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유산과 실천의 모델, 대전시립미술관《유희영 기증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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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예술적 유산과 실천의 모델, 대전시립미술관《유희영 기증작품전》

by 토마토쥔장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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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유산과 실천의 모델,

대전시립미술관

《유희영 기증작품전》

ART

 

대전시립미술관 《유희영 기증작품전》


글·사진 염주희

월간토마토 vol.175.


<파리의 인상> 캔버스에 유채, 130&times;162cm, 1978

대전시립미술관에서 2월20일까지지난 2년간 수집한 신소장품 전시가 열린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예술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전미술과 한국미술 작품을 수집해 왔다. 컬렉션 자체가 미술관의 상을 보여 주기에, 공공미술관은 예술적 가치와 미술사적 대표성을 가진 작품을 엄선한다. 이번 신소장품 전시는 작가 13명의 작품 1점씩과 유희영 작가의 작품 3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작품을 구매하거나 대여하거나 기증받는 경로 하나일 것이다. 색면 추상의 대표 작가인 서양화가 유희영이 기증을 결정한 , 작가와 미술관 관계자는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작품의 보존 상태, 화풍, 크기 등을 고려해 1970~1980년대 작품 6, 1990년대 9, 2000년대 5, 2010 이후 10, 30점의 작품이 대전시립미술관에 왔다. 

작품 캡션에는 제목, 제작 연도, 재료와 함께 PA1324 같은 관리번호가 적혀 있다.  PA 페인팅의 약자이고 자릿수는 미술관에서 수집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이다. 관리번호 아래에는 한글과 영어로 기증이 라고있다. 전시의 영문 제목《Paintings Gifted by Yoo Hee Young처럼 미술관 2 1, 2 전시실의전시실의 2⁄3를 사용하는 방대한 작품을 둘러보면 작가가 대전시민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었음을 느낄 있다. 

색면추상은 1950~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미술 경향으로 화면을 직선 또는 사선으로 나눈 안을 한두 개의 색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생략된 색과 모양을 특징으로 하며 , 면이 강조된다. 유희영은 국내 미술계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깊이를 더해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 으로 정평이 있다. 그의 1970, 1980년대 추상 작품<환희>,<파리의 인상>에는 형태와 표현에 자유로움이 깃들어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회화의 이미지적 요소보다 색과 구도를 중요시했다. 2000년대에 서는 선의 두께와 개수, 면의 분할 등을 정밀하게 표현하며 작품 세계가 공고해졌다. 팔십 대인 작가의 연륜과 비례하여 그의 작품 평론은 여러 곳에 실린 있다. 가운데 작가의 그림은 금욕적 기운이 강해 명상하듯 감상하게 된다는 표현이 있었다. 역시 전시 전반에 걸쳐서 숭고한 기운을 받았지만, 몇몇 그림 앞에서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칭송을 받는 명품 제품을 떠올렸다. 강렬한 주황 바탕에 회색 선이 있는 그림 <작품 1997-H> 주황색에 갈색 끈을 쓰는 프랑스 가죽 브랜드의 선물포장이생각났다. 같은 색조에 채도를 바꾸어 띠를 드리운 진분홍 그림 <작품 2014-R>에서는 외관에 리본 조형물을 설치해 거대한 선물 상자처럼 보이던 백화점 건물이 기억났다. 그의 작품이 세련미와 현대미의 집약체이기에 군더더기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명품 소비재를 연상했는지도 모른다. 유희영의 그림은 표현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교함을 뿜어내고 최소한의 요소로 관객들의와우 끌어낸다는 점에서 강력하다. 

유희영 작가는 전기 작품에 제작 연도와 서명을 넣었다가 후에 이를 생략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그림 대부분에는 서명이 없다. 극도로 정돈된 화면에 서명이 주는 변화를 계산한 것처럼, 유희영은 액자의 유무, 캔버스의 크기, 선과 사이의 폭과 길이 모든 행위를 설계해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이런 제작 배경 때문인지 그림 이외의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집중을 방해한다. 전시장 내부 작품 주변 동그랗게 패인 벽의 이물감은 예전에도 자리에 있었을 것인데, 작가의 대형 작품과 나란히 있으니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나무 바닥과 작품 앞에 드리워진 검은색의 바리케이드도 색이 도드라져 전시장 내부에는 그림 어떤 색도 사라졌으면 하는 실현 불가능한 염원을 품었다

<작품 1997 - H> 캔버스에 유채, 180&times;300cm, 1997


글·사진 염주희

월간토마토 vol.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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