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향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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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향기를 찾아서

by 토마토쥔장 2021.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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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향기를 찾아서 

향수 조향 공방 ‘어플리징 아로마’ APLEASINGAROMA

 

글 사진 임수빈

 

김지용 씨가 만든 수제 향수들

 

“사람들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이 향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소설 <향수> 中-

 

 

잊혀지지 않는 흔적, 향기 

 나는 향수를 좋아한다. 향수라 하면 대부분 사람이 특별한 날 혹은 꾸밀 때 뿌리는 거로 생각한다. 또는 단지 향을 내는 액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점들도 있지만, 향에는 또 다른 효과가 있다. 향을 통한 기분 전환, 힐링을 할 수 있다. 심지어 향은 기억과도 큰 연관이 있다. 내가 향수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여행 가는 길에 공항 면세점에서 처음 산 향수이다. 상큼한 라임 향기로 시작되어 바질 같은 허브의 향기로 변하는 상큼하고 산뜻한 향을 가진 향수이다. 실제로 여행 내내 뿌리고 다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향수의 향기를 맡으면 그때 그 여행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향은 기억과 큰  연관이 있다. 실제로 향을 통한 기억이 다른 기억들보다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여러 향수를 써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향들로만 만들어진 향수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이에 나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선화동에 위치한 조향 공방 ‘어플리징 아로마’에 방문했다. 공방에 들어가니 깔끔한 인테리어와 향기로운 향, 여러 향수들이 나를 반겼다. 공방 대표인 조향사 김지용 씨는 원래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나와 취직해 프로그래머로 9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쳐 다 내려놓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가장 좋아하는 일인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였나? 내 몸에서 나는 향이 좋아서 향수를 좋아하게 됐어요.”

김지용 씨가 공방을 시작한 지는 어엿 7년째이다. 공방 시작 전에는 2년 동안 공부해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카페 한켠에 작은 공방을 마련해 시작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문을 닫고 지금 이곳에 공방을 새로 열었다. ‘어플리징 아로마’는 기분 좋은 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 향이 좋네 하고 향수를 구매하세요. 사실 향에는 좋은 향이 있는 반면 기분 좋은 향도 있어요. 그런 기분 좋은 향은 잊지 못해요.”

 ‘흔히 인생 향수라고 불리는 것들이 이런 기분 좋은 향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나도 기분 좋은 향을 찾고 싶어졌다.

 

 

나만의 향수를 찾아서

 기대하며 체험을 시작했다. 이 공방은 다른 공방과 시작부터 다르다. 간단한 설문 후 약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눈다. 다른 공방의 경우 한 시간이면 체험이 끝났을 시간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향부터 시작해 성격, 이미지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향을 추천한다. 그래서 체험 시간이 기본 세 시간이다. 사실 평균적으로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저희 공방은 조향 공방이에요.” 향수 공방은 전국 어디에나 많지만, 조향 공방은 많지 않다고 한다. 향수 공방은 조향 공방과 커스텀 공방으로 나뉜다. 커스텀 공방은 기존에 조향사가 조향한 향수를 골라 거기에 한두 가지의 향료를 추가하는 공방이다. 반면 조향 공방은 조향 되어있는 향수가 아닌 향수를 만드는 원료인 향료들의 향을 맡고 직접 선택해 섞어 향수를 만든다.

“커스텀 향수는 나만의 향수도 아니고 조향사가 만들어 놓은 향에 덮어씌우는 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조향 공방 같은 경우는 앞에 보이시는 35가지의 향료를 다 맡아보고 앞에 있는 비커에 맘에 드는 향을 골라 원하는 만큼 골라 섞어 향을 만드는 거예요. 본인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향을 만드는 거죠”

준비된 설문과 향료들

향을 맡으며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앞에 계신 조향사님은 이 향기들을 다 구분할 수 있을까?’

“혹시 이 향료들을 가지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몇 개나 구분 가능하신가요?”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다 구분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향사라면 다 구분 해야 해요 최소 자기가 가지고 있는 향은 구분해야 해요. 이건 기본 자질이고 구분을 못 하면 조향사를 하지 못해요.” 실제로 조향사 자격증 실기 시험에 향료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다. 난 구분은 둘째고 서른다섯 가지의 향료들을 모두 시향 하는 일부터가 힘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단일 향료들을 맡을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대에 가득 차 시작했지만, 절반 이상 지나가니 굉장히 피곤해져 향이 구분되지 않았다. 때마침 이점을 알아챈 지용 씨는 준비되어 있던 커피콩을 건네며 이 냄새를 맡고 천천히 다시 맡아 보라고 권했다. 실제로 커피콩은 피로해진 후각을 되돌리는 효과가 있어. 후각 훈련에 많이 사용된다. 커피 향을 맡고 다시 시작하니 후각이 조금은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래도 내 지쳐버린 후각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쉬는 시간을 가지며 체험을 계속 이어나갔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은 서른다섯 가지의 향을 맡으며 미리 준비해 둔 종이에 각각의 향을 자신이 느낀 그대로 어떤 표현이든 관계없이 모두 적으며 맘에 드는 향을 따로 빼놓는다. 나는 ‘페놀’이라는 향이 마음에 들었다. 페놀은 사실 악취로 분류되나 중독 때문에 사용한다고 한다. 난 소독약 같은 알코올 향과 훈연향이 느껴졌다. 지용 씨는 나에게 “확실히 대중적인 취향은 아닌 거 같네요(웃음)”라고 했다. 이후 선택한 향들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최종 결정을 한다. 향수에는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향이 나는 순서이다. 탑노트는 향수를 뿌리고 알코올이 날아간 약 10분 전후의 향이다. 주로 레몬이나 오렌지처럼 휘발성이 강한 향을 사용한다. 미들노트는 탑노트 이후 나는 향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향이다 하트노트라고도 불린다. 마지막으로 베이스노트는 우리가 흔히 잔향이라고 표현하는 바로 그 향기이다. 향의 특성에 따라 각 노트별로 향료들이 나뉘어있다. 향수를 만드는데 노트별로 향료를 넣는 비율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한다. 김지용 씨는 노트 별 비율를 결정해준다. 이후 노트별로 결정된 비율 안에서 자유롭게 향료들의 비율을 결정해 섞고 지용 씨와 함께 시향을 하면서 향을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어 나간다. 나는 단순히 우디한 향(따뜻한 느낌의 나무 같은 향)이 더 부각됐으면 해서 ‘우드 베이스’의 향료를 더 넣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 향을 추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조향사님은 나무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파우더리 베이스’ 향료를 추천하며 “오히려 이 향료를 넣는 게 우디한 느낌을 증폭시키는데 효과적일 거예요.”라며 가이드 역할을 해줬다. 신기하게도 추천받은 향료를 넣으니 거짓말처럼 향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말 신기했고 역시 조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완성된 향을 대부분이 알코올로 이루어진 향수 베이스에 섞으며 병에 담으며 향수 체험은 마무리된다.

 

조향사의 이야기

 이 공방의 주요 고객층은 대부분 여성분들이라고 한다. 남성분들이 제 발로 찾아온 적은 7년 동안 딱 한 번 있었다고 한다. ‘이젠 내가 두 번째다!’ 그 외에는 여자친구한테 끌려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체험이 아닌 향수 구매는 성별 구분 없이 많이들 방문하신다고 한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단골의 비율이 90% 이상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고 좋아하는 향을 하나하나 골라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점인 것 같다.

“혹시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 음.. 여러 명이 있지만 저는 단골손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체험을 하다 보면 향수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많은 대화를 나눠 의도치 않게 친해져요. 그리고 여자친구 손에 끌려온 남자친구분도 처음엔 관심 없다가 체험을 통해 향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분들과 오히려 더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많은 대화를 나누니 고객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럼 공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우선 직접 만드신 향을 본인이 만족해하실 때 가장 좋고요, 같이 맡아 봤을 때 어 생각보다 되게 잘 만드셨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내해 드리면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낸 거 같은 기분도 들어요”

 

“저는 향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요. 향수를 특별한 날에만 쓰시는 분들이 많은데 향수가 일상에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향수가 아닌 나를 위한 향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요즘 ‘잠뿌’ 라고 해서 자기 전에 향수를 뿌려 향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진짜 나를 위한 향수인 거 같아요”

김지용 씨의 향수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만의 브랜드도 론칭하고 싶어요”

국내에서 향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향수의 원료 자체가 모두 해외에서 나고, 향에 대한 분류도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외국에 비하면 관세가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김지용 씨의 브랜드를 만나보고 싶다. 기분좋은 향기를 찾길 원하는 분들에게 방문을 추천한다.

 

어플리징 아로마  APLEASINGAROMA

장소 대전 중구 대종로 509(선화동)

운영 월~토 낮 12시~ 오후 8시 일요일 휴무 공방 체험 15:00~ (예약 필수)

문의 010-3410-1831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_pleasing_ar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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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토마토 vol.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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