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서재> 김태임 대표
"아웃풋이 결핍된 세상, 사람들과 연대하며 얻는 위로와 행복을 실현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글·사진 양지연
<하나하나 손이 닿은 공간>
‘허심정 ;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 적힌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이끄는 듯한 계단이 지하로 이어진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환영하는 문구부터 따뜻한 <마르타의 서재>를 만난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환한 얼굴의 김태임 대표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공간은 예전에 아이들이 트램펄린 탈 수 있는 곳으로 쓰이다가 한동안 방치되었어요. 그러다가 책방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인테리어를 싹 다시 했어요. 업체를 불러 진행했으면 더 간단하게 끝났을 일을 제 가족이 다 도맡아 진행했어요. 저희 시아버지가 거의 다 하셨죠.”
건축이나 인테리어 종사자도 아니던 시아버지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일일이 작업을 진행했다. 며칠이면 끝날 작업을 손수 알아보며 몇 달을 걸려 공간을 만들었으니 이곳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유성구 노은동에 있는 <마르타의 서재>는 대전에서 유일한 심리 상담 책방이다. 김태임 대표 남편이 3년째 운영하는 심리 상담 센터 ‘나무 둘 울림’과 <마르타의 서재>를 현재는 이 공간에서 함께 운영한다. 심리 상담이라고 하면 자칫 무거운 느낌이지만 책방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를 원했고 책방을 목적으로 들어온 손님들이 이곳 한편에 자리 잡은 심리 상담을 자연스럽게 마주해 그 벽을 낮출 수 있기를 원했다. 아무튼 부부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상담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를 바랐다.
김태임 대표는 본래 거문고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예술 중·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시 강사로 서울에서 일했다. 두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엄마로서의 삶에 집중했다. 육아 스트레스에 지쳐, 집안에서의 고됨을 해소하고 마음속에 쌓이는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도화지가 필요했는데 <마르타의 서재>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약 3년, 김태임 대표 부부는 온라인에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해 독서 모임을 시작했는데 처음 만난 이들과의 솔직한 대화에서 오는 힘은 컸다. 그 안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로 큰 치유와 행복을 얻었다. 이것이 책방을 시작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본인처럼 서로 타인과 연대하며 여러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음악과 심리 그리고 책>
음악을 전공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입시 강사로 활동한 김태임 대표의 삶이 어떻게 책에 둘러싸인 삶이 되었을까. 김태임 대표는 자신이 과거에 책 편식이 심했다고 말한다.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사업을 준비하며, 개인적인 환경과 생각이 변하면서 책에 대한 취향의 흐름도 달라졌다. 남편과 함께 같은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어른을 위로하는 그림책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김태임 대표에게 많은 힘을 준 독서 모임과 더불어 김태임 대표에게는 책을 사랑하는 두 여동생이 있다. 세 자매가 「아티스트 웨이(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책을 가지고 매일 아침 글쓰기 연습을 했다. 혼자 하면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글 쓰는 연습을 느슨해지지 않도록 서로 독려해가며 책에서 안내하는 12주를 지나고도 지속해서 해나갔다. 이 또한 김태임 대표가 책에 빠져들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책과 사람으로 마음을 치유한 김태임 대표의 공간에는 삶을 무겁지 않게 돌아보고 편안히 생각하게끔 하는 책과 마음을 단련해주는 책이 가득하다.
<마르타의 서재>는 2020년 6월 말에 문을 열었다. 오픈 직후에는 이전부터 지속해오던 독서 모임 외에 ‘따로 또 같이’라는 독서 모임을 하나 더 열었다. 김태임 대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들으며 어려운 심리적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터득하는 모임을 원한다. 올해 역시 독서 모임을 하나 더 기획하는데 이전 진행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준비 중이다. 이전 독서 모임은 자유 도서로 진행하거나 모임 구성원을 꾸리고 나서 주제로 삼을 도서를 지정했는데, 계획하는 새로운 독서 모임은 미리 1년 치 모임을 진행할 도서 리스트를 정해 놓았다. 격주로 진행할 이 모임에서 이야기할 책은 총 24권으로 책을 먼저 알리고 이 책을 읽기 위해 그리고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 예정이다. 품고 있는 계획을 이야기하는 김태임 대표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김태임 대표는 <마르타의 서재>에 있는 큰 방은 여러 목적으로 공간대여를 위해 마련한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서 모임뿐만 아니라 원데이 클래스, 스터디 모임 같은 소규모 모임이 필요하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는 이들에게 대여해주는 곳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인원이 진행하는 문화센터에서의 활동이나 큰 학원들에 다니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뭉치려고 해서 오히려 현재가 소규모 모임에 최적화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태임 대표가 다양한 계획을 궁리하는 중에 이 공간 안에서 느끼는 고민이 가볍지 않다. 대체로 그것은 이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김 대표는 입시 강사로 일하면서 주로 학생을 일대일로 상대하던 과거와 현재 사업자로서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한 명의 학생에게만 집중하면 되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사람을 매일 상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방지기이며 한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책방을 찾아주는 수없이 다양한 취향에 어느 정도의 적절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또한 김태임 대표가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바라는 것들, 많은 이의 아웃풋의 장이 될 수 있는 것 그리고 각자가 쌓아둔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 가치를 갖는 것은 우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알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공간이 준비되었고 김태임 대표의 에너지 넘치는 기획력은 충분하다. 이제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게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모두가 만남을 최소화하고 저마다의 상황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홍보에 많은 한계를 느끼며 어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여전히 책방 한쪽에 거문고가 놓여 있다. 지난날 온 힘을 쏟았던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의 흔적일까 싶었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책으로 치유하는 김태임 대표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는다. 음악 전공부터 책방지기가 되기까지 경험에서 얻은 좋은 것을 이제는 타인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방향을 궁리한다.
책방 출입구에는 <마르타의 서재>를 찾아준 사람들이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노트와 스케치북, 색연필이 준비되어 있는데 얼마 전에 책방을 방문한 한 고등학생 무리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두고 나갔다. 김 대표의 눈에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오며 가며 모두가 나름의 해소와 표출을 할 수 있는 곳, 그것이 책으로든 대화로든 그림으로든 음악으로든 서로 무언가를 꺼내 보이며 웃고 나눌 수 있는 곳, 이것이 김태임 대표가 <마르타의 서재>라는 공간에서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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