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대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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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시민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대전을 꿈꿉니다.

by 토마토쥔장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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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대전을 꿈꿉니다.

 

'여행'이라는 말은 참 설렙니다. 끊임없이 이동했던 초기 인류 DNA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서겠죠? 한곳에 정주해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 삶이 영 마뜩찮고 갑갑증을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여행은 일상 속 산책과 함께 사유를 깊게 해 주고 상상력을 북돋아 줍니다. 언젠가 여행은 우리가 가져야 할 보편적 권리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는 구성원이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해서는 안 될 뿐더러, 장려하고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특히,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경제 조건 등으로 여향 기회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이라는 오래된 관행을 혁파해, 교육 과정에 '여행'을 편성하고 전문가(혹은 그룹)가 이를 맡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우리가 156호를 만들면서 '여행'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광'이 아니라 '여행'입니다. 마을과 동네 만큼이나 여행과 관광은 유사한 낱말로 혼재해 사용하지만, 분명 차이가 느껴집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슷하지만 분명 다릅니다. 여행은 현재 발 딛고 선 곳을 떠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무엇을 위함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광은 목적지가 존재하고 그곳에서 '구경'하는 걸 명시했습니다. 떠나서 다다라야 할 곳과 해야 할 행위가 분명하지요. 결국 일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는 공동점이 있지만 사전 해설만 보면, 여행이 좀 더 포괄적입니다. 사전 해설이 명쾌하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여행과 관광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저는 여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행위 전반에 걸쳐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 관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채택하며 다양한 영역이 시장 안에 상품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여행도 같은 과정을 거치며 관광산업으로 전환했다고 봅니다. 여행은 여행지에서 무얼 보고 무얼 먹고 어떤 사진을 찍어서 공유해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면 관광은 이런 것들에 비용을 산정해 소비자에게 제시합니다. 그렇다고 관광산업을 폄훼하거나 여행에 비해 저급한 행위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우열을 가릴 대상이 아니라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치가 분명 다른 영역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연구한 적은 없지만 경향은 관광산업에서 다시 여행으로 회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광산업과 달리 여행이 산업으로 성장한다면 그 서비스 영역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여행지와 관광지는 구별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여행지며 관광지일 수도 있고 여행지일지는 몰라도 관광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 경우도 가능하고요. 이런 특성은 고유하게 발산되지만 행위자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관광지일 뿐인 곳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지가 되고 어떤 사람은 여행지를 알뜰하게 관광지로 소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전은 경쟁력 있는 관광지는 아닐지 몰라도 훌륭한 여행지로서 가치는 충분합니다. 사실 여행지로서 가치 없는 곳은 찾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해석의 문제니까요. 둘의 차이를 구구절절 풀어 낸 이유는 관광지로서 답이 없다는 대전에서 굳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면글면하기보다는 여행지로서 매력을 북돋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낫다 싶어서입니다. 대전시청이나 각 구에 관광과 대신 여행과를 신설하는 거죠. 접근의 단초가 다르면 과정과 결과도 엄청 다를 겁니다.

 

<월간 토마토> 156호에 여행 기사 몇 꼭지를 담아 보았습니다. 글을 읽고 우리가 소개한 공간을 꼭 찾아가 보라는 의도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슬리퍼 신고 문밖으로 나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민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대전, 그러니 누가 와도 여행하기 좋은 도시 대전'을 꿈꿉니다.

-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 

 

 

[2020년 6월호 월간 토마토 편집장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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