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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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지역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

by 토마토쥔장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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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김운하 작가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도서출판 월간토마토가 기획 출판 도서로 올해 내놓은 첫 작품입니다.[2019년] 

 

출판 산업의 쇠퇴는 계속 진행 중이며 그 끝을 모르는 상황입니다. 국가 전체 상황이 이럴진대 이것을 지역으로 가져오면 더욱 악화일로입니다.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출판을 바라보는 것과 문화라는 측면에서 출판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도출합니다. 문화산업이라는 범주도 있지만 이 역시 '산업'에 더 방점이 찍혔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출판 월간토마토가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만 출판을 보았다면, 지역에서 출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지역에서 출판을 하는 것은 문화라는 측면에 더 무게감을 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출판을 '사회 운동'으로 여깁니다. 쇠퇴해서 사라지는 것이 때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그 쇠퇴가 사회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면 최대한 속도를 늦추며 적절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도서출판 월간토마토가 지역에서 출판을 하는 건, 두 가지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 콘텐츠'입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조 속에서 마땅히 기록하고 보존하며 공유하고 확산해야 할 소중한 지역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지역이 지닌 역사, 인물, 공간 등 그 가치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함께 공유하는 과정 없이 미래를 상상하고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고라에 모여 일상적으로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조건에서 지역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합의 과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역 작가 발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소수 권력집단의 특혜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보편 타당한 권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으며 사람 사이를 가르던 계급 격차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습니다. 가슴속에 이야기를 품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세상에 드러내려 합니다. 시민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 누구나 일생에 한 권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내고 이 책을 모아 둔 지역도서관이 있다는 상상을 해 보십시오.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 아닌가요?

 

기록이 특정 계급과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밝힌 두 가지가 도서출판 월간토마토가 그리는 현재와 미래입니다.

 

지역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은 우리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시민이 힘을 모아 줄 때 더 나은 콘텐츠를 갈무리하고 이를 선보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번 주말에 가족이나 연인, 친구 손을 잡고 함께 계룡문고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른 대형 서점과 달리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아는 계룡문고는 지역 출판물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두었답니다.

그럼, 초미세먼지 없는 따뜻한 봄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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