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 만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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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 만들면 좋겠어요

by 토마토쥔장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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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 만들면 좋겠어요

 

 

"그해 늦겨울부터 시작한 코로나19는 결국 팬데믹을 일으켰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 습격에 인류는 적잖이 당황했다. 바이러스는 인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축적한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때까지 있었던 정치·사회적 문제 제기로는 끌어내지 못했던 혁신을 바이러스가 촉발했다. 비로소 다른 미래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공론이 사회 전반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시작 지점이었다. "

훗날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순히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전염병이 온 지구를 덮쳤다는 것 이상의 함의를 갖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영향을 끼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영향은 대부분 우리 인류에게 고통과 어려움을 주었지만, 우리가 요즘 '역설'이라는 낱말로 표현하는, 기대하지 못했던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번에 155번째로 제작하는 <월간 토마토>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촉발한 다양한 변화와 논의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를 통해 비로소 우리 인류가 쌓아 올린 시간 속에 틈을 발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고하게 다지거나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 부분을 챙겨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우리에게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에 걸쳐 이어 온 삶의 방식 전체를 뒤흔들어 보기를 요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월간 토마토>는 공동체와 교육, 도시재생, 문화예술, 기본소득으로 영역을 나눠 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더 많은 영역이 있겠지만, 우리 <월간 토마토>가 지금 관심을 두는 영역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연관 있는 우리 지역 이웃을 초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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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도출하려고 만든 자리는 절대로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어른들 이야기를 믿습니다. 지금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상처난 손가락을 소금물에 담그는 것만큼 삶에 관한 민감도가 무척 높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혹은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포스트 코로나19'를 이야기하며 논의의 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영역별로 다양한 논의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때까지 지속 가능한 '담론 형성'을 희망합니다. 지금껏 우리는 끊임없는 숙의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해야 할 문제도 시간과 경제성, 효율성 등을 이유로 서둘러 끝내 버리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더는 그러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미래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담보로 결정을 유예하기에는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예, 우리 사회가 공식적으로 '전환을 위한 숙의 기구'라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앙 정부에서 통제하는 숙의 기구여서는 안 됩니다. 프레임을 만들어 가두지 않아야 합니다. 논의 단위도 낡은 행정 단위로 묶지 말아야 합니다. 논의는 생활 단위로 작게 쪼개져야 합니다. 민감한 상황이 닥쳤을 때 발 빠르게 빈틈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를 통해 자치가 이루어지는 작은 단위를 만들고 작은 생활공동체를 건강한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하면 됩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희망을 가지고 전환 작업을 진행하는 건 그리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월간토마토 편집장 이용원 -

 

 

[2020년 155호 월간 토마토 편집장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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