇠락에 가장 큰 원인은 택지 개발 방식으로 진행한 도시 팽창을 인구 증가가 따라가지 못한 것과 옛 충남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 기 관이 이전한 탓이 크다. 공공이 결정한 정책 때문에 쇠락한 공간을 공공이 나서 관심을 두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건 당연한 도리다. 

 국가가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청이 전법)<제31조의2>에 1항(종전 도의 청사 및 부지의 국가 매입 등)을 살펴보아도 “지방자치법에 따른 직할시의 설치(설치 이후 광역시로 변경된 경우를 포함한다)로 도청 소재지와 관할 구역의 불일치가 발생되어 도청을 이전하였거나 이전하는 경우 종전 도의 청사 및 부지는 국가가 매입한다”라고 명시했다. 청사 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국가이니 이에 관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로 법 제정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종전 청사와 터를 그 소재지 관할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대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같은 조 2항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은 2016년 3월 22일 신설했다. 당시 대한민국 전자관보(제 18723호)를 확인하면 개정 이유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관보’는 정보 민주주의의 꽃이다. 좀 길지만, 전체를 옮긴다, 한 번쯤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충청남도 및 경상북도의 도청 이전은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하여 도와 직할시를 분리함에 따라 도청 소재지와 관할 구역이 불일치 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추진되는 것으로, 현행법은 도청 이전에 따른 종전 도의 청사 및 부지는 국가가 매입하도록 하고 있음. 

그런데 현행법은 국가가 매입한 종전 도의 청사 및 부지의 활용 주체에 대하여 명확 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을 뿐만아니라,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활용 주체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수립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실정임. 

이에 국가가 매입한 종전 도의 청사 및 부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는「국유재산법」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동산을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에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장기 대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도청 이전 사업이 보다 원할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관보에 실린 법 개정 취지에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활용 주체를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로 명시했다는 점과 도청 이전 사업을 국가와 지방의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옛 충남도청사 및 그 터에 일방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공공 자산으로서 건물과 터에 관한 활용 및 유지 관리 등을 위탁한 행위일 뿐이다. 사유 재산처럼 ‘건물주와 세입자’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한없이 천박하다.

4.

문광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정 행위는 민간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과는 명확하게 다르다. 옛 충남도청 청사와 터를 매입하기 위해 국가가 편성한 800억 원이 넘는 예산은 다른 법도 아닌, 국가와 지방간 균형 발전과 관할 자치단체 활용을 규정한 도청 이전법에 근거해 편성했다.당연히 법 제정 및 개정 취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가 광역자치단체를 상대로, 이런 공공 자산을 두고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 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조성한 공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건 볼썽사납다. 

 2013년부터 2021년 6월까지 대전광역시가 충청남도에 임대료로 지불한 돈은 89억 2천5백만원 정도다. 매년 들어간 관리·유지, 수선 및 시설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대전 시민 대학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 조성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비까지 더하면 수백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짧지 않은 시간, 공공 자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며 활용 방안을 모색 했던 건 향후 활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책 사업 등 행정 행위에 필요한 단순한 ‘공간’이 아닌 대전광역시 역사 속에 상징처럼 존재하는 옛 충남도청 건물과 터다. 활용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논란 속에서도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전제만큼은 대전 시민이 쉽게 합의하고 동의할 수 있었다. 이는 해당 공간과 터가 지닌 이런 역사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군부 독재 시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을 거치며 긴 시간 해당 공간은 위압적으로 민중을 핍박하고 억압하던 ‘상징’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공간을 마음껏 활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행위 자체가 지닌 의미는 크다. 

 올해 10월 말 마무리할 예정인 ‘옛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 용역’ 주체가 문광부라는 사실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대신 용역 진행 과정에서 자문, 의견 제시 등으로 대전광역시 참여 방안을 확보해 준다는 방침인 모양이다. 주 체가 아닌 객체다. 이번 용역에서 대전광역시가 어느 위치를 점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입에 꽂아 준 사탕을 물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와 다르지 않다. 행정 기관으로서 대전시는 물론이고 대전 시민 전체가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들러리인 셈이다. 

 옛 충남도청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국면이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럴 때는 원칙과 상식으로 판단해야 한다. 법은 성숙하지 못한 인간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한 가지 질문이면 충분하다.

“대전광역시, 도시 역사가 출발한 원도심 한가운데 있는 옛 충남도청 본관과 부속 건물을 비롯한 그 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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