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도청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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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멍한 상태다

by 토마토쥔장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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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멍한 상태다

토마토 관심 옛 충남도청


 이용원 사진 이용원, 대전찰칵 제공

월간토마토 vol. 170.


1.

   옛 충남도청에 어떤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지는 대전광역시에 중요한 현안이다. 

   지금 논란의 핵심은 ‘활용 주체’에 관한 내용이다. 충남도청 내포 신도시 이전을 결정한 이후 줄곧 옛 충남도청 터와 문화재로 지정한 본관 건물, 이외 부속 건물은 당연히 대전광역시가 시민을 위해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이라 믿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바로 옆에 옛 충남경찰청 터와 부속 건물까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두 공간 모두, 대전광역시에 소재한 공공 건축물이고 도시 형성 시점과 이후 도시 발전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이기에 그러했다. 현재 옛 충남경찰청 터에는 정부 통합청사 신축을 추진 중이다. 

   지역에서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이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할 관련법도 대한민국 국회가 제정했다.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 제31조의2에 1항은 종전 도의 청사 및 터를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 법은 또 옛 도청 소재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건물과 터를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장기 대부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월간 토마토》165•168호 참조)

   정서와 여론, 관련 법까지 모든 조건은 옛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할 주체가 대전광역시라는 믿음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올봄부터 옛 충남도청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이런 확신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전광역시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주체 기관으로 등장했다. 대전광역시와 시민은 철저하게 객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함께 모색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대전광역시가 옛 충남도청 신관동에 조성한 창업 허브 3층 공간을 지난 6월 맥없이 내주어야 했다. 이 공간에는 문화체육관광사이버안전센터가 입주를 준비한다. 옛 대전세종연구원 2층 공간에는 문화체육관광진흥기술센터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6월 이전에 잠정적으로 결정한 일이다. 당시, 9월 센터출범을 예고하는 언론 보도 등에서 센터 위치로 옛 충청남도 도청사를 특정했다. 이 공간 역시 대전광역시가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하려고 계획한 사업 대상지였지만,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역 문화 진흥원도 옛 충남도청 공간에 입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전광역시 한 관계자로부터 “문체부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흘러나오는 다양한 메시지와 태도를 통해 옛 충남도청 소관 부서로 소유권 이전을 앞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0년 넘는 시간, 옛 충남도청을 두고 대전 시민에게 활짝 열린 문화 공간으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것으로 믿으며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상황이 무척 민망해졌다. 흡사 무능한 가장을 둔, 잔혹 한 가족사를 그린 삼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저거, 우리가 쓸 수 있는 건물이라고 했잖아요?"라며 눈물짓는.

 

2. 

   옛 충남도청을 두고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그즈음, 많은 자치단체가 그러했던 것처럼 옛 충남도청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다급한 제안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도 했다. 무게감 있지는 않았다. ‘그럼 이건 어때?’ 수준일 뿐이었다.

   대전광역시가 나름대로 준비를 통해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으로 가장 최근에 제시한 건, 국립디지털미술관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했다. 한국 문화관광연구원에서 오는 10월 마무리할 예정인 ‘옛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 용역(문화체육관광부 발주)’에서도 이와 관련한 타당성 검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전광역시가 공식안으로 제안한 ‘국립 디지털미술관'이 얼마나 시민에게 설득력 있을는지는 다른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도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 시점은 2015년이다. 당시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 옛 충남도청 활용과 관련한 내용은 주요 공약 대상이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화예술복합단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2015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활용 방안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2016년 용역을 마무리하고 같은 해 12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 용역에서는 본관을 ‘메이커 문화 전문 도서관(메이커스 라이브러리)’으로 운영하고 뒤편 옛 의회동(옛 대전세종연구원)과 신관은 메이커 활동을 위한 제작과 교류, 결과물 유통 플랫폼인 메이커스 스페이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용 중이던 시민대학 공간은 강의실과 사무실, 예술 마켓,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본관 앞을 지하상가와 연결해 썬큰 광장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연구 용역 결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인 메이커스 활동 플랫폼을 형성해 옛 충남도청사를 행정 중심 공간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창조적 문화 플랫폼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날 용역 결과 발표회에 참여한 인근 상인 중심으로 반발도 있었지만, 용역은 그렇게 일단락했다.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에 달하는 1.1km 구간 전체를 고려하고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도 연계한 나름대로 구체성 있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역 결과를 발표하던 시점은 이미 박근혜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해 탄핵 심판 절차를 개시한 때였다. 용역 발주처였던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등과 관련해 복잡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용역 결과는 별다른 힘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혔다. 

   박근혜 탄핵으로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당시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관련 공약을 제시한다. ‘문화, 예술, 과학’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건, 그동안 역대 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제시한 그것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다. 다만, 관련 공약에서 핵심은 옛 충남도청사 및 터를 매입하기 위한 국비 확보를 약속했다는 점이었다.

   앞서 언급한 ‘도청이전특별법’에 근거한 매입 예산 확보는 옛 충남도청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출발 지점이기에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800억 원에 달하는 매입 예산을 문재인 정부에서 확보한다.

 

3. 

   2018년 7월 정부는 충청남도와 옛 충청남도청 터와 건물에 관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802억 원, 이 중 80억 원가량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이후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올해 마지막 대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예산 확보가 끝난 상황에서 올해 7월 1일 자로 잔금을 모두 지급하고 충청남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옛 충남도청 소유권을 이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대전광역시도 올해 6월까지만 충청남도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가 12월까지로 다시 계약을 체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에 관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처음 매매 계약서를 체결할 당시 소유권 이전 시점이 올해 12월 31일까지였으니 문제도 아니고 이유를 설명할 까닭도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로 올해 2월,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공간을 둘러싼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사이에 문제를 일단락하 기 전까지 굳이 소유권을 넘겨받을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소유권 이전을 당초 예상과 달리 늦춘 것이 전략적 의도든 아니든, 옛 충남도청을 둘러 싼 이해관계자를 셋에서 둘로 간결하게 정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지난 2월에 불거진 문제는, 여전히 소유권이 충청남도에 있는 건물을 대상으로 대전광역시가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형상을 변경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담장을 대신해 심은 나무와 일부 조경수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프레임을 덧씌웠다. 동의가 불가능한 프레임이다. 이 공간이 지닌 ‘본질’을 민간 영역의 소유 관계와 동일시했다. 왜곡이다. 

   ‘소유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공공 재산과 관련한 소유권은 국민에게 있다. 관련 부처는 필요에 의해 관리와 이용에 관한 부분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을 뿐이다. 소유권을 주장하고 매각 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공공 재산관리의 행정상 편의성을 위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행정 행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이 대목은 철저하게 검증하고 적정한 처분이 뒤따라야 한다. 충청남도와 문화체육관광부•대전광역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더군다나 소유권 이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과로만 놓고 볼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하튼, 행정안전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대전광역시가 2019년부터 추진한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중 건물을 리모델링해 혁신 거점 공간을 만드는 사업은 지난 2월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와 관련 대전광역시 관계자는 “충청남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하고 필요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라며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진 행정 절차상 문제가 한창 진행 중인 대전광역시 주요 사업을 긴 시간 멈추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혁신 거점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진 현안과 해결 방식이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는 현실도 아이러니다. 

 

4.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이 행안부 공모를 통과하고 사업을 시작한 시점은 2019년이다. 3년 동안 국비와 시비를 더 해 사업비는 120억 원 규모고 이후 심사를 통해 계속 지원하는 방식이다. 내년도 행정안전부는 10억 원을 추가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칭하는 시비만 이달 시의회 심의를 앞둔 상황이다.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은 지금 시대가 공공 부문과 시장의 역할만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고 복잡성이 높은 ‘난제의 시대’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지역별로 고유한 문제를 발견•재정의하고 해결 주체를 다변화해 다양한 분야 아이디어를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해결 주체로 더 많은 시민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과정에서 ‘소통-몰입-실험’ 기능을 수행하는 권역별 혁신거점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공모 단계부터 민간 임대 건물을 제외한 지자체 공유지를 대상으로 했고 거점 건물 최소 전체면적 1,700m㎡(514평) 이상으로 제시했다.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맞춰야 할 조건이다. 심의 평가 기준표에서도 공간 후보지 매력과 가능성에 두 번째로 높은 배점을 주었다. 이 사업에서 물리적 공간이 지닌 중요성을 보여 준다.

   공사를 멈춘 기간이 길어져 계획한 사업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옛 대전세종연구원(의회동) 건물 사용 계획이 불확실해지면서 선정 당시 제시한 거점 건물 최소 전체 면적을 맞출 수 있는가도 문제다.

   처음 계획을 살펴보면, 대전광역시는 옛 대전세종연구원과 옛 우체국 건물, 옛 선거관리위원회, 옛 무기고까지 네 개 동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약 2,917㎡로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을 넘는다. 대전광역시가 사용을 계획했던 네 개 건물 중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은 옛 대전세종연구원 건물로 4개 층 바닥 면적은 608.50㎡다. 가장 작은 4층을 제외한 나머지 중 두 개 층 이상을 사용해야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한다. 이 중 몇 개 층을 소통협력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던 2019년에 대전광역시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 사업에 응모해 중부권 최초로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 랩을 옛 충남도청 신관동에 구축했다. 대전광역시는 같은 해 굵직한 정부 공모사업 두 개를 받아 야심 차게 추진한 셈이다.

   중부권 최초 메이커스 스페이스 전문랩인 대전창업허브는 지난해 5월 업무를 개시했다. 1층과 2층에는 대전창업허브 DID 기술 융합공작소를 설치하고 3층에는 코워킹 공간과 콘퍼런스 홀, 4층에는 창업보육(연구)공간과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임팩트 창업본부 등을 설치했다. 이 중 3층 공간을 문화체육관광부 요구로 철거한 상태다.

   지금껏 두 공간을 조성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투여한 예산만 200억 원을 상회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부 정책 사업이 시작하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격랑을 만나 흔들리는 모양새다. 어쩌면, 대전광역시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옛 충남도청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예상하고도 안일하게 생각하며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부분일 수도 있다.

 

5.

   올해, 옛 충남도청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논란은 많은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도시 안에서 일상적으로 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의제를 설정하고 시민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절차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 주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우리는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또 옛  충남도청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 결과 수세에 몰렸다.

   일이 이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전광역시 행정 역량의 한계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상황에서 대전시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전시의회는 7월이 되어서야 ‘옛 충남도청을 대전광역시에 무상 양여 혹은 대부해야 한다’라는 건의안을 채택했을 뿐이다. 이 건의안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모르긴 해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자 각 캠프에서는 대전 관련 공약으로 옛 충남도청 활용과 관련한 내용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곧바로 이어질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전광역시장 과 중구청장 후보는 관련 공약을 제시할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이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과 관련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캠프에서 제안하는 공약을 선택할 때는 아니라는 점이다. 대전광역시는 이미 ‘누구나정상회담’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해결해야 할 의제를 시민이 먼저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정치권에 공약으로 견인해 낸 경험이 있다.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은 10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용역 결과만 넋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대전광역시가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 없이 협의는 불가능하다.

   국가가 옛 충남도청 터를 대전광역시에 무상 양여하거나 대부할 수 있도록 타당한 논리를 갖추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공간에 맞는 졸가리를 형성할 국가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여전히 ‘멍한상태’라는 것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는 무엇이고 우리 대전광역시에, 대전 시민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리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대전 시민이 큰 틀에서 암묵적 합의를 보았던, ‘대전 시민에게 활짝 열린 문화예술 공간'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대전광역시가 나름대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현장에 사업을 추진한 소통협력공간과 대전창업허브다. 또, 창업 허브에 공간을 내주고 한쪽으로 비켜난 대전시민대학도 해당 터에 존재한다.

   각 사업 공간을 옛 충남도청 터 안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굵은 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지 검토해야 한다. 

   이 기반 위에 가장 상징성도 크고 면적도 넓은 옛 충남도청을 비롯해 주차장 등 나머지 공간을 상상해 전체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대전광역시는 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추진할 긴급  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해 시민이 숙의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빈번하게 벌어질 상황이다. 대전광역시 중요 현안인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을 두고 시작해 볼 일이다.

   진정한 ‘분권과 자치’는 도시가 고유한 자기 콘텐츠를 갖지 못하면 완성할 수 없다. 


 이용원 사진 이용원, 대전찰칵 제공

월간토마토 vol.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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