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중요한 건,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다
대전형 1인 가구 정책을 기대하며
글 그림 이창원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전이다. 대전 1인 가구 비율은 33.7%로 전국 평균 30.2%보다 높다.
4인 가구, 전통적인 ‘가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1인 가구는 ‘사회적 문제’인가?
미래 사회문제를 예측할 때 빼놓을 수 없는 3가지 주제는 ‘고령화·저출생·저성장’이다. 1인 가구 증가는 ‘고령화·저출생’과 관련이 있다. 이를 “사회적 문제로 볼 것이냐?”라는 물음에서 답변은 나뉜다.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한 국가 정책에서 바라보는 1인 가구는 ‘사회적 문제’라고 정의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가운데, 비혼율이 증가하며, 출생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국가를 사고 중심에 두면 1인 가구 증가는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통계 수치로 드러나는 1인 가구 증가세는 향후 2030년까지 지속한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이를 ‘사회적 문제’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현상‘으로 접근함으로써, 지난 수십 년간 가족 중심으로 설계한 기존의 정책을 수정·보완하여 ‘가구’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방식으로 시대에 맞게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의 정책전환이 아닌, 예측되는 미래에 대한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전광역시 1인 가구의 실태
대전에 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대학’이 참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연구 논문급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타 광역시와 동일면적 대비 대학의 수는 대전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은 추측이 늘 있어왔다. 이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통계청 자료를 조사해본 결과, 6개 광역시 별 1인 가구 비율 중, ‘20~29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전이 월등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6개 광역시 별 1인 가구 비율 중, ‘20~29세’가 차지하는 비율(출처: 통계청, 「2020 지역별 고용조사」) >
20대 청년층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대학을 마친 후 서울·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전출인구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받아들일 테고, 물론 이는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의 동일한 고민이다.
반면,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관점으로 생각하자면 지역에 안착시킬 수 있는 청년층이 그만큼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건 ‘플러스’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 질이 떨어지고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인 가구의 단독주택 거주비율과 전·월세 비율이 높다. 청년층의 인구유입은 ‘대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면 빠져나가는 비율도 그만큼 높다.
대전광역시 대표 1인 가구 정책
2019년 8월, 대전시의회는 상임위와 본회의 원안가결을 통해 ‘대전광역시 1인가구 지원 조례안’을 공포했다. 조례 주요 내용으로는 ①주거지원, ②범죄예방, ③1인가구 복지 관련 연구·조사 등으로, 행정 예산 지원의 토대가 되는 기본 구조는 만들었다.
다만, 대부분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주거지원’에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대전형 1인 가구 사업’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1인 가구를 위한 중·소형 면적의 수요주택을 타깃으로 대전시에서 발표한 ‘드림하우스 1만호’ 계획은 민선 7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실제 착공과 완공을 통한 입주 시까지는 한참 남아있는 사업이다.
조례제정 2년차라서 본 사업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허나, 지금까지 대전에서 1인 가구와 관련한 정책 이슈가 없던 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작성한, “대전시 1인 가구 증가와 대응방안 연구(대전발전연구원 임병호, 2010)”를 통해 대전의 1인 가구를 세밀하게 분석한 보고서가 존재한다. 당시 기준으로도 2010년에 대전시 1인 가구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당 연구 또한 ‘주거지원’과 관련한 내용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1인 가구 정책을 만들며, 10여 년 전 해묵은 연구결과가 이제야 다시 회자되는 느낌이다.
‘지역맞춤형’ 정책수립의 필요성
‘지역맞춤형’ 정책수립이 필요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광역지자체별 특징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청년문제를 논할 때 대다수의 광역지자체는 ‘일자리’가 1순위로 올라온 반면, 서울은 ‘주거’로 나타났다. 그밖에도 서울에서 시행해 광역으로 내려간 후 기초로 퍼지는 정책의 기본흐름 상, 큰 틀에서 세세한 것까지 베껴오는 경우가 많다. 행정-행정끼리의 소통을 1차적으로 하고, 무늬만 거버넌스로 하여 그럴 듯이 집행한 정책을 나열하자면 부지기수다.
모방을 통한 창작과, 모방을 통한 표절은 그 느낌이 꽤나 다르다.
과연 ‘드림하우스 1만호’가 대전의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망라한 ‘지역맞춤형’ 주거 정책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혹여나, 국가 정책에 탑승하여 타지의 사례를 무작정 따라가는 건 아닌지, 그것이 아니라면 거버넌스와 시민참여 등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접근한 지역맞춤형 정책인지를 알고 싶다.
시민 주도 실험을 통한 문제해결 필요
대전의 캐치프레이즈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택하라면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 가장 인상 깊다. 보통 캐치프레이즈는 ‘환상’을 담는데 이는 그렇지 않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적정 인구수·도시 인프라·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부족하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느끼는지라 더욱 그렇다.
분명한 것은, 나와 같이 20대 청춘을 대전에서 보내는 이들이 지역 고유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위와 같은 인식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게 된다면, 대전이라는 도시가 정말 살기 좋다고 느끼게 될 거란 사실이다. 지역맞춤형 정책수립에 있어, 지역 고유의 특징에 따른 장점은 명확하게 살려야 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미 진단한 문제를 가지고도 10여 년이 지난 이후에서야 움직이는 더딘 행정과 달리, 행정전부의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에 2019년 대전시가 선정되어 위탁운영중인 ‘대전광역시 사회혁신센터(이하 ’센터‘)’는 민간과 행정을 잇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 주도의 실험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지향하는 센터는 2년차인 작년부터 시민의 적극적인 의제발굴에 의해 ‘1인 가구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이하, ’1인 가구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는 예년대비 더욱 증가한 예산으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1인 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사업의 주 활동인 ‘주제별 그룹(=모임) 활동’은 작년 기준 20개 팀을 모집하던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50팀으로 확대하며 각 팀당 보조금과 사업 진행기간도 두 배씩 늘어났다. 작년 사업을 경험했던 시민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결과이다.
이밖에도 주제별 그룹 활동의 코디네이팅을 위한 컨설팅 지원, 기획단 구성을 통한 2년차 사업의 도출의제를 바탕으로 실행프로그램 운영, 정책제안을 위한 1인 가구 포럼 개최, 성과공유회 운영 및 책자 제작을 통한 아카이빙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측면에서 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사업은 매우 소중한 실험 과정이다. 시민 참여를 통해 추진 중인 현재의 사업 과정과 그 결과가 ‘지역맞춤형 1인 가구 정책’으로 시정에 담겨야 한다.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이나 일자리 확보 등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대전 시민이 “아, 정말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네”라는 따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빗장을 열고 시민과 함께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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