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모든 것이 팔아야 할 상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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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주변 모든 것이 팔아야 할 상품은 아닙니다.

by 토마토쥔장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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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모든 것이 팔아야 상품은 아닙니다.



1.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얼마 돌아가신 아빠의 흔적을 찾다가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이란 책에 실린 아빠의 인터뷰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뷰하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줄은 몰랐어요. 너무 반가웠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른 아니라, 이번에 납골당에 사진을 넣어 드리려고 하는데, 책에 실린 사진이 너무 좋아서 혹시 사진 원본을 받을 있나 싶어 문의드려요. 오래된 일이라 자료가 남아 있지 않겠다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글을 봅니다. 이런 글을 남겨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빠의 이야기를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8, 월간토마토가 운영하는 네이버 포스트에 어떤 분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글을 옮기며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부분은 뺐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오랜 시간 양복점을 운영한 대표님이셨습니다. 우리가 출간한 단행본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이라는 책에 다른 분들, 다른 공간과 함께 대표님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출간 책을 드리려고 양복점에 찾아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그분 사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장 공간에 바이러스 침공으로 개월 자료가 날아갔지만, 대부분은 보관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원하는 사진을 보내드릴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도 챙겨서 보내드렸습니다. 책에는 양복점에서 평생을 몸담아 일하던 대표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았습니다. 

   여러분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일하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버지 어머니 젊은 시절, 키우고 농사짓던 그때 사진이 장도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에는 야유회나 소풍, 졸업식 같은 기념일도 아닌데, 일터에서 사진을 찍고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지역에서 우리 이야기를 갈무리해 책을 짓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면서도 간혹 헛헛함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재고 박스 쌓아 두기 힘들어 이리저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 특히 그렇습니다. 책을 출간할 초판을 부나 인쇄해야 할지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짓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책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짓는 사람들은 출판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와중에 대표님 따님이 우리에게 보내 주신 메시지는 지역에서 짓는 사람에게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깨닫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 

   지금분권과 자치 시대 과제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합니다. 분권과 자치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 사회구성원의 분권과 자치 역량을 키우는 일입니다. 

   ‘지역 출판 고유한 지역 이야기를 지역에서 직접 기록하고 이웃과 공유할 있도록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구성원 사이에 비로소관계  형성합니다. 이야기를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할 사회구성원은 비슷한 결을 갖고 미래를 상상하며 우선순위에 합의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이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지역의 이해 관한 수업 시간을 배정하고 이를 위해 별도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이를 위해서겠죠. 

   오래전, 인류는 당대에 이야기를 나누고 후대에 전하는 방법으로출판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인쇄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필사 시대를 뛰어넘은 출판산업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인류가 이룩한 지식혁명의 출발 지점이었습니다. 

   분권과 자치 시대 지역 출판 사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지역 출판계 모두가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 도시는 특히 열악합니다. 확인하고 싶다면, 오는 10 8일부터 10일까지 춘천에서 열리는지역도서전 방문하시면 이야기를 믿을 있을 겁니다.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들은경쟁력 떨어지는 상품이라는 조언도 합니다. 씁쓸하지만 반박하기 쉽지 않습니다. ‘출판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는 시대에 상품으로 무슨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세상에 주류로 등장해본 없는 지역의 사람과 공간을 다룬 지역책이라면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고도화한 자본주의 사회는 존재하는 모든 , 때론 존재하지 않는 허상조차 팔아 치울 상품으로 포장합니다. 오직 의미 있는 ,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이제 정의는 시장에만 존재하는 듯합니다. 한동안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시장이 우리 전체 영역에 침범해 들어오면서 감각이 무뎌진 듯합니다. 

   책, 더군다나 지역책을 상품으로만 이해하며 가치를 평가하는 옳지 않습니다. 농산물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다른 공산품과는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습니다. 책도 짓고 농사도 짓는 것이니까요. 언제던가 편집장 편지로짓다라는 동사가 함의했을지도 모를 깊은 뜻을 추측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 농사, , , 우리가짓다라는 동사를 붙여 설명하는 모든 , 시장 밖에서 고려하고 사유해야 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상품으로 가치 평가해야 대상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아는 것이 시대 사리분별력입니다. 

   올가을에는 우리 이웃 이야기, 내가 사는 공간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구입해 읽어보면 어떨까요? 

2021 9 20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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