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부터 100% 업사이클링으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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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간판부터 100% 업사이클링으로 만들었어요

by 토마토쥔장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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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부터 100% 업사이클링으로 만들었어요.

'새로공간'

글·사진 양지연

 

새로공간 간판 모습

 

봄비가 온종일 내리던 3월 12일, ‘새로공간’의 최옥경 대표를 만났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사무실 앞에는 새로공간이라 적은 목제 간판이 섰는데 그 모습이 독특했다. 간판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고 나누어보리라는 다짐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어준 최 대표와 공간 구석구석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간 안에는 처음 보는 전문적인 장비부터 벽에 걸린 수많은 도구와 재료가 넘쳐났다. 최 대표와 만난 그 사무실은 ‘팹랩대전(Fab Lab Deajeon)’ 팀이 운영하는 공유 공간으로 최 대표도 계약 후 함께 공간을 이용 중이었다. 최 대표는 월세 부담이 줄고 사용법만 배우면 작업에 필요한 여러 장비(3D 프린터기, 레이저기, 디지털 자수기 등)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팀 팹랩대전(Fab Lab Deajeon)’은 창작자들을 위한 작업 공간과 디지털 제조기, 목공 장비 등 전문적인 도구들을 갖추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및 운영하는 팀이다.

 

 

 

[환경이야말로 조기 교육이 필요해요]

궁극적인 최 대표 창업 목표는 '교육'이었다.

“코로나가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이후로 아이들이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얼마나 잘 챙기는지 몰라요. 안타까운 현실이긴 한데, 어른보다 어린 아이가 더 잘 챙겨서 쓰더라니까요.”

 

최 대표는 이렇듯 흡수가 빠른 유치원생부터 초, 중, 고등학생에게 어릴 때부터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인식시키고 아껴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교육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방과 후 수업 초청 강사로 교육 활동을 하였으며 플리마켓에서 아이들에게 양말목 공예를 가르치고 주부들에게 인기 좋은 공예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며 바쁜 활동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 측에서도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일도 없어졌으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부모도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여럿을 모집하는 원데이 클래스 진행도 어려워졌다.

 

“요즘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해요.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려는 등의 일상적인 노력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잖아요. 코로나바이러스도 인간이 자초한 환경 문제의 영향도 있음을 느끼고 더 관심을 두는 거라고도 생각해요. 딱 이럴 때,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을 위해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인데….”

 

교육 활동이 어서 재개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최 대표는 아쉬움과 동시에 점점 친환경 제품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새로공간 내부 모습

 

 

[아이들도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양말목 공예]

“아이들이 양말목 공예를 특히 좋아했어요. 양말목으로 머리끈 장식이나 작은 소품들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아이들이 직접 해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양말목 공예가 아이들이 하기에도 쉽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거든요.”

 

양말목은 공장에서 양말을 생산하며 나오는 폐기물이다. 양말 한 개에 양말목 한 개가 불가피하게 나온다. 어차피 버려지는 재료이기 때문에, 싸게 거래하며 양말의 색상이 다양한 만큼 양말목의 색상도 그 수가 무궁무진하여 업사이클링 공예 재료로 인기가 좋다.

 

“지금 앉아 계시는 의자에 방석도 양말목을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방석이에요. 유튜브를 보면서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까 방석까지 만들게 됐어요.”

양말목 공예로 만든 방석

 

 

양말목 공예로 만든 머리끈

 

[불편함을 경험하면 아이디어가 돼요.]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이후, 마스크는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코와 입을 막는 것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특히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에는 벗어서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기에도, 식탁에 올려두기에도 불편함이 있다. 불편함을 느낀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마스크 착용을 덜 불편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회사원들이 사원증을 목에 걸어두듯이 마스크도 잠시 벗을 때 목에 걸어두면 불편함이 덜할 거로 생각했어요. 쓰고 남은 자투리 면을 이용해서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 봤죠. 예쁘면 더 좋으니까 면 레이스로. 마스크 스트랩이라고 불리면서 사람들에게 유행하기 전에 만들었는데….”

 

제작 마스크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더 일찍이 내놓지 못한 점에 최 대표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나 보다. 최 대표는 매일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고 버려야 하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었다. 인터뷰 당시에도 본인이 만든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최 대표는 겉감과 안감을 재봉하여 구실을 다하면서도 살갗에 닿는 촉감과 두께를 고려하여 답답하지 않게끔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여름용 마스크와 겨울용 마스크를 다르게 만들었다며 두 가지 마스크를 꺼내 보였다. 여름용이 확연히 얇았는데, 겉감은 리넨을 사용하고 안감은 아사를 사용하여 더운 날에 답답함을 덜 느끼도록 시원한 재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비말을 차단하는 필터가 더 필요할까 싶어서 필터를 사이에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상당히 번거롭더라고요. 그리고 면 마스크도 비말 차단이 된다고 해서 얇고 실용적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주변에 선물도 하고 단체 주문을 하는 회사에는 특별히 겉감에 디지털 자수기를 이용해서 작은 로고를 박아 납품하기도 해요.”

 

새로공간만의 특화된 제품 하나를 꼭 만들고 싶다는 최 대표는 헌 데님 천으로 만든 텀블러 캐리어를 보여주며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만큼 편리성을 더 높이면 텀블러 사용량도 더 늘고 헌 천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좋은 업사이클링 예시라고 설명했다.

 

헌 데님 텀블러 캐리어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한 제품들을 만들면서 업사이클링 의미도 되새길 수 있는 수업이 무궁무진한데 실천이 어려운 현 상황이 정말 안타까워요.”

 

 

 

[‘새활용 원예 연구소’]

새로공간이라는 이름은 최옥경 대표가 직접 지었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던 때 이름은 ‘새활용 원예 연구소’였어요. 당시 가드닝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하고 싶은 업사이클링과 어떻게든 한 이름에 담고 싶어서 1차원적으로 지었죠. 하하. 그런데 사람들이 이름이 너무 길다면서 부르기도, 외우기도 어렵다고 불평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업사이클링의 의미는 갖되 단순화해서 ‘새로공간’으로 바꾸었어요.”

 

최 대표는 의류학을 전공하던 시절 배운 미싱 기술과 틈틈이 배워온 목공, 라탄 공예, 가죽 공예 등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다재다능했다. 최 대표 몸에 밴 아껴 쓰는 생활 방식까지 더해 업사이클링 공방을 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것을 만들고 배우는 공간을 갖고 싶었다는 최 대표의 바람을 이룬 것이다.

 

새로공간 간판과 최옥경 대표

 

 

[폐식용유 통에 피어난 간판]

“대표님, 간판이 정말 특이해요.” 인터뷰 도중, 새로공간 사무실에 들어올 때 보았던 간판이 떠올랐다.

 

“저희는 간판도 100% 업사이클링으로만 만들었어요. 간판을 올려다봐야 하는 것도 싫고 좀 더 독특하게 할 수 없을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진, 침대 갈빗살이라고 하나요? 버려진 침대 갈빗살이 눈에 들어왔어요. 보통 매트리스가 망가지지, 갈빗살은 나무도 좋은 걸 써서 튼튼하고 망가지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침대의 쓰임을 다하면 버려지니까 아까운 거죠.”

 

 간판의 주가 된 목재는 아파트 단지에 버려졌던 침대의 갈빗살과 자투리 목재였다. 간판을 만든 후에는 세우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식당에서 버리는 폐식용유 통을 이용했다. 이전에 배웠던 가드닝 수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하는 최 대표, 정말 화분을 연상케 하듯이 간판이 폐식용유 통에 떡하니 심겨 있었다. 새로공간이 갖는 의미와 딱 떨어지는 간판이 아닐 수 없었다.

 

지하 작업 공간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될 때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하에 있는 작업 공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최 대표 뒤를 따라 내려간 지하에는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러 도구와 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여러 작품이 만들어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도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이고 충분히 활용도가 높다는 최 대표는 다시 방과 후 수업도 진행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클래스도 진행하며 좋은 것을 함께 만들고 나누고 싶다고 했다. 본인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생각을 보완하며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찾으려는 시도는 이미 최 대표의 습관이 된 듯했다.

 

 

이제껏 별문제 없이 잘 살아왔다는 이유로 환경을 위한 실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 각자의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인류의 책임이자 숙제인 환경 문제를 뒤로한다면, 바쁘게 가꿔놓은 우리의 삶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때가 순식간에 닥칠까 무섭다.

 

 

 

[2021년 4월호 월간 토마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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