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오래 관리, 운영 수탁기관 모집 공고 결과에 따른 논란과 그 의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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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오래 관리, 운영 수탁기관 모집 공고 결과에 따른 논란과 그 의미에 대하여

by 토마토쥔장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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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오래 관리, 운영

수탁기관 모집 공고 결과에 따른

논란과 의미에 대하여


SEETY

테미오래

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2.


운이 좋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참 운이 좋은 인생이다. 아직 대전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월간토마토에서 채용 공고를 냈다. 이력서 접수를 하다 보면 꼭 보이는 표현이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을 수 있는 표현. 

“문과엔 한없이 냉랭해 일자리를 잘 주지 않는 대전을 떠나 서울로 가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정말이다. 글 좀 쓰고 싶거나, 문화 기획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 대부분은 서울로 갔다. 대전에 문화 예술 분야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청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있었는데 떠나는 거다. 콘크리트에서도 민들레꽃은 핀다. 하지만 이건 민들레꽃 입장도 들어 봐야 한다. “민들레 씨.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건 불시착이셨나요?”

2018년 7월 2일 대전광역시장이 제출한 <테미오래 관리 및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보자. 테미오래를 민간위탁을 통해 시민에겐 즐거움을, 민간단체에겐 창의력과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관사촌을 민간단체에 위탁할 정도로 대전시는 지역 문화와 지역 문화 역량 강화에 관심이 많다. 

 

 

 

테미오래를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게 될까?

2021년 9월 30일. ‘대전광역시 테미오래 관리·운영 수탁 기관 모집 공고’ 결과 (재)대전문화재단이 선정되었다. 이에 대해 테미오래 운영 공모에 참여한 민간단체 3곳은 10월 2일, 10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내용은 각각 대전문화재단이 민간 위탁 사업에 참여한 것이 공정한가와 사업 심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플래닌 이경수 대표

“10월 9일엔 전국 40개 문화기획팀과 줌으로 미팅을 하며 이번 사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더라고요. 중간지원조직, 기초·광역문화재단은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문화예술계는 시의 행정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문화 생태계 안에 기관 이해 관계자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죠."

10월 12일. 플래닌 이경수 대표를 만났다. 이번 입장문을 작성한 그는 인터뷰 전, 막 2차 입장문을 발표한 후였다. 이경수 대표는 이번 모집 공고는 대전시가 소통 없이 문화예술 사업을 주도한 결과라고 봤다. 조례 만든 사람 생각이 다르고, 사업을 운영할 행정 공무원 생각이 다르고, 문화 기획자 생각이 다르다. 서로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예술은 소통하면서 발전해야 한다. 문화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가치기 때문이다. “테미오래 운영을 민간단체에 맡기는 목적은 지역 문화예술 민간 기관 역량 발전을 위함이었죠. 이런 목적을 가진 사업에서 대전 문화재단이 선정되는 것은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또 심의 위원으로 대전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의 국장이 참여했는데 이분은 대전문화재단 당연직 이사죠. 이해관계자가 심사 위원으로 들어간다는 건 이해 안 되는 부분이죠.”

7, 8호 관사

테미오래 수탁 기관 모집 목적에는 민간의 행정 참여 기회 확대가 있다. 대전문화재단의 설립 목적은 지역 문화예술 인력 육성, 지역 문화 정체성 확립이다. 설립 목적이 문화예술 공급 주체가 아닌 지원이다. 테미오래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앞으로 하게 될 것인지는 수탁 기관 성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대전에 좋은 사람 많은데 뭐라 알려줄 방법이 없네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 총괄기획을 맡은 최기진 대표

테미오래 운영 공모에 참여한 민간단체가 2차 입장문까지 밝히자 대전시가 움직였다. 10월 15일. 테미오래 공모 사업에 참여했던 대전문화산업단지 협동조합 총괄기획을 맡은 최기진 대표를 만났다. 

“방금 대전시 문화예술정책과장과 만나고 왔습니다. 이야기해 보니 아직 이번 사안의 문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지역 문화예술을 대전시가 다 주도하려는 것인데 말이죠. 적어도 대전문화재단이 다른 민간기관보다 나아 선정되었다면 어떤 이유로 선정되었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시킬 것인지 방향성이 나왔어야 했어요. 그래서 다음 공고 땐 민간단체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그저 사업 진행하면서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안타까운 거죠. 테미오래 문화 조성 계획이나 활용 방안에 대한 생각은 듣기 어려웠어요.”

이경수 대표도, 최기진 대표도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 강조했던 것은 이번 입장문과 대응이 사업을 받기 위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를 그저 방관한다면 민간 영역은 점점 더 좁아지고,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다.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문화 예술단체가 응집력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 마음이다. 

“무엇보다 시에서 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걷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동반자로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분명 지역 내에 작게 작게 문화예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전에 훌륭한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1988년부터 대전에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최기진 대표의 소회였다.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있다

10월 11일. 대전에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기획 포럼 시리즈’가 열렸다. 주제는 ‘테미오래 민간 공모 사업을 통해 바라본 대전 민관 거버넌스의 과제’다. 

“이번 포럼을 계속 이어 가며 민관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테 미오래 수탁 기관 모집 결과는 지금까지 있어 온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대전시가 문화예술을 주도하려고 하는 것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서 바라 본 도지사 공관

이경수 대표는 이번 사안을 통해 가장 빠르게 구축되어야 할 것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이야기했다. 현재 대전시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테미오래 운영 1기 단체에 대한 사업 평가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번 공모 결과에서 떨어졌다면 무엇이 부족했는지도 알 수 없다. 진정 민간단체 성장을 위해선 심사도 중요하지만, 사후 피드백도 중요할 것이다. 

물론 지역 문화 발전을 하는데, 민간기관이 무조건 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민간기관이 문화예술 영역에서 가지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이에 대해 최기진 대표는 3가지를 들었다. 창의성, 모험성 그리고 스피드. 

“민간기관은 과감하죠. 필요하다 느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험을 해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대전은 가수들이 공연을 기피하는 지역이었죠. 이때 저희 같은 민간 기획사들이 공연을 많이 끌어왔어요. 저희는 2000년대 초반에 뮤지컬 공연을 유치했죠. 다들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대전 인구의 2%만이라도 내 돈 내고 공연을 즐긴다면 문화예술 시장은 성장하리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유치한 공연이 뮤지컬 <캣츠>죠. 98.5%의 유료 관객을 유치했어요.” 

물론 최기진 대표가 실패한 뮤지컬도 많았다. 하지만 자생해야 하는 민간기관은 실패를 통해 반드시 교훈을 얻는다. 민간 기획자들은 분명 모험심을 가지고 대전 문화 시장을 키워왔다. 그것이 곧 그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공간에
어떤 상상력을 불어 넣을까?

대전시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테미오래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참여 작가는 출근, 퇴근 시간을 기록하게 했다고 해요. 또 테미오래를 운영하면서 관람객 수를 체크하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왜 필요한 거죠? 테미오래의 의미는 수년간 민간에게 개방되지 않던 공간의 담을 허물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담을 다시 행정으로 쌓으면 안 되죠.” 

소제창작촌에 들렀을 때 만난 유현민 작가의 말이다.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면 매번 시끌벅적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을 주민들이 사랑하고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걸 충분히 아는데 그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가는 것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이번 심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끝낼 일이 아니죠.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규정을 개정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플래닌 이경수 대표의 말이다. 문화예술을 시작하려면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안타깝다. 자유로워야 하는 문화예술인데 아직 스스로 자생하기 힘든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해 관에서 요구하는 대로 가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 

“대전시가 문화예술 사업을 육성하겠다지만 그 의지가 더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때론 미진한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과감히 민간을 지원해주고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 줘야 하죠. 안전하게만 사업을 하려고 하는 풍조는 바뀌어야 하겠죠.” 

최기진 대표 말이다. 미래는 상상력의 총합이다.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 다양성이다. 최기진 대표는 민간단체의 입장을 시에 전달했으니 우선 그 결과를 기다려 볼 계획이라고 한다. 건의한 내용은 이번 사태 조정을 위해 지역 문화 예술 관계자, 시 관계자가 모여 테미오래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해결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대전시, 문화재단의 이야기 

10월 22일. 대전시 문화예술과 생활문화팀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대전시는 예정대로 대전문화재단과 업무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내년엔 테미오래 1기 수탁 기관과 업무 인수인계 기간을 거친 후 대전문화재단이 테미오래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심사가 주어진 법률, 조례 안에서 선정된 결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죠. 대전문화재단도 이번 사업을 위해 준비를 할 겁니다. 이때 민간 기관과 함께 협력할 방법을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또 조례에 대한 부분도 관계자들이 모여 개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개정하고요. 그렇게 준비해서 테미오래 3기 수탁 기관 모집 시엔 더 좋은 결과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대전문화재단은 어떨까? 문화예술교육팀에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문화재단의 역할 중 예술인 지원과 함께 시민에게 문화예술 제공도 있어요. 저희가 가진 인적, 물적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테미오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죠. 물론 테미오래를 저희 혼자 다 운영할 순 없어요. 지역 내 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협력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아직 협약을 맺지 않은 단계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 문화재단이다. 테미오래는 이제 대전문화재단이 앞으로 문화예술 단체와 어떻게 협력해 나갈지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다.


사진 황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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