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야 집게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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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야 집게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by 토마토쥔장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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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야 집게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대전 청년구단 전체 리뉴얼?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글 사진 황훈주

 

 

소라게는 슬프다. 그게 꼭 권상우 ‘소라게 짤’ 때문은 아니다

 

소라게는 슬프다. 그게 꼭 권상우 ‘소라게 짤’ 때문은 아니다. 소라게는 성장할 때마다 새 소라 껍데기를 찾아 떠나야 하는 운명이다. 옆집 친구 랍스터는 스스로 탈피를 하며 내 집 마련하는 동안 소라게는 전세 주택, 그보다 더 싼 월세방을 찾아다니는 모습이랄까.

오래된 공간에 젊은 청년팀이 들어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유행은 아직 유효하다. 서울 을지로가 그랬고, 대전에선 선화동, 대동에 이어 요즘은 소제동이 그렇다. 이런 걸 ‘힙’하다 하며 레트로다 뉴트로다 한다. 근데 그저 멋지다 하고 넘어가기엔 의문점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이 모습인가, 아니면 시장 가격에 밀려 중고 시장 같은 구도심을 찾게 되는 걸까?

대전 청년구단 약도

대전 청년구단이 결국 5월 16일 문을 닫았다. 청년몰에 입점한 창업자 전원이 철수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청년몰 활성화 사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쯤에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청년몰 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정확한 단어 사용을 실천합시다

청년몰 신화는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는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어 준비 과정을 거친 후 2012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문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문전성시 프로젝트 목적이다. 이 프로젝트 사업은 2008년에 시작하여 2013년에 종료되었는데 어느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수원 못골시장의 경우 상인 DJ가 직접 운영하는 ‘못골 온에어’ 라디오 방송, 상인들이 모여 만든 ‘줌마 불평합창단’ 동아리 등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8.6%, 일 매출액은 22.8% 증가했다고 문체부는 2010년 ‘문전성시 2011년 사업설명회’에서 밝혔다.

전주 남부시장은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문화 사업’을 ‘청년 문화’로 실현했다. 남부시장 2층 빈 공간에 청년들이 들어와 아기자기한 가게를 꾸렸다. 이게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낡고 오래됐다 생각하는 전통시장에 시끌시끌한 야시장이 열렸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와 같은 솔직한 슬로건은 제대로 소비자에게 먹혔다. 전국에서 전주 청년몰을 찾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주도로 새로운 사업이 생겼다. 바로 이것이 현재 전국에 많은 청년몰을 있게 한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이다. 위 사업은 만 39세 이하 청년 중 예비 청년상인 대상으로 전통시장 내 공간을 제공 하는 등, 창업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현재 전국에 청년몰은 39개가 존재한다. 청년몰 사업은 전통시장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아케이드 보드처럼 여기저기 설치되고 있지만 아케이드 보드가 그랬듯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 ‘청년몰 사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청년 상인 선발 기준 및 교육 지원 체계 등을 재검토 할 것’이 있었으나 그후 2020년 국정감사에산 청년몰의 40%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의 목적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볼거리・즐길거리가 가득한 복합 청년몰 조성과 준비된 예비 청년 상인의 전통시장 창업 지원, 청년몰의 사후 지원 및 청년 상인의 자생력 강화 도약 지원 등으로 젊은 고객 유입을 통한 전통시장 활력 제고 및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기여’이다.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 목적을 요약해 보자. 전통시장 쇠락으로 늘어나는 빈 공간에 청년들을 입점 시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사업 정도로 축약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거다. 청년은 어떤 사람이고 문화는 무엇인가?

 

배우는 있고 무대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유종성 대표를 만났다. 청년구단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을 함께한 그의 가게 이름은 ‘머스마빱’.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연어 덮밥으로 화제를 모은 가게다. 유종성 대표는 갈마동 ‘fresh man’에서 만날 수 있었다. fresh man은 유종성 대표가 청년구단을 운영하며 2019년에 오픈한 가게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2019년도부터 마지막까지 청년구단 청년 상인 대표를 맡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그가 직접 섭외 요청을 해서 성사시킨 촬영이었다.

“처음에는 가게 앞에 피카츄 인형도 놓고 가게를 화려하게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몰 디자인이 통일되어야 했어요. 처음 청년몰에 들어왔을 땐 전주 청년몰처럼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꿈꿨는데 가면 갈수록 획일화 돼야 하는 게 아쉬웠어요. 청년상인육성재단이라고 청년몰을 관리하는 재단이 있거든요.”

청년상인육성재단. 2019년도에 설립된 정부 비영리기관으로 이곳에서 아마 나름 청년몰 위기 속 여러 가지 경영 솔루션을 제시한 듯하다. 손님이 들어왔을 때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게 간판을 통일시키고, 유니폼도 가게 상관없이 맞춰 입게 하는 등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전통시장에 청년 문화를 수혈하고선 다시 청년몰 사후 지원이란 이름으로 청년 문화를 지워가는 꼴이 되었다. 

“가게 문 닫는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5년이란 시간, 이곳에서 20대를 다 보냈는데 쉽게 결정할 수 없었죠. 하지만 이 넓은 공간을 혼자 운영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또 점점 직원도 많아지고 갈마동에 새 가게도 열면서 책임질 것도 많아지고요. 공간 임대 계약이 올해 6월까지였어요. 고민 끝에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공간이 비게 된 거죠.”

유종성 대표

청년구단 전기료, 수도세 등 관리 유지비는 청년 상인들이 1/n으로 나눈다. 노후화된 건물이라 하루 종일 세게 냉방을 해도 시원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상인 한 팀이라도 빠지면 부담이 커진다. 청년구단은 운명 공동체였던 것이다. 공간에 남고 싶어도 책임져야 할 것은 개인의 몫 이상이다.

대부분 여론에서 청년몰이 망했다 하면 청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미숙하게 사업 준비하고 사업비만 축낸다는 식이다. 하지만 청년구단은 오히려 성장하는 청년을 담지 못 한 경우다. 유종성 대표도 사업을 키워가면서 청년구단 유지를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았다. 또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막걸리집도 청년구단을 떠나 예산에 양조장을 차려 성업 중이다. 청년몰 실패는 왜 청년을 전통시장에 담지 못했는지 물어야 한다.

빈 청년구단 모습

문제는 간단하다. 청년의 젊음을 뽐낼 무대가 청년구단엔 없다. 마치 액션 영화에 몸 좋은 액션 배우를 캐스팅해서 너구리 CG 캐릭터 성우 시키는 격이다.

 

청년구단, 무엇이 문제인가

청년구단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보인다. 청년구단은 공간을 푸드 코트로 구성해 손님들이 자유롭게 메뉴를 골라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다. 공간에 청년의 개성을 담을 수 없다. 가게 분위기와 개성은 공간 디자인에서 나온다. 하지만 푸드 코트 구조는 가게 자체 개성을 뽐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음식으로만 가게의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오마카세 요리도 푸드 코트에 앉아 먹으면 글쎄, 만족도가 어떨지 모르겠다. 또한 모두 음식이라는 같은 카테고리로 한 공간을 묶은 것도 문제다. 청년구단은 사업 초기에 요식업종 청년 상인을 모집했다. 유종성 대표는 다음 청년 상인을 모집할 땐 공방 위주에 음식점은 한두 개 정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식점은 ‘제 살 깎아 먹는 일’이라 했다. 손님은 하나인데 가게는 여럿이니 서로 손님을 두고 경쟁을 하게 된다. 청년몰에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어야 소비 생태계가 이뤄지는데 푸드 코트가 메인이 되니 식사를 마친 후 청년몰에 정주할 이유가 없다. 청년몰에 방문하는 손님도 식사 시간대를 제외하면 없다. 

이 문제는 대전 청년구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청년몰 사업이 대부분 비슷하다. 청년몰로 사용할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참여할 업종을 한정하고, 청년 상인을 모집한다. 랍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청년을 소라게로 만드는 형국이다. 

“청년몰 사업이 같이 뭉쳐 힘내는 것이 취지인 건 알았어요. 하지만 이 부분만 너무 강조하며 ‘으쌰으쌰’ 하라는 것이  아쉬웠죠.”

전주 청년몰을 보면서 청년 상인의 꿈을 꿨던 유종성 대표다. 그때 알게 된 대전 청년구단에 들어와 보낸 시간이 짧지 않다. 그 또한 이 공간을 나가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 청년구단은, 아니 청년몰 사업은 전주 청년몰과 같은 모습을 만들 수 없을까?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프로그램 사업이고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은 공간 지원 사업이다. 원하는 건 같지만 사업 방식이 달랐다. 청년몰, 나아가 전통시장을 살리고 싶다면 오직 한 가지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 전통시장. 누가, 왜 이용하는가

 

전통시장을 왜 살려야 하는가.

한동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비교하며 대형마트가 마치 전통시장을 파괴하는 원흉으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는 대형마트 정기 휴일을 만들어 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골목의 전쟁』의 저자 김영준 씨는 명확한 문제를 제기 했다.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므로 대형 유통업들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통제해봤자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다.” 

- 허프포스트, 김영준, <‘대형마트 vs 재래시장' 이분법과 포퓰리즘> 중에서

 

결과적으로 대형마트 정기 휴일은 전통시장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이번에도 동일하다. 전통시장 부흥과 청년 상인 지원이란 두 토끼를 잡으려면 두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전통시장은 왜 살려야 하는지, 청년은 왜 지원해야 하는지 말이다. 

 

청년몰을 대형마트에 브랜드 입점하듯 하면 안 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강점은 다르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를 따라가려 했던 수많은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걸 계속 지켜보면서 왜 매번 새롭게 다시 시도하는 걸까?

 

전통시장 필요성에 대해 말할 때 꼭 나오는 것이 문화적 측면이다. 외국인은 관광지 방문에 꼭 전통시장을 찾고, 수많은 점포가 모여 전통시장만의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 문화적 가치가 지금 이 시대에 변함없이 필요한 가치라면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전주 청년몰이 초창기 성공할 수 있던 이유도 사회적기업 이음이 남부시장과 함께 하며 여러 문화 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공간은 다음이다. 콘텐츠가 없는 공간은 지속성이 없다.

 

소라 껍데기가 아닌 둥지가 되어야 한다

7월에 찾은 청년구단 내부는 휑했다. 문 앞엔 ‘청년구단 리뉴얼 안내’라는 글을 프린트 해 붙여 놨다. 밑에 한 줄 더 써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새 입주자 모집은 상인회에서 직접 모집하고 있었다. 이번엔 요식업팀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공방 및 예술 단체를 중심으로 모집 중이다. 이미 어느 정도 새 팀이 모집된 눈치다. 푸드 코트는 반응이 좋지 않았기에 전처를 밟진 않을 것이라 했다.

현재 청년구단은 비어 있다.

소진공 사업팀을 통해 청년상인육성재단은 청년몰 사후 관리를 위한 위탁 재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몰 사후관리는 1차적으론 지자체라 했다. 소진공은 적극적 사후 관리를 위해 2019년, 유성구에 청년상인 교육센터도 세웠다. 또한 현 문제를 인식하여 복합 청년몰을 기획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 상인을 모집하고 청년 상인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저희도 청년몰 사후 관리 정리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후 관리에 대한 교육 만족도가 주관적일때도 있어서 어떻게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년구단 계단 앞에 ‘창업체험점포 입점자 모집중’이란 플랜카드를 발견했다. 청년상인육성재단에서 만든 플랜카드다. ‘임차료 6개월 지원, 인큐베이팅 점포 운영, 기초 집기 지원’이란 단어도 함께 써 있다. 전화 문의 결과 현재 모집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창업체험점포 사업 공고가 뜰 수도 있다 했다. 장소는 청년구단이 아니다. 아마 다른 곳일 것이라고 말했으니 정확히 알 순 없었다. 어딘가에선 또 청년을 위한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청년구단엔 다시 또 누군가 들어올 거다. 사업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통시장이 불멸하기 바라듯 청년 또한 소라게가 아닌 랍스터가 되길 바란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처럼 유휴공간을 주고 상권을 일으키길 바라기 보단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월간토마토 vol.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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