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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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by 토마토쥔장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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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만드는 사람 '진DoL' 박진석 대표

토마토 동행_ 소셜여행 ‘소제골목과 대동마을을 거닐며

염주희 사진 염주희, 이은호

 

박진석 대표

 

1. 사람 여행을 떠나요

매번 똑같은 코스를 다니면 지겹지 않으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것이에요. 매번 오는 사람이 달라서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이 있어요. 저는 앞에서 설명하느라 여행자 얼굴을 보는데, 여행지에 온 사람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호기심에 차 있어요. 저는 그들의 눈에서 행복을 읽고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그런 즐거움에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대전에 살며, 대전을 소개하고, 대전을 누구보다도 아끼는 사람, 진돌 박진석 대표의 말이다. 대전역 호국보훈광장(동광장) 철도 영웅 동상 앞에서 처음 만난 그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여행 참가자에게 송수신기를 나누어주었다.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여행가이드 모습이었다. 동구보건소에서 출생해 가양초등학교를 다녔고 줄곧 이곳 주민으로 살아온 30대 청년 박진석은 소제동 관사촌과 대동하늘공원을 거니는 공정여행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행프로그램 운영자라는 표현으로는 박진석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는 ‘N잡러’이다. 주요 업무는 동구 관광두레 피디이고, 여행사를 운영하며, 우송정보대학에서 가르치고, 홍보마케팅 대행 업무도 하며, 여행 정보 플랫폼 기획자로 참여한다. 박진석은 지역관광이라는 두 축을 가진 콘텐츠 제작자이다.

 

그의 회사 진DoL은 ‘진짜 Daejeon of Life’라는 의미를 담았다.

 

 

2. 역사와 지리를 좋아하던 소년

왜 여행기획자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세 가지 사건을 들려주었다. 그가 자라던 시절에는 여행이랄 게 없었다. 더운 여름이면 친척들과 계곡에 놀러 가서 발 담그고 노는 게 전부였다. 박진석은 어릴 때부터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에 진학할 때 이 분야를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전공인 관광을 택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는데, 이것이 그에게는 여행 입문이자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한 달이 넘는 종주가 끝난 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과 교류하며 끈끈한 네트워크가 생겼고, 지역민이 소개하는 각 고장의 특색을 깊숙이 접하며 여행의 매력을 알았다.

 

두 번째 전환점은 제주도에서 경험했다. 그는 반년 동안 제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직원으로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 어떤 관심사를 가졌는지 듣게 되었다. 자유 여행자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다. 청년 박진석은 부끄러움이 많아 발표를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에게 정보를 안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자신이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점점 잘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세 번째 전환점은 태국에서였다. 몇 해 전 그는 버킷리스트에 있는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실천했다. 여행자의 성지라 일컫는 치앙마이에서 보낸 시간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좋은 관광 여건이란 무엇인지, 작은 골목길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예쁘고 소중한 것이 어떻게 여행 콘텐츠가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이곳에서 그는 여행으로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3.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여행

2019년 8월 31일에 첫 도보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그는 100회 넘게 소제동과 대동의 골목길을 누볐다. 업무적으로 방문한 횟수는 이러하지만, 그가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것을 생각하면, 그의 나이에 365일을 곱한 수만큼 이 지역을 오갔을 것이다. 동네 어르신, 마을 모임, 상점 주인, 재개발 관련 당사자, 박 대표 가족까지 그의 정보원은 동네에 기반을 둔다. 이야깃거리 또한 전봇대, 골목, 상업 공간, 동네 고양이, 평범한 가정집까지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우리네 사는 모습이다. 도보 여행 중에 소제동 골목에서 오래된 나무 전봇대를 만났다. 지역 주민이 말해주길 전기가 아닌, 관사촌 통신용으로 쓰던 것이라고 한다. 지중화 사업으로 전봇대를 구경하기 어려웠던 젊은 여행자는 설명을 들으며 나뭇결을 쓰다듬고 있었다. 뚝방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퍼져있는 소제동을 둘러보고 대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동 골목길

 

대동천을 따라 걸으며 그는 초등학교 때 이곳에서 쓰레기 줍는 봉사를 하였다며 웃었다. 일행은 주택가 벽에서 예비군 훈련 공고를 발견했다. 1980년대라고 적혀있는 소집연도와 두 자리 숫자로 된 장원약국 전화번호 국번이 수십 년 전 공고임을 말해주었다. 분주하게 사진기를 꺼내는 이들 앞에서 박진석은 이렇게 말했다.

주택가 벽에 붙어 있던 오래된 예비군 훈련 공고

 

“참고로, 소제동 장원약국은 아직도 운영 중이랍니다.”

 

 

여행코스에 들어있는 곳도 아니었고, 일요일이라 문을 여는 날도 아니었지만, 그의 말 한 마디는 여행자의 마음을 약국 앞으로 옮겨다 놓았다. 여행 프로그램에는 점심 식사가 포함되어있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한식당 대전옥 앞에서 그는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간결하고 강력한 맛집 추천사였다. 이곳에서는 일인 분에 만 원으로 정갈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손님에게는 민물새우탕이 맛있고 코다리조림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이웃에게는 인정 많은 사장님이 정기적으로 어르신의 식사 대접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 식사를 한 대전옥

 

점심 후 본격적으로 대동을 여행했다.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대동 하늘공원까지 이동하는 코스다. 오래된 주택가가 그렇듯이 대동 골목을 거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박진석은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벽화 길, 언덕임에도 경사가 완만해서 걷기 쉬운 길, 그리고 그가 보기에 제일 정감 있고 예쁜 길이 있다고 하였다. 예쁜 길을 택해서 걸으며, 박진석의 기준을 상상해 보았다.

 

그와 함께 이동한 구간의 공통점은 주택 외관에서부터 집주인의 부지런한 손길이 느껴진다는 점과 여행자들이 관심가질 만한 상점이 띄엄띄엄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늘공원의 진짜 매력은 에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밤이 되어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우송대 교실에 빛이 반짝이며, KTX 빌딩의 야간 근무자가 수고하고 있을 때 제일 아름답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대동의 참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그의 설명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타고난 여행기획자 박진석을 발견했다.

 

대동 하늘공원

 

4. 공정여행의 의미

박진석은 여행자들에게 대전만의 매력을 알리는 일을 하면서 관광의 혜택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중고생 참가자로만 구성된 여행을 진행하지 않는다. 구매력이 없는 청소년들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수 없기에, 부모님과 함께 오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여행자에게도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바람직한 여행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장기적으로 사람들이 여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안락하게 여행할 수 있으며 방문자가 관광인프라를 이용하는 동안 그 혜택이 지역민에게 남을 수 있는 선순환을 고리를 만드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소제동 골목

 

5. 떠나고 싶다, 대전을

지난 몇 년간 대전 밖 사람들에게 진짜 Daejeon of Life를 전파해온 박진석 대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여행자들이 아니라 관광전문가들이다. 어디서 뜬금없는 사람이 나타나서 대전을 알리는 일을 하냐는 질책을 받았고, 어째서 이윤 추구만 하는 서울기업의 소제동 카페를 투어에 넣었냐는 비난도 있었으며, 여럿이 할 일을 혼자서 한다며 다른 청년을 모집해서 함께 가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돈보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느라 녹녹하지 않은 현실을 헤쳐 왔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전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구 관광두레 피디로 활동하지만, 서울•제주•부산 못지않은 관광도시 대전이 되길 고민하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여행지는 어떻게 그 위치에 도달했는지 탐구한다. 여행 분야에서 N잡을 뛰며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사업가 박진석에게는 대전이, 아니 대한민국이 비좁게 느껴졌다. 자신이 진행하는 투어의 지도를 직접 제작하는 진DoL의 주소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고향이기에 소제동을 터전으로 여행기획자가 된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 지역에서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행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와 닿았다. 따뜻한 봄날 소규모 인원으로 떠나는 동네 여행, 사람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 정보 문의]

진DoL 박진석 010-9686-1986

www.myrealtrip.com 상품명 [투어] 소셜여행 ‘소제골목과 대동마을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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