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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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교육'

by 토마토쥔장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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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교육'

"이제, 우리에게 '학교'는 무엇일까?"

 

 

[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고, 애써 외면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 분야에선 개학을 연기했고,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진행한 온라인 수업은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왔고 여러 문제를 마주하게 했다. 바이러스가 지닌 강한 전염력은 집체 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 수업은 사교육 기업이 가진 비교 우위를 여실히 드러냈고, 학원은 코로나19 앞에서도 굳건했다. 대학 입시에 필요한 지식 전달 영역을 점점 사교육 시장에 빼앗긴 공교육 영역인 ‘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해야 할지 근본적 질문 앞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모든 낡은 패러다임을 깨부수길 요구한다면, 이제 학교는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

 

교육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슈는 ‘개학 연기’였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라 개학 연기로 인해 일상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개학 연기가 가져온 일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조유나 학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나태해진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당일 자정까지만 들으면 돼요. 그래서 낮에는 놀다가 밤에 수업을 몰아 듣기도 하죠. 또 학교 다닐 때 시험이 다가오면 하루하루 긴장하며 보냈는데 학교에 가지를 않으니, 지금은 심리적 압박감이 심하지 않아요. 중간고사 시험 일자가 나오긴 했는데 지금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 정확히 언제 볼진 모르겠어요.

 

강영미 겨울방학이 지나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어요. 학교에 갈 수 없으니 겨울방학이 연장되었다고 느껴졌어요. 방학 때는 돌봄교실을 보낼 수 있었어요. 최근에 도저히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없어 긴급돌봄교실을 보냈지만, 그전에는 사실상 아이와 감금 상태로 지냈죠. 감염 우려로 불안했어요. 개학 연기로 온라인 수업이 생겼어요. 온라인 수업으로 학부모에겐 또 다른 숙제가 생겼죠. 아침에 아이를 깨우고, 수업 듣게 컴퓨터 앞에 앉히고, 수업 후엔 숙제도 챙겨야 해요. 물론 온라인 수업으로 좋은 점도 있었어요. 아이가 조금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람은 생활 패턴이 각각 다른데 매번 같은 시간에 일어나 등교하는 것이 올바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시간표가 아닌 어른들이 정한 시간에 맞춰 다녀야 했잖아요. 지금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건 장점이라 생각해요.

 

성광진 이번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한 설문조사가 있습니다. 1,000여 명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인데 여기서 충격받은 데이터가 있었어요. 낮에 성인 보호자 없이 집에 있는 초등학생 비율이 46.8%나 된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절반 정도가 방임 중이라는 것인데, 이건 사회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해요. 또 하나 인상 깊은 데이터는 밤 12시 이후 취침한다고 답변한 학생이 62%라는 겁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0%라는 것을 보면 두 배나 증가했다고 볼 수 있죠. 이것도 제가 볼 땐 안 좋은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제 뉴스를 보니 게임산업이 1/4분기 영업이익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듣고 혹시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도 코로나19 이후 학생에게 가져온 변화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밤 12시 이후에 취침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조유나 어제는 아침 6시에 잤어요. 이번엔 집담회를 준비하느라 조금 더 늦게 잤는데요. 평소에도 새벽 3시 정도에 자요. 그 전에 자려고 해도 친구들도 다 안 자니까, 같이 메시지 주고받다 보면 늦게 자게 돼요. 아침 8시에 잠깐 일어나 출석 체크하고 다시 자요. 그리고 늦게 일어나 낮에 놀다가 밤에 온라인 수업을 들어요.

 

온라인 수업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개학 연기 이후 긴급돌봄교실을 보내지 않고 사무실에 데려와 온라인 수업을 듣게 지도해 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것도 답답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아이에게 학습 의미가 있을지 걱정이 들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온라인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민지 온라인 강의는 실시간 강의가 아니라 이미 녹화된 강의를 듣는 거잖아요. 서로 소통 없이 진행되니 불편했어요. 온라인 강의를 듣다 교과 과정이랑 맞지 않아 집중이 안 되기도 했고요. 수업을 들었을 때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혼자 공부하려니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죠.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는 어디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유나 참여자(왼쪽)와 김민지 참여자(오른쪽)

조유나 온라인 강의에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처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할 땐 서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제시간에 수업을 못 듣기도 했어요. 또 강의를 다 들어도 학습 완료 인증이 되지 않아 다시 강의를 들어야 하기도 했고요. 저는 학습 완료 인증이 되었어도 선생님이 보는 학습 완료 명단엔 누락된 경우도 있었는데, 수업을 들었는지 선생님이 직접 전화로 확인하기도 했어요. 이런 문제에 관해 선생님께 이유를 물어봐도 선생님도 바쁘다 보니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또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땐 교과 과정에 맞게 더 자세히 배울 수 있고,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것이나 친구들과 함께 문제 풀었던 것이 나중에도 기억이 잘 났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조금 답답해요. 

 

성광진 현직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온라인 강의 자료를 직접 제작해야 하는데 영상 제작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 적기 때문이에요. 또 젊은 선생님은 그나마 괜찮지만 40대 이후 선생님들은 학습 자료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 수업 영상이 공개된다는 겁니다. 강의는 집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볼 수 있기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자신의 강의가 남과 비교당할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강영미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기 전, 처음 선생님께서 연락해 질문한 건 집에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가 있는지였어요. 없으면 수업 도구를 빌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이가 한 명이라 기기를 대여할 필요는 없었지만 만일 다자녀 가정이나 소외계층과 같이 인터넷 학습 환경이 좋지 않은 가정에선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는 부모가 챙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제가 지금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온라인 강의 준비 기간은 너무 짧았고 개학 연기에 대한 의사결정은 빠르게 내리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교육부와 전문가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시 내린 것도 혼란을 만든 원인이었다 생각해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현장 상황은 모두 다르잖아요.

 

온라인 강의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요. 향후 개학 연기 상황이 계속되면 온라인 강의가 더욱 일반화될 수 있을 텐데요. 지금 경험에 비춘다면 공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성광진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온라인 강의에 있어서 사교육이 먼저 앞서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교육 기업은 벌써 AI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요. 온라인 강의 문제는 교육 방법이 일방적이라는 것인데 사교육에선 온라인 강의도 쌍방향 소통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 명의 뛰어난 강사가 우수한 콘텐츠를 가지고 수많은 학생을 상대하는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습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학교가 단순 지식 전달 학습만 반복한다면 학교 무용론이 나올 수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학교의 효용성과 가치가 무엇인지 새롭게 묻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는 사회화 교육을, 중학교는 사회화 교육뿐 아니라 창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 학교가 단순 지식 전달 기관이 아닌 어떤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영미 코로나19 이후 현재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는 일방적인 강의인데요. 이제는 온라인 강의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교육은 이미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밌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공교육은 아직도 과거에 머문 교육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아요.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 간 소통이 힘들어요. 만일 앞으로도 온라인 강의를 지속해야 한다면 어떻게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느낀 것, 학부모가 느낀 것 그리고 선생님이 느낀 것을 모아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온라인 강의 능력도 키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학교 본연의 기능, 사회화와 공동체 교육, 진로 탐색 등 현재 공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잡아 가야 한다고 봅니다.

강영미 참여자

 

김민지 최근 담임 선생님이 상담하자고 연락을 하셨지만, 아직 선생님 얼굴도 모르고 어떤 분인지도 몰라 당황스러웠어요. 결국,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자고 했지만 선생님께 아직 이른 거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상대를 알아 가는 건 온라인보단 직접 만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온라인 강의가 긍정적 영향도 있을 거예요. 선천적으로 아픈 친구들은 학교를 나갈 수 없어 검정고시를 보고 졸업장을 취득한다고 해요. 이처럼 학교 교실에서 수업 참여가 힘든 학생은 자신이 배정받은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다면 또래 친구와 같은 조건에서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런 부분을 잘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19와 유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교육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학생들 얼굴을 보고 직접 학습 지도를 하지 못하기에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민지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선 일대일 과외나 소수 정예 학원을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은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학교에서 채웠던 부분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영미 중·고등학교 문은 닫아도 학원 문은 열었습니다. 이로 인해 교육 격차는 당연히 벌어질 거예요. 빈부격차,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 등을 통한 교육 양극화가 생길 거라 생각해요. 이에 따라 공교육에서 어떤 것을 챙겨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학교는 위기 상황 속에서 학습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아이를 챙겨야 한다고 느꼈어요.

 

성광진 교육 양극화 문제는 심각합니다. 현재 교육 과정은 진도에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수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손 가정, 저소득층, 다자녀 가정 등 사교육 도움을 받기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은 학력 격차가 생기고 학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일 온라인 수업이 더 장기화된다면, 지금보다 학력 격차는 더 심해지겠죠.

 

학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현재 중·고등학교 공교육 기관은 폐쇄되었지만 사교육 기관은 문을 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강영미 이번 개학 연기 후 우리 단체에서 학원에 호소문을 낸 적이 있어요. 학원도 2주 동안 열지 말아 달라 이야기한 것인데 학원 관계자는 “그러면 자영업자는 죽으라는 이야기냐?”라며 반대하셨어요. 학부모 반발도 심했는데요. 왜 학원 가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냐는 것이었죠. 선택의 자유는 말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맘 카페에 수시로 올라오는 질문이 자녀를 학원에 안 보내고 있는지 서로 확인하는 글이에요.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 불안한 심리가 있기 때문이죠. 이 불안감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보다 불안에 떨면서도 입시를 위해 학원에 보내는 결과를 만들어 내요. 입시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어요.

 

성광진 현재 사교육 종사자는 40만 명을 넘으며 공교육 종사자보다 많은 실정입니다. 이 사교육 종사자가 코로나19 이후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또한, 입시 한 번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지금이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기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도 많을 겁니다. 자유학기제를 시작할 때도 서울 사교육 영역에서 자유학기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었고 붐을 일으켰어요. 이처럼 학원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학생은 부족한 학업을 채우거나 경쟁자보다 앞서기 위해 사교육을 선택합니다. 현재 학생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장래 문제일 겁니다. 이 사태로 입시 준비를 망칠까 불안해하며 남들은 과외받을 때 혼자 뒤처질까 걱정하는 학생이 많을 겁니다.

성광진 참여자

 

조유나 학생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현재 심각한 사태인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두려워하면서도 학원에서 손 씻고,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죠. 코로나19도 두렵지만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입시 경쟁에 뒤처지는 것도 그만큼 두렵기에 학생 입장에서 학원을 포기하기 어려워요. 곧 있으면 입시를 준비해야 하고 그때 지금 성적도 다 반영이 될 거예요. 그래서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민지 외국 교육은 서로 도우면서 다 같이 협력하는 느낌인데 우리나라는 1등 아니면 안 된다는 문화가 있잖아요. 뒤처질까 봐 두려운 게 커요. 특히 고등학교 1학년은 가장 기본 내용인데 지금 잘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업을 못 따라가게 될까 두렵죠.

 

제가 아는 미술 선생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처음 온라인 강의를 준비할 땐 참고 자료도 적고, 실습 위주 교육을 해야 해서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강의 준비가 익숙해지니 요즘 행복하대요. 교사 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이렇게 학습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에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수업 준비가 힘든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성광진 제가 듣는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선생님들은 현재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이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예체능 과목 경우 학생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수업이잖아요. 온라인 강의에선 실현이 어려워 준비 자체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수업하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촬영하려니 어색해 힘들다고 해요.

 

강영미 선생님도 부류가 나뉠 거 같아요.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분과 그러지 못한 분으로 말이에요. 미술 선생님 이야기는 이런 취지인 거 같아요. 선생님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과 대화하고 수업 준비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너무 많다는 거지요. 공문을 하루에도 몇십 개씩 처리하다 보면 수업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건 코로나19를 떠나 교사의 과도한 업무로, 교육청과 교육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말한 모든 문제가 대학 입시 한 번으로 결정지어지는 미래로 인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수능 때 수험생, 수험생 학부모 그리고 대학 관계자까지 어떻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지가 중요한 이슈일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가 대학 입시의 근원적 문제를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강영미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기에 학생들도 줄 세워 경쟁하게 하죠. 이제까지 교육 운동가가 외친 것을 지금 실현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돼요. 교육부는 기존 틀을 바꾸지 않고 입시 제도를 유지하려 합니다만, 이젠 장기적 대안을 마련할 때입니다. 그리고 단기적으론 과감히 상황에 맞게 틀을 깨야 한다고 봅니다. 과감히 포기해야 할 것은 포기해야겠죠. 최선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봐요. 아직 현안에 대해 담론을 나눌 현장이 없습니다. 꼭 필요해요. 개학 연기나 입시 방침을 내놓을 때도 현장의 문제를 수집하지 않았잖아요. 대면 조사가 어렵다면 온라인 설문으로라도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광진 가장 큰 문제는 작년 수능 응시생 중 재수생이 15만 명이었다는 겁니다. 재학생 39만 명이 수능을 보는데 재수생 비율이 적지 않죠. 이번엔 재수생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12월 3일 수능을 보는데 이전과 같은 난이도와 내용으로 시험이 출제된다면 재학생과 재학생 학부모 반발이 거세게 있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수능 한 번, 대학 입시 한 번이 이후 인생을 결정하잖아요. 재학생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직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입시 제도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환할지 검토해야 합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한 시험 제도라 여겼지만 올해의 수능은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수능이 더는 공정한 평가 방법이 아닌 거죠.

 

조유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만약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에요. 최근 엄마에겐 내가 만약 지금 수험생이면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정도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심정은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김민지 저도 만약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면 자퇴하고 싶을 거 같아요. 재수생은 전에 한 번 수능을 본 경험이 있잖아요. 어떤 느낌으로 출제될 지 알지만 상대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은 경험이 부족한데 한참 동안 개학을 못했으니 불공평하다 생각할 거 같아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언제든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교육 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생각하다 학교를 쪼개는 방법이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에 10명씩 해서 일정 거리를 두고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성광진 학교 쪼개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문제는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가 학교에서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활동력은 무척 큽니다. 거리두기가 쉽지 않죠.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접촉을 제한하는 것은 아이들 정서상 불가능할 것으로 봐요. 친한 친구들끼리는 스킨십도 많고 간식을 나눠 먹는 일도 많습니다. 반을 쪼갠다 해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등교시키기는 어려울 겁니다. 학교는 감염 전파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증상 감염이 있는 경우 학교가 사회적 감염에 가장 취약할 뿐 아니라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죠.

 

 

우리 아이가 다니는 긴급돌봄교실도 현재 한 반에 10명이 있다고 합니다.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 마스크 쓰는 것과 책상 닦는 것을 챙기며 잘 지도해 주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혁명적으로 줄이는 것, 더 나아가 전교생 100명 이하 학교를 마을 안에 두는 것을,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급당 인원을 줄이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성광진 효과적 학습을 위해선 한 학급당 20명 내외가 적절하다고 합니다. 학급당 인원이 너무 적어지면 학교 운영 효율성이 낮아지죠. 현재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 교육비에 대해 지금까진 공감했지만 교육비가 더 높아진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전 지역 어느 중학교의 경우 학년당 2학급으로 한 반에 인원은 10명이라고 합니다. 이때 학생당 들어가는 교육비가 1년당 1천 2백만 원 정도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처럼 학급당 인원이 줄면 공교육 지출 비용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것을 모두 세금으로 감당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몇 명까지 교육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강영미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학급당 인원도 고려해야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경우를 놓고 보면, 학교 역할은 교육뿐 아니라 돌봄도 있어요. 현재 선생님이 아이를 돌봄 형태로 맡고 있어요. 이것도 방법을 많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 효과는 20명 내외에서 좋지만 돌봄은 그보다 적어야 할 수 있어요. 소규모로 학급을 쪼갤 경우 학교에서 다 감당할 수 없다면 지자체와 마을이 나눠 돌봐야 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선 방문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인력은 방과 후 강사와 같은 시간제 강사를 활용할 수도 있어요. 학급당 인원을 줄이자는 것은 교육 운동가들이 계속 주장한 것이에요. 이것이 코로나19로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된 것이라 생각해요. 

 

조유나 현재 한 반에 27명으로 13반까지 있어요. 만약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되고 학교를 가게 된다 해도 반을 쪼개고 학교를 쪼개는 것은 단기간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 인원을 나누면 좋을 거 같아요. 체육관, 급식실을 분리하거나 체육관에서 두 학급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운동장에서 하는 것처럼 동선이 밀집되지 않게 하는 것이 현재 최선인 거 같아요.

 

김민지 등교 시간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요. 일괄적으로 등교하는 것만 생각했지, 등교 시간을 나누는 것이나 등교 요일을 나누는 것도 생각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이번 팬데믹으로 교육을 고민하며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대학 입시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가 마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학교가 마을 안에 녹아들어 마을 안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영미 교육청 사업 중 돌봄이 마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지역아동센터와 돌봄교실을 연계했었죠.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교실에 파견 가서 수업한 적이 있는데 많은 한계를 느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구경도 하고 많은 체험을 해 보고 싶었지만 수업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져야 했어요. 교육은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학교 안에 가둬 놓고 있어요. 지자체와 마을이랑 교육청이 소통을 해야 한다고 봐요. 결국 소통의 부재예요.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논의에서 그치지 말고 이제는 실행으로 옮겨야 해요. 담장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네트워크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광진 저는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도 많고 어떻게 만들지 고민도 해 왔습니다.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직 없습니다. 학교 효용성을 생각할 때 중요한 가치는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와의 연결입니다. 학교는 지역사회에 정말 필요한 곳에 학생을 봉사활동 보낼 수도 있고 지역사회 전문가와 학생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지역사회 내 급식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에 나오지 못해도 급식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학교를 가지 못해 가장 취약해진 교육 분야가 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예체능 교육입니다. 예체능 교육을 지역 내 전문가와 연결해 진행했다면 학교를 가지 못해도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역과 연결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까진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학교가 이를 단순히 업무로만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학교에 자율성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학부모의 의견을 받아들일 구조가 아닙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하려면 학교 자치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의 여러 활동을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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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지역사회에서 돌보지 않으면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생길거란 생각이 듭니다.

 

강영미 코로나19 이후 지역아동센터도 문을 닫았어요. 구청에서 감염 우려로 문을 닫으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우리 아이도 긴급돌봄교실을 신청하기 전에 아이행복돌봄터라고 지역아동센터에 보내려 신청했어요. 하지만 구청에서 문을 닫게 하니 차선책으로 학교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어요. 

 

광범위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마을 단위로 대응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학교는 마을에서 중요한 기관이었습니다. 마을 어르신 말씀을 들어보면 학교 운동회나 학교 행사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계십니다. 학교 행사가 마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마을 행사였습니다. 마을 안에서 이런 네트워크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광진 마을과 학교 사이에 네트워크는 구성원이 함께 논의 과정과 결정에 참여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책만을 따르는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아직 학교 자치도 안 되는데 마을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지시하면 더 힘들어할 겁니다. 자율성을 가지고 구성원 모두가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교육 쪽은 해결해야 할 거대 담론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교육계에서 서둘러 혁신을 해야 할 영역은 무엇일까요?

 

성광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계 문제의 핵심이었던 입시 문제가 개선, 개혁의 계기가 될 거라 봅니다. 지금 교육부는 비상사태일 것입니다. 하지만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강영미 이 문제는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학부모 인식도 개선되어야 하는데 학부모도 경쟁 교육, 주입식 교육을 받아 왔기에 쉽게 생각이 바뀌진 않아요. 그래서 이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면 먼저 교육부의 상명하달 방식을 벗어난 소통이 있어야 하고, 각 학교에 자율권을 주어 학교 특성과 지역 특성에 따라 개별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 재난 시 융통성을 가지고 조절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 교육 현장에서 현장에 맞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조유나 시험과 수행평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고 어떻게 평가할지 결정해야 해요. 학생 입장에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수학능력을 평가할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신과 수능으로 수학능력을 평가했지만 이 방법들은 단편적이라 생각해요. 여러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게 수행평가 위주로 시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서로 준비한 이야기는 거의 다 나눈 것 같습니다. 혹시 준비해 왔는데 못한 이야기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성광진 선생님은 과연 학교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선생님이 이 물음을 가지고 교사로서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온라인 업체의 뛰어난 강사들과 과연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교사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하며 학교는 과연 무엇인가 되묻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영미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해요. 지금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 탓하는 혐오가 만연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코로나19는 인간의 잘못이잖아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해요. 교육은 진도와 입시가 아닌 이 순간 우리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학부모와 학생, 교사 그리고 교육부가 함께 고민해야죠.

 

조유나 학생은 현장에서 이 모든 일을 느끼고 체험하고 있어요. 학생의 목소리를 좀 더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지 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까 고민이에요. 상황이 진정되려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있어요. 이것이 제일 걱정입니다.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진행 이용원

정리 황훈주

사진 양다휘

참여 성광진(교육사회연구소 소장) 강영미(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전지부 대표) 김민지(충남여고1) 조유나(충남여고1)

[2020년 155호 월간 토마토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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