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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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by 토마토쥔장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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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암바사

 

*원루머(one-roomer는, one-room과 사람을 나타내는 ‘er’이 합쳐진 단어로, 암바사가 급조한 단어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이곳에서 생활 한지 일 년이 지났다. 

 

때때로 이 도시는 내게 따뜻하기도, 잿빛의 콘크리트이기도 했다. 

 

단칸방에 누워 쓸데없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공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특별히 애정 쏟을 일도, 가슴 한쪽이 텅 빌 일도 딱히 없다. 

 

다른 청춘들은 어떻게 사는지 물어봤다.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이었다. 


 

1.
닉네임: 울뜨라 (남, 28, 직장인)

 


Q.원룸에 얼마나 살았나?


원룸에 산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고, 자취경력은 거의 11년 차다. 

 

 


Q.방값은 어느 정도 했나.


평균 보증금 100만 원에 월 20~40정도 들었던 것 같다. 

 

 


Q.당신에게 원룸이란 어떤 의미가 있나. 


잠자는 곳?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살만한 곳이긴 하다.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고 갇힌 느낌이 들긴 한다. 

 

 


Q.불편한 점은 없었나?


방음이 잘 안 됐다. 예전에 어머니가 잠깐 들르신 적이 있었는데 밤 9시경부터 옆집에서 민망한 소리가 들려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외롭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Q.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나, 경제적 제한이 없어도 원룸에 살 생각이 있나?


구조는 원룸식 구조가 좋다. 방이 여러 개 있고, 구조가 복잡한 건 거추장스러워 싫다. 다만 구조는 간결하되, 오피스텔처럼 면적이 좀 넓었으면 좋겠다. 

 

 

 

 


2.
닉네임: 용키(남, 26, 휴학생 겸 직장인)

 


Q.언제부터 원룸에 살았나?


대학교 1학년 때 외지로 나와 살면서부터다. 군대 복무 2년을 빼면 6년 정도 된다. 

 

 


Q.원룸에서 두 명이 같이 산 적도 있지 않나?


맞다. 외지에서 온 직장 동료였는데 원래 혼자 사는데 익숙한 성격이라 좀 불편했다. 

 

 


Q.사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지금 사는 곳에서 겨울은 처음인데, 외풍이 너무 심해 ‘뽁뽁이’를 사다 창문에 덧댔다. 실내온도가 2~4도쯤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 

 

 


Q.원룸에서 잘 사는 비결이라도 있나?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비결이다. 원래 가만히 있는 걸 잘해 집에 아무것도 들여놓지 않고, 음식도 안 해 먹는다. 얼마 전까진 옷걸이도 없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행거를 하나 들였다. 

 

 



Q.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지지 않나?


반드시 그렇진 않다. 우울한 건 어디 있으나 장소에 상관없으니까. 

 

 


Q. 당신에게 원룸이란 어떤 의미인가? 


잠자는 곳, 책 읽는 곳.

 

 


Q.앞으로도 계속 원룸에서 살고 싶나?


좁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하나쯤 제대로 된 방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벌써 6년이나 되니 이제 원룸도 편하다. 

 

 

 


3.
닉네임: 육차원(여, 23, 대학생)

 


Q. 그전에 투룸 살았다고 들었다. 언제 원룸에 들어왔나.


투룸에서 동기들과 함께 살았다가 올해 초부터 혼자 살았다.

 

 


Q.방값은 어느 정도 하나?


1년에 300만 원이다. 붙박이장부터 베란다도 있고, 시설도 풀 옵션으로 돼 있다. 대학가는 원래 아이들과 한꺼번에 계약하면 싸게 해 준다. 학기 시작하는 철이면 원룸 주인아줌마들이 떼를 지어 아이들을 이 방 저 방 보여주러 다니는데, 몰려가 계약하면 아줌마들이 수고로움을 더니 저렴하게 내 준다. 또 아이들끼리 일부러 같은 건물에 사는 경우도 많다. 

 

 


Q.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혼자 산다는 게 어렵고 힘들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으면 집안일을 분담해서 할 수 있지만 혼자 살면서부터는 내가 혼자 다 알아서 해야 하니까. 

 

 


Q. 그건 자취의 문제이지, 원룸의 문제 같진 않은데?


면적이 좁으니 조금만 어질러 놔도 금방 티가 난다. 

 

 


Q. 집에 가기 싫을 때도 있나?


있다. 괜스레 우울한 날 집에 가면 tv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으니까. 원래 고양이를 키워서 같이 놀아주면서 외로움을 달랬는데, 한 달 전 고양이가 가출해버린 다음부터는 오랜 시간 집에 있지 못하겠다. 


Q. 당신에게도 원룸이 ‘잠자는 공간’일 뿐인가?


그렇다. 그냥 숙소 개념이다. 같이 살 사람이 있다면 투룸이나 작은 평수 아파트 구해 함께 살고 싶다. 

 

 

 




‘고시원녀’ E는 “내가 워낙 밖에 잘 돌아다니고, 돌아와선 잠만 자니까 우울하지 않은 거야. 여기에서 공부한다고 들어앉아 있었더라면 나도 미쳐버렸을지 모르지.”라고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맞는 말 같다. 

 

하지만 뿌리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다면 ‘외로움에 대한 불안’이다. 

 

즉, 원룸이라 힘든 게 아니라, 혼자라서 힘든 거다. 

 

 

가끔은 여러 군상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염증이 나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 길 끝에는 돌아오는 열차 안에 앉은 나를 발견한다. 

 

2012년, 새해엔 방 밖에서 이 죽일 놈의 외로움을 구제해줄 사람들과 서로 뒤엉키며 울고 웃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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