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원칙: 당연한 건 당연히 말하지 않는다 - '곡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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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원칙: 당연한 건 당연히 말하지 않는다 - '곡물집'

by 토마토쥔장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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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원칙: 당연한 건 당연히 말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탄생 - '곡물집'

황훈주 사진 황훈주, 곡물집 제공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최근 월간토마토 사무실 한편에 작은 책방을 만들었다. 사무실 공간 정말 작은 공간을 내었지만 이젠 네이버에 월간토마토를 치면 서점이라 나온다. 아니, 이곳까지 누가 수고롭게 책을 사러 오겠냐마는 그래도 좋다. 적어도 출판사라는 이름보단 서점이라는 이름이 친근하니까. ‘어떻게 것인가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대한 고민이다.

“야. 나 토종 콩으로 만든 커피 마시러 가!”

곡물집 인터뷰 잡은 . 친한 친구에게 신나서 연락했다. 그렇다고 이곳이 유명한 커피집이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토종 곡물을 파는 곳으로 이름도곡물집’, 친숙하게 생각한다면 쌀집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도 커피가 기대되는 곳이다. ‘어떻게 기억되는가어떻게 것인가 대한 고민과 같다. 쌀집이지만 커피가 기대되는 , 이곳에서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엿볼 있을 같다.


 

곡물집 쇼룸 전경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옥수수밭이 불탄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옥수수밭, 넓은 옥수수밭에 병충해가 창궐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옥수수밭이 불탄다. 병충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영화상, 7 전에는 병충해로 밀이 멸종됐다. 그래서 영화 속에선 핫도그는 없다. 오직 팝콘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통해 종의 다양성이 사라진 미래 사회를 엿볼 있다. 시장 경제 속에선 생산성이 높은 종자가 살아남지만 생태계는 다양성을 보전해야 지속 가능할 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은 과거 종자 단일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토종 곡물을 보호하는 것이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유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밝힌 있다.

 

 

등틔기콩, 선비잡이콩, 대추밤콩, 푸르대밤콩, 흰까치수수, 대추찰, 재팥, 앉은뱅이밀….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판다. 이름도 생소하다. 앉은뱅이 막걸리는 들어봤어도 앉은뱅이 밀은 처음이다. 곡물집의 기존 인터뷰 자료를 찾아보면 가지 기준으로 토종 곡물을 정의한다. 고정성과 되물림. 같은 씨를 심었을 동일한 작물이 나와야 하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농사 짓던 어르신의 손에 손을 타고 되물림 되어야 한다. 그중 현재 곡물집엔 20 종의 토종 곡물이 모여 있다. 2층으로 예쁘게 지어진 한옥집. 문을 열고 들어가 카페 공간에서 잠시 기다리자 2층에서 김현정 대표가 내려와 곡물집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토종 곡물은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없으니 시장에서 도태되는 작물이에요.

하지만 꾸준히 토종 곡물을 재배하는 분들이 계세요.”

 

토종작물 재배하는 농부 분은 농사일이 힘들어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둬야지 생각하다가도 작물이 자라는 보면 그리 예쁠 수가 없단다. 내가 하면 누가 하나 하는 마음으로 종자를 거둬 한해를 준비한다. 곡물집은 그렇게 각자 애정을 가지고 재배한 토종 곡물이 모였다. 또한 이렇게 모인 토종 곡물 생산이 지속 가능할 있도록, 농부와 상생하는 구조를 고민하는 곳이다.

 

곡물집 전경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선보인다

 

 

당연한 건 당연히 말하지 않는다

곡물집에선 토종 곡물을 판매하지만 굳이, 토종 곡물이 중요하고, 소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의미에 대해 말하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래서 처음부터 이 브랜드를 준비할 때도 아이템은 토종이지만 나오는 결과물,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곡물집은 토종 곡물의 가치 대신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김현정 대표는 토종 곡물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남이 곡물 아이템으로 이런것까지 가능해?’라고 생각할 법하게 다양한 활동을 꿈꾼다.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편찬, 패션과 미디어 아트까지 광범위한 협업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곡물집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귀엽게 포장된 곡물이다. 토종 곡물은 200g 소량으로 포장해서 판매한다. 포장지 디자인은 곡물의 특징을 담아 디자인했다. 낯선 곡물인 만큼 다양하게 체험할 있게 소량 포장했고, 곡물 성격을 느낄 있게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포장지는 곡물 성격을 느낄 수 있게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또한 카페 공간에선 가볍게 토종 곡물을 즐길 있다. ‘토종찹쌀 구운떡 와플 돼지찰벼를 이용해 만든 떡이다. 이를 와플 기계에 눌러 크로플처럼 만들어 판매한다. 시그니처 드립 커피는 등틔기 콩가루를 33% 넣어 커피 원두와 함께 추출한다. 작년에는밥에 대한 생각이란 이름으로 '식경험 워크숍' 진행했다. 나를 위한 밥을 짓는 프로그램이다. 10가지 정도 곡물을 직접 냄새 맡고, 씹어보며 곡물의 , , , 찰기 등을 기록하며 시식평을 적는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드는 곡물을 배합해 1 옹기에 담아 직접 밥을 짓는다. 지은 밥을 함께 먹으며 토종 곡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이야기 또는 1 옹기를 만든 옹기장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토종찹쌀 구운떡 와플
식경험 워크숍에선 각자 곡물을 배합해 밥을 짓는다

 

“다양성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대기업에서도 상품 라인에 점차 토종 곡물 상품을 추가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또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고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겠죠.”

 

 

다양한 삶을 제안하는 ,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것을 지금 세대에 이야기 있는 아이템이라 본다. 분야의 전문가 집단과 함께 협업하며 하나하나 기획해 가는 과정이 재밌다고 그녀는 말한다.

 

김현정 대표

 

어떻게 팔 것인가 = 어떻게 관계를 맺을것인가

곡물집은 어프로젝트가 진행하는 어콜렉티브의 번째 브랜드다. 어콜렉티브는 하나의 주제 내에서 좋은 것들을 수집하고 선별하여 제안하는 ()브랜드이다. 번째 브랜드는장집으로 우리나라 전통 좋은 것을 선별하고 리패키징하여 판매했고 번째 브랜드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선별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하게 선보인다. 

 

 

곡물집은 토종 곡물이라는 낯선 상품을 파는 공간이지만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는다. 낯선 상품에 대한 경험과 소비를 익숙하게 만드는 , 이것을 실현할 있던 어프로젝트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프로젝트 회사 소개를 보면농부가 우리 사회의 공유 자산이라는 관점으로 그들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탐구하여 사회와 연결하는 유무(有無)형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결과물로 사업을 전개한다고 있다.

 

 

어프로젝트 천재박 대표 쌈지농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곳이다. 패션 브랜드 쌈지가 떠오른다면 그곳이 맞다. 경영초기 부터소비자들과 예술로 소통하자라는 생각은농사가 예술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2009, 농부와 소비자를 잇는 농부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배운 경험을 가지고 독립해 세운 곳이 지금의 어프로젝트다. 농산물 생산자 입장에서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팔리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단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곳이다. 또한 곡물집을 운영하는 어콜렉티브 김현정 대표는 과거 브랜드 제품 기획자로 활동했다. 그녀는 삶의 전환점을 고민하는 시점에 로컬푸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브랜드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이전엔 서울에서 거주하였지만 토종 곡물 브랜드 사업을 준비하며 공주로 내려왔다.

 

“가까워지면서 만들 수 있는,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죠.”

 

기술이 아무리 소통을 자유롭게 한다 해도 직접 만나야 얻을 있는 지식도 있다. 생소한 토종 곡물에 대해 배우기 위해선 농사 짓는 농부를 직접 만나야 했다. 관계를 맺으며 오가는 이야기 속에 많은 콘텐츠를 기획할 있었다. 2020 8월에 오픈한 곡물집은 공간 인테리어, 쇼룸, 디자인과 워크숍까지 다양한 일을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사업에 이해를 가진 다양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지금의 모습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꼭 토종 곡물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단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시작한 브랜드다 보니 많은 관계를 맺으며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곡물집은 가볍게 즐길 수도 있고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파는 것은 가치라는 말이 있다. 내가 팔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함께 즐길 있는 많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이 들었다.

 

곡물집 주방 모습

 

브랜드의 탄생

표지 디자인이 바뀌고 있다. 2020 6, 교보문고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도서 구매가 56.3% 오프라인 구매를 넘어섰다. 책의 질감, 크기, 두께감보다 표지 디자인이 중요해졌다. 요즘 표지 디자인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단순하고, 다양한 도형을, 감각적으로 배치해 잠재 소비자의 시선을 끈다. 이때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기술하지 않는다. 책이라면 당연히 말해야할 책의 내용을, 책을 나타내는 표지에서 점차 지우고 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화하여 표지에 담는다. 그것은 어쩌면 손가락 터치 한번에 수많은 상품 스크롤 내릴 있는 인터넷 시장에서 시선을 잡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곡물집은 책방과 닮았다. 좋은 상품을 발견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 이때 필요한 것이 브랜드 디자인이다. 어떻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것인가. 과거엔 상품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유롭게 상품을 체험해볼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표지 디자인이 단순해지고 직관적으로 변화하는 처럼 말이다.

 

 

농업하면신토불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조금 비싸도 한우가 맛있고, 우리 땅에서 곡물이 몸에 좋다고 교육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가치를 넘어 상품 자체로 즐길 있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상품을 즐길 있는 공간이 중요해지고 있다. 곡물집에서 출판사, 책방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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