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공간, 세종지혜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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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책과 노니는 공간, 세종지혜의숲

by 토마토쥔장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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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공간, 세종지혜의숲

글·사진 염주희

 

함께 만드는 공동의 서재

국립도서관, 시립도서관, 마을 단위 작은 도서관에 이어 책 놀이터까지 보유한 도시가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세종지혜의숲은 서점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닌, 누구나 방문하여 책을 둘러볼 수 있는 공동의 서재다. 사계절, 뜨인돌, 웅진, 민음사 등 국내 출판사가 기증한 서적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우수도서와 같은 지원프로그램에서 받은 도서, 개인 기증서의 책을 합쳐 약 5만 권의 책이 애서가를 맞이한다.

 

‘지혜의숲’ 하면 출판 도시 파주에 있는 공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조성한 후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은 연간 40만 명(코로나19 이전을 기준으로 함)이 다녀가는 명소이다.

 

처음부터 지혜의숲이 세종시에 제2의 터전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나성동 문화상업지구의 일환으로 도서관과 문화시설이 공존하는 공간을 계획했는데, 그 운영 주체로 출판도시문화재단을 선정했다. 세 명의 상근직원과 소수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대학교 근로장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종지혜의숲은 각종 후원금과 모아건설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한다.

 

2019년 12월 19일 개관 이후 몇 주 동안은 책을 좋아하는 시민으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 들이닥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보다는 소수의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찾는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파주와 달리 세종지혜의숲은 대부분 이용자가 인근 주민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편안하고 안전한 독서공간으로 생각하여 아이들끼리 하굣길에 들리기도 하고, 신간 요청이나 보존 상태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세종지혜의숲 전경

 

숲속 책 놀이터

세종지혜의숲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가득 찬 8m 높이의 책꽂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토존으로 잘 알려진 이 벽은 열아홉 층으로 된 서가인데, 이 중 사다리에 올라가서 손을 뻗을 수 있는 범위는 여덟 칸 정도까지이다. 위·아래 책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지 물어보니 상층부에 있는 책은 맞춤법개정 전에 출판한 책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책을 포함해, 책꽂이, 책상, 조형물, 진열대 등 세종지혜의숲을 구성하는 재질은 대부분 나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따뜻함이 느껴지는데, 그중에서도 어린이 서가는 그 생김새가 푹 파인 원기둥 같아서 나무 밑동에 들어간 듯한 아늑함을 선사한다.

메인 서가 모습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만 아니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며 책과 노닐 수 있는 이곳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내책줄게 네책다오’라는 책 교환 행사다. 이용자가 읽은 책을 가져와 추천하고 싶은 이유를 카드에 적고 기부하면, 지혜의 숲에 있는 책을 한 권 가져갈 수 있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주로 책 반납용 수레로 사용하는 북 카트에는 ‘내책줄게 네책다오’를 통해 새로 들어온 중고 책이 가득 있었다. 이처럼 세종지혜의숲은 모두가 함께 만드는 서재이며 현재진행형으로 변화 중인 공간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보면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기 마련인데, 이럴 때는 안내 데스크에서 독서대를 빌릴 수 있다. 책을 읽다가 갈증을 느끼면 위층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애서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이 공간만의 매력이다.

 

'내책줄게 네책다오'

 

 

도서관과 다른 점

세종지혜의숲이 도서관인 줄 알고 온 이들은 검색 시스템과 사서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이용자들은 한 권씩 책을 꺼내 보고 읽기를 다 마치면 원래 책이 있던 자리에 다시 꼽는다. 하지만 전문가가 정확한 분류표를 따라 책의 위치를 지정한 것이 아닌 만큼 지난번에 읽었던 책이 다음에 가면 그 자리에 없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점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같은 책을 찾는 것보다 새로운 책을 발굴하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검색 시스템의 부재 덕분에 이용자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서가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펼쳐보며 출판물의 물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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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없는 세종지혜의숲 특징 또한 도서관의 진지한 분위기보다 훨씬 가벼운 환경에서 직관적으로 책을 대할 수 있도록 만든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서는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이용자는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중압감을 받을 때가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수혜자라는 경계가 없는 이곳은 아예 그런 느낌이 없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도 책을 기증한 출판사별로 모아두거나 책등에 색깔 테이프를 붙여 빨강은 소설, 초록은 인문·예술, 파랑은 자기계발 등으로 표시하였다. 마음 가는 대로 책을 구경하고 만지다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가는 것이 바로 세종지혜의숲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책교환 프로그램 도서에도 책등에 색깔 테이프를 부착해 분류한다

 

어린이 서가

 

문화관리비 제도

세종지혜의숲은 책의 보전과 쾌적한 시설관리를 위해 2020년 8월부터 문화관리비 제도를 도입했다. 14세 이상은 2,000원, 초등학생 이하는 1,000원의 문화관리비를 내는데, 이를 내고 입장하는 개인 고객에게는 총금액의 50%를 쿠폰으로 돌려준다. 쿠폰은 세종지혜의숲 내부에 있는 북소리 책방과 카페꼼마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이용자와 입주업체 모두에게 호응이 좋다. 전국의 모든 문화시설이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로 휴관을 겪었던 세종지혜의숲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완화할수록 이용자들이 꾸준히 찾는다.

 

책트리 겸 전시공간

 

지역민들로 구성한 독서동아리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크고 작은 네 개의 세미나실이 준비되어있어 교육 및 대관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또한 연중 책 관련 전시회와 북토크, 어린이 체험교실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세종지혜의숲 SNS를 통해 확인 후 참가 신청하면 된다.

 

 

올여름 가치 있는 책을 모아 보존·관리하며 함께 보는 공동의 서재에 방문하여 책과 노니는 시간을 누려보자. 이곳에 기증할 책 한 권을 가지고 가면 더욱더 뜻깊을 것이다.

 

 

 


 

이용안내

세종특별자치시 국세청로 32(나성동 398) 마크원애비뉴 4층 세종지혜의숲

044-862-0021

blog.naver.com/bookcity398

인스타그램 @forestofwisdom_sejong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8시, 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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