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랬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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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by 토마토쥔장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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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해윰책방


글•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0.


intro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이 강을 건너 요괴 세상에 들어가는 걸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모르겠다. 교통이 발달하고 초음속 비행기로 바다도 건너는 세상에서 뚜벅이로 살아가는 내게 강 너머는 미지의 땅이다. 강을 건너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다. 

   이번에 찾아갈 책방은 도안동에 있다. 203번 버스를 타고 도안동으로 떠난다. 도솔터널을 지나 도안 호수교에 버스가 오르면 사방이 녹색 빛이다. 갑천생태공원이다. 버스는 갑천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달린다. 아직 차 없는 친구들 사이에선 관저동, 도안동이 ‘섬’이다. 관저동 친구는 자기 사는 곳은 ‘관저 아이슬란드’라고 한다. 섬은 언제나 옳다. 재밌는 게 많다. 제주도, 하와이. 섬으로 가요. 

 

 

 

굿나잇, 아니 굿모닝 책방  

   이도우 작가 소설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처음 본 건 아마 교보문고다. 소설책을 좋아한다. 에세이가 대세라고 하지만 소설책을 좋아한다. 소설책을 보려면 아무래도 대형 서점에 가야 한다. 거기가 소설책이 많으니까. 책은 끝까지 다 읽지 않고 덮었다. 소설은 좋지만 연애 소설은 싫다. 가슴 몽글몽글해지는 거 싫어. 

   책은 한창 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독립 책방에 관심을 가지고 책방 주인이 동창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까지 읽었다. 나중에 드라마로도 제작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연애 소설은 유치해서 싫다. 하면서도 나 홀로 설레며 나머지 이야기를 상상한다. 흥. 시골에 독립 서점을 어떻게 유지해. 하지만 참 낭만적이네. 소소하게 책방에 사람들이 와서 북클럽을 운영하고, 거기서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또 인연을 만난다면 그것참 낭만적이네. 부럽다. "책방을 하고 싶었던 건 좋아하는 드라마와 소설책에서 나오는 책방이 너무 좋았거든요. 힘든 시절에 봤고 지금도 힘들 때면 봐요. 그때 그 책방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만약 다른 곳으로 공간을 옮긴다고 해도 그 책방을 더욱 닮게 만들겠죠. 그 소설 속 책방 이름은 굿나잇 책방이에요.”

   도안동. 이 먼 곳에 누가 책방을 만들까 싶었는데 책방이 있다. 해윰책방 송영인 대표가 말한 드라마와 소설책이 바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다. 이 책을 보고 추운 것과 겨울도 좋아졌다고. 책에선 이런 글귀가 있다. 

   “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책방 한 곳에 아직 난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책방은 겨울에 문을 열었다. 2020년 12월. 그때 들여놓은 난로는 그대로 트레이드 마크처럼 책방을 지키고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책도 출판하고 있어요.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는데 3편까지는 원고도 다 썼죠. 원래 이곳엔 책방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내가 카페를 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러다 개인 사정이 있어 이 공간 인테리어까지 마치고 1년 동안 운영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책을 좋아하니까, 책방을 만들어 보기로 한 거죠.”

   송영인 대표가 좋아하는 소설책에선 굿나잇 책방이 나오지만 해윰책방은 이제 막 도안동에 자리 잡고 마치 ‘굿모닝’ 하며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소설 속 계절은 겨울이었는데 해윰책방은 지금이 겨울이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책방은 북클럽으로 완성된다 

   해윰책방은 아직 책방 모임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곧 다시 코로나 19가 심해지고 그러면 거리에 사람이 사라졌다. 아이가 반, 반려동물이 반인 것 같다는 이 동네에선 코로나 19는 민감하다. 다른 책방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도 나름 책방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지만, 송영인 대표는 좀 더 조심하기로 한다. 

   “집에 아이가 넷이거든요. 제가 잘못해서 코로나 19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집에 큰일이 나는 거죠. 그래서 조금 힘들어도 참고 있어요.” 

   송영인 씨 책이 책방 한 곳에 놓여 있다. 제목은 『나침반』. 추리 소설이다. 책방을 열면서 1인 출판사 등록도 같이했기 때문에 출판사 이름도 ‘해윰책방’으로 적었다. 

   “원래는 20살 때 썼던 글이에요. 그때는 독립 출판이란 개념을 몰랐으니까 그저 글만 써 놨죠. 그러다 독립 출판을 알게 되고 이 책은 텀블벅으로 펀딩에 성공해서 출판했어요.” 

   그가 보여준 아이패드 노트엔 수많은 원고가 있다. 책 읽고 글 쓰는 게 취미다. 책은 장르를 딱히 가리진 않는다. 초등학교 때, 파란색은 남자색, 핑크는 여자 색이라며 서로 선을 나누던 그 시절에도 여자애들이 주로 읽는 만화책도 재밌게 읽었을 정도다. 책은 잘 버리지 않는다. 같은 책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는 걸 좋아한다.

   글을 쓰는 책방 주인이 운영하는 북클럽이라. 기대된다. 코로나 19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원래 여름에는 공포 장르 소설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어요. <심야괴담회>라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공포 소설을 쓰는 이스안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를 진행하려 했는데 9월로 미뤄질 거 같아요.” 

   이스안 작가. 신작은 『카데바』다. 책 띠지에 작가 사진이 있다. 젊다. 

   “작가님 프로필 사진은 제가 찍어 드렸어요. 전엔 사진 촬영이랑 영상 편집일도 했거든요." 

   사진과 영상 작업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대덕구 청소년 어울림센터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영상 편집은 학생 때부터 취미로 시작했어요. 정찬영 감독님이랑 같이 영상 촬영을 하기도 했죠. 제가 좀 명함이 많아요. 이것저것 하는 게 많죠.”

 

 

 

검과 책은 같다 

   송영인 대표는 원래 검도 선수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운동하며 생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다. 검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2014년부터 준비해서 2017년부터는 실전 검술 유파 ‘백월’을 만들어 유파장을 맡고 있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 전통 검술을 참고해 현대화할 수 있는 무술을 만들고 있어요. 검도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했는데 협회에서 많이 이야기 나오는 것 중 검술 형태가 일본 것인지 한국 것인지, 우리나라검술 형태는 무엇인지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무예도보통지 등 옛 검술을 찾아 보면서 우리나라 성격을 담은 검술을 준비하고 있어요." 

   설마 책방에서 검술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곳은 책방으로 신분을 위장한 무림에서 물러난 검술 고수가 있는 곳인걸까. 명함을 받았다. ‘대한민국 검술 유파 백월’이란 이름 아래 ‘유파장 송영인'이라고 이름을 적었다. 

   “크라브마가도 배우고 있어요. 대전엔 법동에 체육관이 하나 있죠. 크라브마가도 실전 무술이거든요. 보통 검술이 검을 놓치면 끝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보완하고 싶거든요. 실제로 총기가 허용되는 유럽, 미국 같은 나라에선 크라브마가를 배울 땐 총기 제압 무술이 8할, 맨몸 제압 무술이 2할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총 대신 칼을 흉기로 많이 쓰죠. 그래서 검을 이용한 실전 무술은 이러한 유사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무술이에요. 실용성을 강조하죠.”

   명함엔 백월 유파의 문양도 그려져 있다. 백월. 하얀 달이란 뜻이다. 문양도 동그란 원 두 개가 교차한 모습이다. 하얀 달이 어둔 밤을 비추듯, 아직 개척할 것이 많은 우리나라 검술 문화에 활력을 주고 싶다는  의미다. 

   생각해 보면 검과 책은 비슷한 면이 있다. 백월 유파가 우리나라 검술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듯 책을 만드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다. 검술보단 아직 맨몸 호신술이 익숙한 우리 문화에서 칼로 위협 받는 상황은 낯설다. 실전 검술 보급은 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침착한 대처를 돕는다. 책도 어떤 지식을 많이 출판하냐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물길은 바뀌게 된다. 

   “크라브마가 레벨을 좀 더 높인 후에 도장을 열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곳에서 검술도 함께 가르칠 계획입니다.” 

   어쩐지 처음 책방에 들어섰을 때 송영인 대표의 눈빛이 선명하다 느꼈는데 무도인의 눈빛은 역시 다르다 싶었다. 

 

 

 

내가 그랬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책방엔 소설책 비중이 높다. 개성 있는 독립 출판물이 많다. 날선 주제를 가진 책은 없다. 책방에서 만큼은 신경을 내려놓고, 어깨도 좀 내리고 편안히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이 편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굿나잇 책방을 보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진 것처럼 이곳에 방문하는 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머물다 가면 좋겠어요.” 

   책을 두 권 샀다. 송영인 씨의 『나침반』과 이스안 작가의 『카데바』. 『카데바』는 좀 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공포 영화도 못 보는데 공포 소설이라니. 그래도 이곳까지 건너 왔는데 새로운 경험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책을 구매하니 헝겊으로 책 표지를 일일이 닦고 크라프트 종이로 정성껏 포장하는 송영인 씨다.  검을 오래 만진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영상을 편집했고 또 책을 쓰는 그가 포장하는 책은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만큼 검도인의 절제였을지, 사진 작가의 감성이었을지, 영상 편집자의 디테일이었을지 그것도 아니면 책을 만들고 파는 책방지기의 마음이었을지 알 수 없었다. 역시 섬은 언제나 옳다. 묘하다. 그래서 재밌다. 『나침반』은 책방 이데에도 입고할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인연이 이어진다. 다시 강을 건너고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 처음 출발할 때와 다르게 새로운 이야기를 얻고 돌아간다. 한 손엔 아직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던 공포 소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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