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종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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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직업;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종사하는 일

by 토마토쥔장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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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종사하는 일

 

 상점이 죽 늘어선 곳, 상가입니다. 주로 도로 옆이지요. 도로를 무심히 지나면서 각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각 간판은 최대한 도드라지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노력하지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멍하니 운전만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면요.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곳이 뭉텅이로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위로 그 간판이 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짝집'이라는 고딕체 글씨가 비율도 제대로 맞지 않은 채 도드라졌습니다. 진열이라기보다는 그냥 세워 둔 것에 가까운, 여러 종류의 문짝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간판 그대로 온갖 문짝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상호는 아주 조그맣지만 따로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사업자등록증 상호란에 '문짝집'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다가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이 정말 많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직장과 직업은 이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로 이어졌습니다. 흔해 빠진 생각이지요. 이제 전혀 새롭지 않은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 예측이 있을 때마다 가십처럼 등장하는 이슈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 혹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었습니다. 이제는 일상적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문득문득 떠올리는 생각입니다.

 

 '일'에 관한 조금은 유치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계속 종사하는 일, 이라고 설명합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라는 전제가 왜 이리 서글픈지 모르겠습니다. '적성과 능력에 따라'라는 부분도 옹색하게 느껴지고요. 계속 사전을 뒤져보면, 생계는 살림을 살아갈 방도입니다. 살림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고요. 이걸 연결해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찾아낸 방도라는 것이 직업을 갖는 것인데,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계속 종사하는 일이 바로 직업이다."

 

 할아버지가 재떨이에 곰방대를 탁탁 치면서 들려줄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변하긴 한 모양입니다. 개념이 이리도 고전적으로 느껴지다니···.

 

 직장은 좀 섞였습니다. 직장은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입니다. 근데, 생계를 꾸려 나갈 직업을 아예 직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개념이 섞인 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라는 서글픈 전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생계 유지'가 무엇보다 앞선 전제니까요. 직업보다 직장이 보수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듯 더 구체성을 드러내는 모양입니다. 직업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직장을 사용합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직업은 자영업자, 직장은 노동자로 연결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산수단의 변화와 코로나19와 같은 상황, 가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자영업자든 노동자든 무척 힘든 상황이 이어집니다. 특별한 사정으로 잠깐 마주친 환경도 아닌 듯 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처럼 변화도 급작스럽게 찾아오고 그만큼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에 나온 직업과 직장에 관한 설명 글을 이제 바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보다 앞서 '인간의 노동'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 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161호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과 공간을 모아 보았습니다. 네팔 음식점, 화훼 농원, 수제 구두점, 농약종묘사, 대전관광 해설사, 마사지숍, 기공사, 오카리나 제작 판매점입니다. 

 

 

[월간 토마토 161호 편집장 편지 中]

 

 

-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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