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산업 이전에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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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출판은 산업 이전에 문화입니다

by 토마토쥔장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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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산업 이전에 문화입니다

 

 

<월간 토마토>를 다시 기획하면서 매달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섹션을 나누고 그 섹션에 들어맞는 콘텐츠를 갈아 끼우는 형태를 탈피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어떤 달에는 기존처럼 섹션을 나누고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해 담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형식이긴 하니까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형식과 상관없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콘텐츠'를 매달 담아낼 생각입니다. 시의성보다는 가치를 더 우선합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보내 드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주제에 맞게 제작 형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월간 토마토>를 상자에 담아 발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자 표면에 이번 달 <월간 토마토>가 담은 콘텐츠를 안내하는 스티커를 붙여 애써 이런 의지를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한낱 상자를 정기간행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법 규정과 상관없이 우리에게 <월간 토마토>는 가로 180mm에 세로 240mm, 높이 12mm 상자입니다. 우리에게 상자는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 이상을 의미합니다. 이 상자 안에 다양한 형태의 <월간 토마토>를 담아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모난 상자 안, 불과 0.52ℓ 남짓한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이라 믿습니다. 태초에 우주가 그러했던 것처럼요. 이 공간에 무엇을 담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상자 상단부에 반달 모양 뚜껑을 열어 <월간 토마토>를 꺼내신 후 다시 책을 담아 책꽂이에 꽂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의도를 반영해 상자 제작 과정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폐지로 분리수거하셔도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리뉴얼 시작은 이렇게 합니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겠습니다.

 

 

올해 초,(2020년) 월간토마토 새 사무실을 대전인쇄거리 초입으로 옮겼습니다. 대전천이 내려다보이는 풍광 좋은 곳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골목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닫힌 문틈으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좁은 곳을 다니기 좋은 소형 트럭이나 지게차가 바삐 골목을 누비는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커다란 지업사 창고에 가득 쌓인 종이를 보면서 괜히 마음도 설렜습니다. 요즘 인쇄 산업도 과거 같은 영화를 누리지는 못합니다. 골목 구석구석에 진득하게 붙은 옛 흔적을 통해서 북적거렸을 그 시절을 어림짐작할 뿐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골목을 돌아다니던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곤 했습니다.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딱 그 자리에 녹아든 그런 풍광입니다. 건물도 골목도 사람도 비둘기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이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러합니다. 어떤 건축가도 이런 공간을 인위적으로 계획하고 연출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요즘처럼 봄 햇살이 좋은 날 이런 골목을 거닐면 한없이 푸근합니다. 이런 느낌이 좋아 10여 년 전, 대흥동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감성의 카페나 식당이 들어오지만 아직 인쇄거리가 간직한 느낌을 크게 해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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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월간 토마토(154호)>에서는 대전인쇄거리를 다뤘습니다. 대전광역시 동구 삼성동과 중동 일대에 걸쳐 인쇄 관련 업체가 모여 있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여전히 새로운 인쇄 관련 업체가 이 영역에 새롭게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니 정확히 그 구역을 확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쇄소와 다양한 후가공 업체, 지업사 등이 밀집했습니다. 오래된 슈퍼마켓과 쌀집, 세탁소, 다방, 식당 등도 한 요소로 함께 존재합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질 때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손을 보탠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글자와 사진을 컴퓨터 편집프로그램에 앉혀 인터넷망으로 출력소에 보내면 인쇄거리 곳곳을 돌아 제본소에서 묶이고 잘려 비로소 책이라는 완벽한 형태를 갖춥니다.

 

 

당대 지식을 공유하고 후대에 전하는 가장 완전하고 안전한 방식인 '출판'은 산업 이전에 하나의 '문화'입니다. 그 문화 생태계 안, 어디 즈음에 있을 월간토마토가 리뉴얼 첫 호이자 창간 기념호이기도 한 5월호에 '대전인쇄거리'를 소개합니다.

 

 

-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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