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해답, ‘마을’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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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답, ‘마을’에서 찾는다

by 토마토쥔장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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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답, ‘마을’에서 찾는다 

글·사진 이용원

신탄진 대청댐에 가는 길은 관리를 잘한다. 포장도 깔끔하다. 주변 초록 풍광 한가운데 아스팔트 검은 빛깔이 도드라진다. 댐을 만들기 풍광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냥 오솔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금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모래밭이 아름다게 펼쳐진 주변으로 집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마을 모습을 상상하는 어렵지 않다. 대청호 주변 다른 수몰 마을보다는 아래로 가라앉은 집이 덜하다고는 하나 주택 열댓 채와 농경지, 그리고 삼호초등학교가 사라졌다. 육중한 댐을 만들면서 전혀 다른 생경한 주변 풍광에 마을은 한없이 움츠러들었을 터다. 미호라는 예쁜 마을 이름이 미래를 예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오히려 이름이 지금 애잔하다.

 

댐을 건설해 금강 물길을 가로막아 대청호를 만들더니 나라는 가장 풍광 좋은 곳을 골라청남대라는 대통령 전용 별장을 지었다. 1983 일이다. 2003년까지 사용한 대통령 전용 별장을 지키려고 대청호 진입로 한쪽에 대청파출소를 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권을 충청북도로 이전하고 국민 품으로 돌려준 기능을 다한 대청파출소는 폐쇄했다.

 

오랜 시간, 흉물로 방치했던 파출소 건물을 철거하고 금강수계 기금 등을 지원 받아 ‘미호동 정다운 마을 쉼터’라는 농산물 공판장을 만들었다. 농산물 공동 판매장과 편의점, 회의실 등을 갖춘 2 건물이었다. 대덕구 신탄진동 24통과 25통에 해당하는 미호동은 통별로 5 주민을 모집해 미호동복지위원회를 만들고 공간 운영에 들어갔다. 생각처럼 공간 운영이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주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겨우 매점 구실만 하며 문을 열어 두었던 이곳에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다. 지난 5 13 공간에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과 넷제로 도서관’ 공식 개관했다.

 

지난해 10, 기후위기 대응과 상수원보호구역 생태마을 조성을 위해 대덕구와 미호동복지위원회, 신성이앤에스(), 대전충남녹색연합,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 협약했다. 이후 지난해 회의실로 사용했던 건물 2층에 넷제로 도서관을 먼저 개관하고 이곳에서 미호동넷제로주민디자인학교를 열었다. 학교에 참여한 열다섯 가량 주민과 함께 넷제로 상품 개발과 공간 리모델링을 준비했다. 리모델링은 신성이앤에스()에서 비용을 후원해 공사를 마무리 했다. 

 

 

 

미호동에서 펼치는 새로운 실험

대청파출소 당시에도 있었던 너른 마당은 그대로 살렸다. 천연 세제로 사용할 있는, 소프넛을 있는 무환자 나무 그루를 마당 한쪽에 심었다. 그동안 소프넛이 열대지방 어떤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 열매라고 지레 짐작했다. 무환자 나무 반대 쪽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넓게 가지를 뻗으며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을 잠시 붙잡아 둔다. 즈음 경계에 돌담을 쌓고 ‘1.5℃’라는 흰색 조형물을 어깨 위에 올려두었다. ‘1.5℃’ 이곳 넷제로 공판장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숫자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에서 정한 지구 온도 상승 제한폭이다. 산업화 이전 지구 온도는 14도였다고 한다. 점점 지구 온도는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온도 상승폭을 15.5도까지로 제한해야 한다는 합의다. 지구와 인류가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인류가 이를 위해서 온실 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넷제로 공판장 돌담 위에 얹은 조형물은 이런 의미를 담은 숫자다.

 

미호동 넷제로공판장 1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요즘 많이 생기는 제로웨이스트숍에서 있는 고체 샴푸나 치약, 대나무 칫솔 등이 보이지만 가장 눈길을 , 미호동 주민이 놓은 농산물과 된장, 고추장 같은 가공 식품이다. 포장을 줄여 쓰레기 발생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진열대 곳곳에서 드러난다. 권칠숙 님이 생산한 결명자도 유리병에 담아 덜어 판다. 김완득 님이 만든 3 숙성 된장도 김옥녀 님의 오디 효소도 두미영 님의 천연 수세미도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포장했다. 모두 지난해 열린 디자인 학교에서 주민이 함께 고민한 결과다. 개관을 앞두고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송순옥 미호지기(매니저) 공간을 누비느라 바쁘다. 잠시도 멈춰 서거나 앉지 않는다.

 

건물 2층에 올라가면 풍광도 좋고 채광도 좋은 아늑한 도서관이다. 환경 관련 서적이 가득한 공간은 책을 읽기에도 좋지만 주민 교육장으로서도 제구실을 톡톡히 한다. 마을에너지전환학교를 열고 태양광 발전 시민참여 상담과 모임 등에 공간을 제공한다. 지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월든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공간이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2층 도서관

 

“CO2 발생 부분에서 쓰레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거든요. 제품 생산, 이용, 이동,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죠. 폐기나 매립으로 치닫는 쓰레기 문제를 순환형으로 대안을 만들어 전환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어요. 우리는 생활 공간인 마을에서 넷제로 공판장 같은 방식으로 줄여보고자 하는 거고요. 미호동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마을에서도 각 마을 실정에 맞게 넷제로 공판장이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구실이라고 생각해요.”

 

개관 전날 시간을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 나와 ,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유) 양흥모 이사장 얘기다. 해유는 미호동복지위원회가 넷제로 공판장과 넷제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도움을 준다.

 

기후위기를 모든 나라가 함께 해결해야 주요 의제로 합의하면서 이곳 저곳에서 앞다퉈 탄소중립 선언 의지를 표명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이런 움직임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보면서 비로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읽을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좀 있지만 미호동처럼 지역 농산품을 결합하고, 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친환경 마을을 만들려는 과정에서 플랫폼 개념으로 넷제로 공판장과 도서관 문을 연 건 처음이지요. 기존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대부분 도시 안 소비 공간에 있지만, 이곳은 생산 공간이라는 점도 다르고요.”

 

마을에서 생산한 제품을 마을 안에서 소비하고 주민이 함깨 모여 재생에너지를 공부하면서 마을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모습은 기후위기 앞에서 인류가 보여야 가장 보편타당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원 순환이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거대 도시 단위로 고민하기보다는 마을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계획하고 실험하는 모습이 훨씬 구체적으로 와닿는다. 넷제로 공판장과 도서관이 도시 곳곳 마을에 생기고, 그곳에 주민이 모여 기후위기 심각성과 대처에 관해 학습할 있다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구현하며 온전한 순환을 고민할 있다면, 제법 그럴 듯하다. 국가와 대기업이 진행해야 하는 실천과 마을에서 가능한 실천은 분명 따로 있다. 

1층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품과 함께 미호동의 지역 농산품과 가공 식품 등을 판매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해 문을 열다 보니 아직 미흡한 부분도 많다.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깊게 소통하지 못했다.

 

“국가든 마을이든 탄소중립은 어려운 문제죠. 기존 문화와 산업 등 생활 전반에 걸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니까요. 충분히 소통해도 힘든 데 그러지 못했더라고요. 지난해 마을 주민 열다섯 명 정도가 참여한 미호동넷제로주민디자인학교를 열어서 주민 사이에 어느 정도 소통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죠.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소통도 마을 주민 방식으로 해야 했어요. 미흡한 소통 때문에 마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그룹도 생겼고요. 넷제로 공판장에서 판매하는 품목에 문제가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어요. 직전까지 넷제로 공판장은 소소하게 주민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던 곳이에요. 라면도 사고 맥주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당연히 불편하죠. 최대한 주민 의견을 수용해 공간 특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방법을 모색해 보려고요.”

 

 

마을에 넷제로 공판장과 도서관 공간을 만들며 벌어진 논란 조차 학습 거리를 제공했다. 

올해 행정안전부는 지역 균형 뉴딜사업을 공모했다. 해유’ 대더구와 협의해 미호동을 지역형 뉴딜 모델 마을로 사업 신청서를 냈다. 지역 농산물을 넷제로 방식으로 디자인 하고 지역민은 넷제로 방식으로 소비하면서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CO2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순환 경제 모델’ 만드는 계획을 제안했다. 대청호 건설로 수몰 아픔을 겪은 미호동이 이제 우리 삶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마을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넷제로 공판장과 넷제로 도서관 플래폼으로 미호동 마을에서 벌이는 다양한 실험을 눈여겨봐야 이유다. 작은 수몰 마을에서 인류 전체에 해답을 제시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 성공이나 실패와 상관없이 실험만으로도 그렇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건물

 

 

사회적협동조합 ‘해유’가 펼치는 일들

미호동 주민과 함께 넷제로 공판장을 운영하고 도서관을 개관한해유 2020 4월에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같은 산업자업부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받고 올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았다. 설립 단계부터 에너지기업인 신성이엔에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공동으로 기획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신성이엔에스(주)가 가진 재생 에너지 기술력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가진 지역 네트워크가 결합해 우리 협동조합의 근간을 구성하죠. 설립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빠르게 자리잡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에너지 협동조합을 사회 운동 단체처럼 운영하면서 기술 부분은 단순 하청을 주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기업과 단체가 가진 장점을 잘 분석해 협동조합을 설계하고 운영하기로 했죠. 처음에는 행정까지 협동조합에 함께 하는 걸 고민했지만 법적으로 한계가 있어 뺐어요.”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면서 대전충남녹색연합 회원 중심으로 설계하지 않은 이유다. 신성이엔에스() 김영덕 대표와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이 협동조합해유이사로 참여한다. ‘해유양흥모 이사장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다. 가치와 방향성에 동의하며 구성 주체가 있는 영역을 가지고 함께 하는 방식은 사업 과정에도 적용한다. 지금해유 주요 사업 파트너는 신용협동조합이다. ‘해유 추진하는 핵심 사업 하나인 햇빛발전소 건립에 주체로 참여한다. 발전소 건립 과정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햇빛 발전 예금 상품출시를 기획하고 신협중앙회와 협의를  끝마쳤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예금 상품이다. 이렇게 모은 재원을해유 대출 받아 햇빛 발전소 건립에 투여한다는 게획이다. 건립한 햇빛 발전소에서 수익금이 발생하면 예금 이자와는 별도로 지역화폐로 예금주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금, 대출, 투자 전통적으로 자본이 흐르는 과정을 따라가지만 분명 다른 요소가 중요하게 결합한다. 가치와 순환’이다. 과정에서 사회적기업, 기술을 가진 업체, 금융 기관, 행정, 시민 등이 각자 있는 들고 대등하게 만난다. 갑을 관계도, 원청 하청 관계도 아니다.

 

 대덕구 햇빛 발전소 설치 장소로 읍내동 공용 주차장을 대상으로 대덕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전 조사 결과 130~140Kw 정도 전력을 생산할 있는 시설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햇빛 발전해유 핵심적으로 고민하는 사업 영역이다. 사업화 햇빛 발전소 건립도 추진하지만 미니 태양광 보급 사업도 중요하게 여긴다. 재생 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미니 태양광 보급 사업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행정에서 공공 자금을 투여하면서 홍보와 시설을 업체에 일임하면서 사업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신뢰 문제였다.

 

“보조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민간 사업자를 통해 들으니까 불신도 생기는 거죠. 아무래도 민간업자가 와서 정부 보조금을 이야기하면 이상하잖아요. 미니 태양광 사업에서 중요한 건, ‘가치’에 관한 이해인데 이 부분을 경제적으로만 접근하는 방식도 문제고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중간에 들어갔죠. 상담과 홍보는 우리가 맡겠다고 했어요. 그동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을 챙겼죠.”

 

 

해유 설립 지금까지 햇빛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지자체와 교육 사업도 진행하고 에너지 전환 마당극라스트 생존 게임 지역 극단 우금치와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다양한 전문 집단과 가치를 공유하고 가로 연대를 통해 다양한모델 만들어 마을에서 실험하는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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