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동물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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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동물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by 토마토쥔장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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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법


오시내 사진 오시내, 우리동생 제공

월간토마토 vol. 130.


   공감만세가 자리한 대흥동에는 캣맘을 자청한 이가 몇 있다. 그들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는 모르지만, 곳곳에 캣맘이 남긴 흔적이 보인다. 길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작은 물그릇과 사료 그릇이 종종 눈에 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을 넘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자리한다. 무책임한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과 유기묘, 이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길고양이들,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인간까지. 아직 우리 사회는 동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덜 되어 있는 듯해 보인다. 도시와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는 없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서울시로 향했다. 

 

 

 

거리에는 주인이 없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 (pet+family)’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펫팸족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시작했고 반려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장례사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펫팸족이 늘어난 데는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이 맞닿아 있다. 특히 수도인 서울은 1인 가구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1동의 58%가 1인 가구라고 한다. 논현동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1인 가구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하지만 매일 2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버림받아 추운 거리로 내몰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기동물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주인에게 반환되는 비율은 50%가 되지 않고, 게다가 유기견 중 43%는 임시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3일이며 이 중 32.3%가 안락사당한다. 도시와 동물의 상생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시 강동구다. 강동구는 공공 기관에서 먼저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한 곳이다. 강동구청 홈페이지에만 들어가 봐도 강동구가 얼마나 동물 보호에 애정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구청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뉴스난에는 작년 11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카페형 유기견 입양센터 ‘리본(Reborn)’을 개소했다는 이야기가 걸려 있다. 기존 유기동물 임시보호소가 접근성이 낮은 외곽에 있어 자연스러운 입양이 어려웠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와 함께 사람에게 상처받은 유기견이 자연스럽게 사람과 다시 어울리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도 강동구는 혁신적으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강동구 내에 있는 동사무소 주변에 자리한 고양이 급식소가 그 노력이다. 고양이 급식소는 이미 길 생활에 익숙해진 고양이가 도시에서 사람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식량을 비치해 놓은 공간이다.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을 줄이고, 나아가 번식을 조절할 수 있는 TNR(중성화 수술 후 다시 고양이를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활동) 사업을 진행했다. 

 

 

 

동물을 통해
우리의 도덕성을 본다. 

   동사무소 주변에 자리한 고양이 급식소를 둘러본 후 동물이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보기 위해 강동구청으로 향했다. 강동구는 구청성안별관 옥상에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인 ‘길냥이 어울쉼터’를 운영한다. 옥상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생각보다 훨씬 친숙하게 사람을 반기는 고양이들이다.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사람을 보자마자 자진해서 카메라 주위를 맴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길냥이 어울쉼터에 적힌 문구다. 강동구가 왜 동물과 상생하려 노력하는지를 대변하는 명언이다. 

   한 나라의 국민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도덕적 성장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길냥이 어울쉼터는 2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에는 고양이가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창문에는 고양이가 자유롭게 외부로 통행할 수 있는 계단이 나 있다. 이 계단을 따라 수많은 고양이가 들고 나기를 반복한다. 어울쉼터 한쪽에는 고양이 급식소와 나무로 만든 캣타워도 있다. 연신 사진을 찍는 내게 자신의 늠름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이내 한 마리가 캣타워에 올라가 멋진 각도로 자세를 잡는다. 한참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옥상 문을 열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안내문 한 장이 보였다. 길냥이 어울쉼터에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람이 생겨, 옥상을 개방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내문이었다. 길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고양이를 위해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내 이기적인 사람은 집안에서 살던 고양이를 이곳으로 내몰았던가 보다. 

 

 

 

도시에서 함께 동물을 돌본다 

   이번에는 마포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공기관이 아닌 시민이 함께 모여 만든 특별한 공간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은 세계 최초로 형성된 사회적 협동조합 동물병원이다. 1,700여 명의 반려인과 주민이 모여 민주적으로 만들어 가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동물병원 운영, 반려동물 문화개선, 반려동물 돌봄망 구성 등의 활동을 한다. 지난 2013년 5월 창립총회를 거쳐 조합을 형성했으며, 2년 뒤인 2015년 6월에는 우리동생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이곳 1층에는 동물병원이 자리하고, 2층에는 협동조합 사무국과 조합원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2층에 들어서자 김현주 사무국장이 환한 미소와 시원한 입담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도시에서 1인 가구로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일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 집을 비울 때 아이가 너무 걱정됐어요. 공동으로 서로 동물을 돌봐주면 어떨까 자연스레 생각했죠. 그렇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합원이 믿고 진료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구축하는 것도 우리동생을 만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고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물 의료수가 제도가 없다. 그렇다 보니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있고, 그 비용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동생이 마련한 방법은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조합원이 매달 일정한 출자금과 조합비를 납입하면 동물이 아플 때 진료비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출자금과 조합비는 이외에도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 유기동물 치료비 지원, 동물권 교육 등의 방식으로 사용한다. 내 반려동물이 소중한 것처럼 모든 동물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펼치는 활동이다. 

 

 

 

동물복지는 곧 사람복지다. 

동물 대표

   동물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우리동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주인이 반려동물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경우다.

   “저희는 2년 단위로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사람과 동물 대표를 선출합니다. 동물 대표는 2,500마리의 동물조합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우리동생과 동물권,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조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상징인 셈이죠.” 

   우리동생은 동물조합의 역할이 단순히 내 동물만을 잘 돌보기 위한 방법이 아닌,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이 함께 잘 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끼리 돌봄 품앗이를 나누고, 저소득층의 반려동물이 아프면 조합원이 힘을 합해 도움을 주며, 결국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동물과 함께 도시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협동하고자 한다. “동물보호 단체와 협동조합의 차이점을 궁금해하는 분도 더러 있어요. 우리동생은 서로 울타리가 되어 주자는 의미예요. 동물복지가 곧 사람복지랑 연결되니까요. 결국,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거죠.” 2층 조합원 커뮤니티 공간을 나와 아래층으로 향했다. 동물병원에는 반려견과 주인아주머니가 대기석에 앉아 수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의사가 등장하자 아주머니는 반려견의 건강 상태와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수의사는 큰 이상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아주머니를 안심시켰고 이내 긴장했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나지막한 안도로 바뀌었다. 

   “아무튼 애가 예민해~”

   아주머니는 손주를 안고 가듯 반려견을 안고 병원 문을 나섰다. 잠시 머문 동물병원에는 그렇게 환자 몇몇이 차례를 바꿔 수의사를 만났다. 


 오시내 사진 오시내, 우리동생 제공

월간토마토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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