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하나를 예술가로 가득 채우고 싶어 - 유수빈 대표
글·사진 정현구
1. 인터뮤직 유수빈 대표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는 건 멋진 일이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속 초목이 무성한 프루스트 부인의 정원이나, 개츠비가 홀로 쉬곤 했던 웅장한 서가처럼. 나 역시 피곤한 주말이나, 평일 약속과 약속 사이 시간이 붕 떴을 때 찾는 곳이 있다.
처음 이곳을 찾은 건 연극 관계자의 소개였다. 본인이 아끼는 장소가 있다며, 나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해는 넘어간 지 오래였고, 파랗던 하늘이 퍼렇게 멍들어 밤이 완연했다. 대흥동 가운데 우리들공원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닿지 않는 외곽으로 향했다. 주변이 비교적 잠잠해졌을 때 나타난 이곳은 마치 브로드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주백색의 전구가 빼곡히 빛나고, 자수를 놓은 듯, 한땀 한땀 전구로 수놓은 INTER MUSIC이라는 간판은 흑백 영화 속 극장가를 빼다 놓은 듯하다. 음악이 흘러나오진 않지만 마치 New York, New York이 귀에 아른거리는 듯한 이곳. 인터뮤직이다.
전구로 수놓은 흑요석 빛 계단 끝 유리창으로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진한 색의 가구와 주백색 전구, 엔틱한 소품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따금 인스타그램으로 중계하는 공연에서 무대 속 뮤지션을 보면, 소품이 적확한 장소에 있음이 느껴졌다. 공연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한 유수빈 대표의 역량이다.
공간 기획자이자 운영자인 유수빈 대표는 공연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구상해, 살짝 단차가 있는 무대가 있다. 유 대표는 “목공 해주시는 분께 무대 중앙에 콘센트를 내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깜빡하셨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2. 일은 재미있거나, 돈이 되거나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유수빈 대표는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
"좋죠!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하던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재밌거나, 돈이 되어야 해요. 카페를 꾸릴 때도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바닥재를 붙이기 위해 주변 만류에도 직접 갈아내고 코팅했어요. 커튼과 소품도 직접 배치했고요.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유수빈 대표 시선은 인터뮤직 구석구석에 닿았고, 얼굴엔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공간을 꾸밀 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재미있던 과정과 달리 카페를 꾸린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공간은 뮤지션들의 종잣돈을 마련하려고 연 거예요. 여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금으로 장비도 사고 공연도 하면서 뮤지션에게 돌려주는 구조죠. 음악도 시즌을 타거든요. 1월부터 3월까진 비수긴데, 11월 정도만 되면 일이 뚝 끊겨요.”
인터뮤직이 뮤지션에게 교두보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재는 코로나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오픈 마이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 경험이 적은 뮤지션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3. 오픈 마이크
오픈 마이크는 이력과 실연 영상을 검토 후, 공연 기회를 주는데 거기서 실력이 입증된 뮤지션에겐 단독 공연을 위한 컨설팅과 포스터, 음향 장비 등의 지원도 한다. 직접 무대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과정을 겪으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유수빈 대표의 목표다.
'오픈 마이크'를 설명하며 실연 영상과 이력 등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두는 이유를 묻자, 기존 예술가의 생존영역 침범을 우려해서라고 답했다.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지, 난립을 방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좋은 무대를 만들어가면서 인터뮤직이 뮤지션들에게는 서고 싶은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흥동 일대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거점 공간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2015년부터 세웠던 계획인데, 티켓을 구매하면 음료와 공연을 프리패스처럼 제공하는 거죠. 버스킹을 하면 제일 마찰이 심한 건 행인이 아니라 상인이거든요. 그래서 실내에서 진행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인근 상인분들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거예요. 상인분들은 기존 음악 인프라가 부족할 수 있으니, 음악 전공인 제 인프라를 이용해서 제안하는 거죠.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아 이곳(인터뮤직)부터 시작했어요.”
4. 코로나와 인터뮤직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로 2020년 11월 가오픈한 카페 인터뮤직의 발걸음엔 족쇄가 채워졌다. 코로나와 운영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힘든 건 사실인데, 그래도 음악도 하고 라디오도 해서 믿을 구석이 있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길어질 거로 생각했기에 버틸 준비를 충분히 해 두었어요. 공연을 못 하는 게 아쉽긴 한데….”
유 대표는 공연을 위해 설계한 공간인 만큼 공연할 수 없음에 상당히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도, 지금 새로운 걸 구상하고 있어요. 3층에서 공연을 하고, 2층에 중계하는 거예요. 그리고 2층 관객을 찍어서 3층으로도 송출하는 거죠. 그러면서 쉬는 시간에 관객과 소통해서 선물도 주는 거예요. 반대면 정도 되려나?”
유 대표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시기에 새로운 방식의 공연을 구상하고 있어, 매일 빔프로젝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이 모일 수 있게 되면 오래된 고전을 같이 읽는 독서 모임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 목표 중 하나는 건물을 예술가로 가득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afe_intermusic/ - 카페 인터뮤직
https://www.instagram.com/intermusic_official/ - 인터뮤직 공식계정
[월간 토마토 2021년 3월호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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