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편히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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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당신이 편히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by 토마토쥔장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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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편히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맞배집


글•사진 정현구

월간토마토 vol. 170.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와인바로 알려졌던 맞배집에서 더는 와인을 팔지 않는다. 음식과 술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공간은 시와 음악 등 문화가 중심인 곳으로 바뀌었다. 맞배집은 김다영, 김우리 대표가 함께 운영한다. 

   근 1년 만에 맞배집을 찾았다. 코끝에 내려앉는 향냄새가 좋았고 낮은 명도도 포근했다. 방문한 지 1년이 다 되었는데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처음 맞배집을 방문한 날이 기억났다. 맞배집 옆 서점, 도시여행자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뒤풀이를 하러 갔었다. 벌써 3년도 더 된 이야기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땐 괜찮은 와 인과 그리스 음식을 팔았다. 양젖으로 만든 페타 치즈를 처음 접했다. 특별한 공간이었다.

   내가 느낀 특별함은 다른 사람에게도 통했다. 맞배집은 힙한 와인바로 알려지며 붐볐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고, 만석인 날도 많았다. 하지만 맞배집을 운영하는 두 대표는 맞배집이 와인바로만 소비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두 사장은 맞배집이 손님들과 관계를 맺고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힙 한 와인바로 알려지며 조용히 쉬고 싶어 맞배집을 찾는 손님들은 돌아가는 일이 늘었다. 두 대표는 장사가 잘 될수록 운영하고 싶었던 공간과 멀어짐을 느꼈다. 결국 리뉴얼을 단행했다.

 

 

 

리뉴얼 

   2021년, 포털 사이트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했던 것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상시 운영했던 바 영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조금씩 운영했던 공연과 강연 등 문화 행사를 확대했다.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홈페이지에선 김우리 대표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을 판매하고 맞배집의 색이 묻어나는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와인바의 모습이 그립다면 그 흔적은 비건바에서 찾을 수 있다. 상시로 운영했던 와인바와 다르게 비건바는 기간을 정해 팝업바로 운영한다. 비건바에선 비건 음식과 다양한 술을 판매한다. 그리고 김뜻돌,  유진솔 등 싱어송라이터의 공연과 북토크 등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매달 맞배집에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제안한 다회나 독서 모임 등 소모임도 진행한다.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는 김우리 대표의 교육도 들을 수 있다. 11월에는 시를 좋아하는 두 대표의 취향을 반영한 시인과 모임을 준비 중이다. 

   자세한 일정은 매달 말, 맞배집 SNS에서 다음 달 일정을 안내하며, 예약 역시 SNS 메시지를 통해 할 수 있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리뉴얼은 큰 결심이었다. 주 수입원을 포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도 리뉴얼을 단행한 이유는 맞배집이 와인바로 알려질수록 처음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과 멀어졌고, 그것이 두 대표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소모되고 소비되는 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일도 너무 많이 했어요.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저녁에 열어서 새벽 1~2시까지 영업하고 마감하면 3~4시고, 계속 이런 루틴이었으니까요. 수익적으로는 좋았는데 와인바로만 기억이 되었죠. 처음에는 단골손님이 주를 이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단골손님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고 앉아 계신 분들은 처음 온 분이 대부분이었어요. 공간을 통해 사람이 연결되는 것을 추구했지만 그것과 반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일단 멈춰 서서 처음 하려고 했던 방향을 고민하고, 리뉴얼하기로 했어요.” 

   김다영 대표 얘기다.

 

 

 

솔직한 모습으로 쉬어가는 공간 

   맞배집은 처음부터 복합 문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음식을 판매했지만, 문화, 예술 콘텐츠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김다영 대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맞배집을 찾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꺼내고, 같이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편히 제안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다영 대표의 말처럼 맞배집에선 맞배집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제안한 시 낭송 모임이나 다회 등이 소모임으로 열렸다. 홈페이지 ‘심안랑’이라는 항목에서 판매하는 작품은 맞배집과 인연을 맺은 주변 여성 작가들 작품이다.

   맞배집은 모두가 존중받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비주류도 많이 다룬다. 대중 가수보다는 인디 가수를, 와인바보다는 비건바를 운영하는 식이다. 그리고 SNS에는 우울과 힘듦도 그대로 공유하며 방문객의 솔직한 감정을 쏟아놓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게끔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편안한 주거공간에 대한 프로젝트도 기획 중이다. 기존 아파트와 빌라 같은 획일화된  주거 형태가 아닌 본인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주거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 ‘해방’을 시작했다. 김다영 대표는 “우리를 위한 공간은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공간은 뭘까? 라는 고민 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라고 시작을 회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자세히 언급은 꺼렸지만 때때로 제한 시간 동안 공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기존 수입원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김우리 대표에게 힘들진 않느냐고 묻자 잠시 침묵하다 그렇다고 답했다.

   “힘들죠. 직접 만나 뵙진 않아도 SNS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공간이 겪는 비슷한 힘듦을 보며 소신대로 돈을 따라가지 않고 산다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항상 하긴 하죠. 힘들긴 한데 저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응원해주시거나 섭외를 했을 때 흔쾌히 와 주시는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 소모임에 서 항상 자주 보이는 단골들에게 응원과 힘을 많이 받고 있어요.” 

   김우리 대표는 맞배집이 모두가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자 편안하게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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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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