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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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인터뷰

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

by 토마토쥔장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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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지하상가 서울가발박사 조희숙 씨

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

글 사진 황훈주

 

 

역전지하도상가, 트레일존이라 불리는 이곳엔 공예품 전시 판매장이 있다. 대전역 지하철에서 내려 지하상가로 걸어가면 처음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1983년에 처음 조성한 공예품 전시 판매장은 대전방문의해를 맞아 2019년에 대전시 주관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대전 지역 공예인들이 모인 상가 지역이다. 그 첫머리에 언제나 한자리에 앉아 가발을 만드는 가게가 보인다. 창문엔 ‘서울가발박사’라고 글씨를 붙였다.

“계속 앉아 있으니까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지하상가 중에서 제가 제일 열심히 일하는 것 같대요. 그러면 가끔 저도 이렇게 말해요. 제가 조선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요.” 

올해 66세. 양띠라고 소개하는 조희숙 씨는 매일 아침 10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 온다. 가게를 비울 때는 화장실 갈 때를 빼곤 거의 없다. 작은 하얀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가발을 만든다. 일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가게 문 앞에서 빤히 바라보아도 조희숙 씨는 오직 가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는데 마주 보는 얼굴이 밝다. 웃으며 일단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준다.

“저는 가발 수선하는 일을 해요. 가게 본사는 대전역 앞에 따로 있고요. 가발을 사용하다 보면 머리가 빠지기도 하고 또 머리 길이를 바꾸고 싶기도 하잖아요. 요즘에는 흰머리를 넣어 달라는 손님도 많아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티브이에 나오고부터 부분부분 흰머리를 넣는 걸 원하는 분이 많아졌죠.”

말하는 게 쑥스럽다며 바쁘게 가발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저것 묻는 말엔 친절히 알려준다.

“가발 만든 지 50년이 넘었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14살 때 처음 일을 시작했죠. 대전에선 아이들 키우면서 홍도동에 있던 가발 공장에서 일했어요. 아리랑백화점 옆에 있었는데 직원이 80명 정도 되는 큰 공장이었죠. 뭐, 요즘은 가발 공장이 대부분 해외로 나가서 찾아보기 어렵지만요. 가발 만드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기한 일이에요. 이 많은 걸 손으로 다 만들어 간다니까요.”

가발을 만들며 아이들을 다 키웠다. 손주 봐주느라 10년 정도 일을 쉰 것 빼곤 평생 가발을 만들었다. 현재 가게로 온 지는 5년이 조금 넘었다.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길쭉한 도구 하나로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빈 곳에 심는다. 남자 가발 작은 것은 3일 정도가 걸리고 큰 가발은 길게 15일이 걸리기도 한다. 가발은 계속 만드는 방식이 바뀐다. 가발이 바뀌니 고치는 방식도 다 다르다. 가발마다 그 종류에 맞게 수선한다.

“가발에 머리카락을 얼마큼 심을지 요청하면 그것도 가능해요. 보통은 전체 대비 70%로 머리카락을 심는 게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처음 가발을 사시는 분은 숱 없이 지내서 그런지 많이 심어달라고 하더라고요. 머리카락을 많이 심어달라고 하면 시간이 더 걸리죠.”

가발 만드는 일이란 게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작은 책상에 작은 도구 하나를 가지고 얇은 머리카락을 한 올씩 심는 일을 반복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가끔 답답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여도 가발을 만들 땐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보통은 한 올씩 심지만 때에 따라 도구를 바꿔가며 몇 올씩 한번에 심기도 한다. 가발 수선을 하려면 가발 만드는 모든 기술을 알아야 할 수 있다. 가발 만드는 기술을 배운다는 게 요즘 들어 쉬운 일도 아니고 공장도 대부분 해외로 나가버리니 예전엔 많던 가발 만드는 사람들 사라졌다. 가끔 해외에 가발 공장을 만든다며 찾아와 연락처를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지만 친구들이 그런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 걱정해서 연락한 적은 없다.

“이곳 상가에 손님은 많이 없어요. 작년에 ‘토토즐' 한다 하면서 조금 좋아지려나 했는데 올해 워낙 일이 안 좋잖아요. 다른 곳도 비슷할 거예요. 여기 앉아서 가발만 보고 일하느라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다음 주엔 오랜만에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한다. 고향인 조치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복저수지로 간다. 시댁 친정 형제 모두 조치원 사람이라 다른 곳 가자면 안 모이다가도 고복저수지로 오라 하면 다 온다고 한다. 살면서 자주 모일 일 없어 날 잡고 시댁형제들과 함께 콘도 빌려 1박 2일 지내고 올 계획이다.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가려면 주문 들어온 가발을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조희숙 씨는 웃으며 휴가 계획을 말하곤 다시 가발 만들기에 집중했다.

 

 

월간토마토 vol.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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