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남이 필요해 도시여행자는 서점을 열었다.
서점 다다르다 X 도시여행자
글 사진 황훈주
동네에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누구나 일상 속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하나 정도는 필요하니 말이다. 대흥동을 잠시 떠났던 도시여행자가 다시 돌아왔다.
“퇴근길에 항상 들려 시집 하나 씩 읽고 가시는 분도 있어요. 또 소위 이 공간을 덕질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을 관찰하는 게 저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죠.”
도시여행자 대표 김준태 씨의 말이다.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서점에서는 책을 통해 일어나곤 한다. 독립서점 지도를 만들기 위해 오는 사람, 멀리서 여행 와서 방문하는 사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찾아 주는 사람들 까지 각자의 이야기가 도시여행자 독립서점 ‘다다르다’에 모여온다.
9평으로 시작했던 서점은 34평의 넓은 공간으로 1,400권의 책과 함께 돌아왔다. 서점의 공간을 넓힌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점이라면 보유하는 책의 종류와 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다양한 책이 있어야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그렇게 되어야 책이 순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넓힌 공간도 하나의 실험이라고 한다.
“다양한 서점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 중엔 이렇게 책을 많이 보유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서점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다 보면 지역 독립서점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해요.”
도시여행자가 책방을 운영한지는 7년이 넘어가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다 브로드컬리에서 펴낸⟪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란 책을 읽었다.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오늘날 소규모 서점의 쓸모는 무엇인가.’
도시여행자는 서로에게 다다르기 위해 서점을 열었다고 한다. 서점의 이름은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에게 다다를 것이다’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지역 사회 속,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결국 답은 서점이었다. 수많은 책을 들인 것도 공간을 넓힌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만나게 하기 위함이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주친다면 불편하겠지만 이곳은 서점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인다. 그래서 다양성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정말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서점에선 일어난다.
다다르다는 크게 두 가지 콘텐츠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한다. ‘다다른 북토크’와 ‘다다른 기획전’이 그것이다.
“지역에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의 작가를 초청하려고 해요. 또 이 북토크에 누가 오면 도움이 될지 리스트도 짜보고 있어요. 작가와 직접 만나면 더 큰 영감을 받게 되는 거 같아요.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이슈들을 다루면 작가와 독자가 서로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어요.”
유명한 작가를 초청해서 사람들을 모으려 하기 보단 지역에 필요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 담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벌써 다섯 번 정도의 북토크가 진행 되었고 최근엔 브로드컬리 편집부에서도 다녀갔다고 한다. 그 날, 북토크가 진행되면서 편집부의 매출구조까지 밝혔다고 한다. 만일 참여했었다면 정말 많은 영감을 받게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건 정말 궁금했던 정보였는데 말이다. 다다른 북토크는 작가가 없으면 서점도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작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좋은 책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책이 많아질수록 독립서점도 지속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다르다 서점이 서로를 만나게 함으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한 부분이었다.
지난 6월에 프로토타입으로 진행했던 다다른 기획전도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다다른 기획전은 지역마을에서 고민했으면 하는 주제를 선정한다. 그리고 주제에 관련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30권의 책, 강연과 공연 그리고 굿즈 판매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구성한다. 미술관에 가면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가지 작품으로 표현하듯, 다다른 기획전도 우리가 놓치며 살아가는 가치를 여러 방식으로 재조명한다. 저번에는 ‘환경’을 주제로 준비하면서 서점 내 주요 판매 품목에서 플라스틱을 많이 없앴다.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는 기획으로 책 구매 시 담아 줄 봉투도 3개월 안에 생분해되는 친환경 봉투로 바꿨다. 다양한 삶을 제안한다는 이곳은 제안에서 그치지 않고 가장 먼저 실천하는 곳이었다. 이 기획전을 통하여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사람 속에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에 큰 위로를 받는다. 좋은 공간은 그곳에서 가치와 철학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한다. 다다르다는 좋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그래서 작은 삶의 위로를 주기 위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또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을 수 있게 서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도보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의도한 불편함이다. 그 불편함까지 감수하며 올라오는 독자만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 마음이다.
“공간을 매개로 공통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 공간이 가진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다르다는 사려 깊은 공간이다. 이곳은 책을 사면 나오는 영수증에 ‘서점 일기’가 쓰여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전하지 못한 말을 영수증에 글로 남겼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인사를 건네면 좋을까 고민 끝에 음료수에 쪽지를 붙여 자리에 놓는 마음 같다. 방문하는 독자들의 특성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책 추천을 원하면 개인 취향에 맞춰 큐레이션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많은 기획과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서점은 대체적으로 조용하다. 좋아하고 찾아 주는 독자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고 자주보며 서로 서서히 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책이 잔뜩 쌓여있는 곳을 좋아하는 편이다. 수많은 책 속을 거닐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은 분명 그 처음과 끝에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끈이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이란 에세이 중 한 글귀를 좋아한다.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 나는 당신을 만났다.’ 이런 설렘을 줄 수 있는 다다르다x도시여행자를 좋아하게 될 거 같다. 동네에 좋아하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
월간토마토 vol.149
다다르다
Tel. 010-943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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