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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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길을 지나는 마음

by 토마토쥔장 2021.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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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는 마음

노은역 지하상가

글 사진 황훈주

 

노은역에도 지하상가가 있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 노은역에 내려 노은역 동편광장까지 이어진 지하상가를 걸었다. 통로 양옆으로 7-8 가게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오직 단 한 곳 ‘참치하루’만 불을 켜고 장사 중이다. 현재 시각은 6시 20분. 노은역에 내린 승객들은 빠르게 지하상가를 빠져나간다. 무심하게 지나는 인파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문 닫은 가게 안을 살펴본다. 테이블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테이블 위 수저통까지 그대로 놓여 있다. 가게 곳곳에 ‘현 위치 임대’라는 글씨가 붙었다. 마치 급하게 자리를 피한 듯한 가게 모습은 쓸쓸하다. 지하상가 끝에는 한때 마트에서 사용했을 냉장고가 방치되어 있다. 분명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그 누구도 이곳을 지하상가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지하상가를 다 걸으면 동편광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지상으로 올라가며 뒤돌아 지하상가를 바라본다. 벽면에 ‘어서 오세요’라고 가게 상표와 함께 인사말이 써 있다. 여러 가게 간판이 쓰여 있지만 그 중 저 지하상가에서 존재하는 가게는 한 곳도 없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가게 간판을 지나 노은역 동편광장으로 나왔다.

노은역 지하상가 벽면에는 대전광역시에서 2017년 6월에 공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노은역 동편광장 지하상가 운영사업 관련 안내문’이란 제목의 안내문이다. 노은역 지하주차장의 사업시행자는 관리, 운영권을 행사할 여건이 되지 않고 대전광역시는 사업시행자의 파산관재인과 소송 중에 있다는 내용으로 지하상가 입점을 계획하는 상인은 이 점을 알고 있으란 내용이다. 어쩌면 이 내용이 노은역 지하상가가 이토록 쓸쓸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노은역 지하주차장은 많은 소송 건이 얽혀 있다고 한다.

노은역 지하상가는 노은역 동편광장 지하주차장과 함께 건설됐다. 대전시는 대전 지하철 개통으로 역 주변 주차 수요 증가와 인근 주민의 주차장 건립 민원이 있었기에 대전시는 수익형 민자유치사업으로 노은역 동편광장에 지하주차장 건설을 계획한다. 지하 2층에서 4층까지 322면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지하 1층은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부대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지하 1층 만남의 광장이 현재 노은역 지하상가다. 2008년 10월 22일에 착공이 들어갔지만, 준공 예정일인 2010년 6월 30일, 사업시행사 모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사업이 중단된다. 그렇게 방치된 노은역 동편광장 지하주차장 사업은 운영권 제3자 양도시 공사대금 변제 합의에 따라 하도급업체의 잔여 공사 재개로 2011년 2월에 주차장 공사가 완료되고 같은 해 8월부터 새 운영권 매수자에 의해 지하주차장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영권 매수자 또한 2014년 파산 신청을 하였고 이 파산 신청 건은 파산 폐지 되며 현재 노은역 지하상가와 노은역 동편광장 지하주차장의 운영은 묘하게 흐르고 있다.

“이제 월요일까지 연휴라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도 않네요.”

노은역 지하상가를 홀로 밝히는 간판 불빛을 따라 ‘참치하루’에 들어갔다. 가게 사장 김종희 씨는 2012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노은역 지하상가가 생긴 초창기다.

“지하라서 장사가 안 돼요. 가게를 홍보할 만한 마땅한 곳도 없고요. 저희도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 싶죠. 하지만 이 가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지하상가 운영 주체가 현재 없거든요. 장사하며 힘든 거 많죠. 이 공간이 참 복잡한 게 많아요. 공중화장실 경우도 지하상가에 있다 보니 처음에는 공중화장실 관리유지비도 지하상가 상인들이 내게 했었죠. 지하상가 손님보단 도시철도 승객이 더 많이 사용하는 화장실인데도요.”

초밥을 시켰다. 이 가격이면 광어나 연어 정도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참치 초밥이다. 회무침도 나오고 밑반찬도 깔끔하다. 초밥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초밥부터 얼른 먹어보라고 한다.

“참치가 다 녹기 전에 먹어야 맛있어요. 좋은 가격에 좋은 참치를 드리려고 노력하죠. 참치는 들어오는 상태가 매번 달라요. 좀 상태가 별로다 싶을 땐 다른 좋은 부위를 함께 넣어서 좋은 맛을 유지하려 하죠. 그렇게 이곳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어요.”

김종희 씨는 쉽지 않은 장사를 이어간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의 뒷모습은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속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인 것 같다. 참치 집을 나와 다시 짧은 노은역 지하상가를 걷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10분 간격으로 빠르게 지하상가를 지나간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조명이 닿지 않는 지하상가 가게 안은 더욱 어두워진다. 이 짧은 길을 지나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월간토마토 vol.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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